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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개를 기다리는 남자의 향기, 지진희
최하나 사진 서지형(스틸기사) 2007-01-05

시간은 멈추어졌다. 17년. 창살 안에서 젊음을 소진한 남자는 변해버린 세상, 유예되어 있던 사랑의 기억과 마주한다. “아주 특별한 멜로가 탄생했다는 생각을 했다. <오래된 정원>은 시대의 아픔을 찬란한 사랑으로 이야기하는 영화다.” 임상수 감독의 전작들을 보며 특유의 ‘불편함’ 탓에 ‘저 감독 작품에는 출연하지 말아야지’ 생각했다던 지진희는 <오래된 정원>의 시나리오를 접하며 망설임을 걷어냈다. 임상수식 재해석으로 날카롭게 벼려진 이야기도 매력적이었지만, 혈기왕성한 청년부터 반백의 사내까지 “정말 할 것이 많다”는 점이 그를 이끌었다. “칭찬이건 질책이건 확실하게 하는 임 감독님의 명쾌한 스타일이 좋았다. 느끼한 반찬만 먹다가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마시는 기분이랄까. (웃음) 그 어느 때보다도 편하게, 신나게 놀다온 것 같다.”

어린 시절 신촌에 살며 최루탄 냄새를 맡곤 했다는 지진희는 ‘운동’의 풍경이 낯설지 않은 세대다. “대학 신입생 때 이대 앞을 나갔는데 그날 시위가 예정되어 있었다. 원천봉쇄를 한다며 다 잡아가더라. 새벽까지 12시간 넘게 감금돼 있었다.” 시대의 공기를 생생히 기억하는 그이지만, 신념을 위해 사랑을 접는 현우의 선택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한마디로 바보 같다. (웃음) 운동을 하는 것도 결국 행복해지기 위해서 아닌가. 어떠한 명분이건 모두가 똑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참을 수가 없다.” 교육제도까지 언급해가며 이어지는 지진희의 ‘다양성’에 대한 열변은 배우로서 자신의 커리어에도 적용된다.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으로 냉소와 외면을 감수해야 했던 그는 자신의 선택에 한점의 후회도 없다고 말한다. “극장 여기저기서 한숨소리 나오는데 구석에서 누군가는 하하하, 웃음을 터뜨리는, 그런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대중적인 영화에 만족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등을 긁어주었다는 것이 뿌듯하다.”

지진희, 하면 연상되는 젠틀한 이미지에 대해 “코미디로 굳어졌다면 다른 걸 하기 힘들었겠지만, 난 전부 다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는 그에게 이미지 고착에 대한 불안은 보이지 않는다. “새치가 나기 시작했는데 빨리 백발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지진희는 자신의 ‘꽃’을 피워올릴 때를 아직 기다리는 중이다. “연기는 내가 끝까지 가져가고 싶은 일이다. 40대, 50대가 되었을 때 나의 꽃이 만개했으면 좋겠다.” 시간은 흐르고, 대중의 사랑은 그 자리를 옮기게 마련이다. 하지만 지진희는 인고의 시간이 길수록 결실의 향기도 농밀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염정아가 말하는 지진희

“친근하단 느낌이 있잖아요. 근데 실제로 친근한 사람이에요. 이미지로는 깔끔하고 반듯하고 하여튼 완전히 젠틀맨인데, 실제론 그것보다 조금 풀어지고 자유로운 것 같고. 어린아이 같은 면, 천진한 면이 있어요. 좋아하는 것들도 보면 장난감 좋아하고 자전거 타는 거 좋아하고. 언젠가 강남에서 차 한잔 마시자고 약속했는데 자전거를 타고 왔더라고요. 집이 서초동인데 청담동까지 자전거를 타고 왔어요. 운동한다고. 아직 학생 같고 별로 스타 같지 않고, 그런 면이 있어요. 반듯한 건 사실이고. 배우로서는, 성장해가는 중이고. (웃음) 저보다 나이는 많지만 연기로는 저보다 후배니까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건데, 응, 성장해가는 중∼ (도도한 척 고개 끄덕이며 코믹하게 말꼬리를 올려) 인정~. (웃음) 본인이 할 것들을 잘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성격은 저랑 정반대인데 잘 맞는 사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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