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전편만큼 민망한 작품의 결과 <마파도2>

마파도 할머니들의 귀환, 그러나 전편만큼이나 실망스러운 해후.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마파도>의 상업적 성공은 속편 <마파도2>를 탄생시켰다. 전작에 출연한 다섯 ‘할매’가 다시 전면에 나섰는데, 역할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면 다섯 중에 가장 도드라져 보였던 김수미가 히든카드로 물러난 대신 사투리의 고수쯤으로 불려야 할 김지영이 새로 그 자리에 들어선 것 정도다. 전편에서 김수미가 보여줬던 욕설 할매의 역할을 영화 내내 김지영이 대신하고 마지막 순간이 되어서야 김수미가 등장하여 반전을 노린다. <마파도>에서 김수미의 비중이 다른 배우들에 비해 유독 컸다면 <마파도2>는 다섯 배우의 면면을 되도록 골고루 살리기 위해 배려한다. 이들을 찾아오는 어설픈 형사 나충수 역은 역시 이문식이 맡았고, 그의 새로운 짝패로는 삼류 깡패 대신 숙맥 같은 작가 전기영이 합류했다. TV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의 바람기 있는 남자친구로 등장한 바 있던 이규한이 이 역을 맡았다.

이야기의 큰 틀에서 보면 <마파도2>는 전작 <마파도>와 유사하다. 누군가의 청탁을 받아 사람을 찾으려는 자가 섬에 들어서고, 그에게는 우연이든 아니든 일행이 있고, 그 섬에 살고 있는 할머니들과의 에피소드가 이어지고, 마침내 청탁을 의뢰했던 의뢰인까지 섬을 찾아오고야 만다는 식이다. 형사 충수는 죽어가는 대기업 회장에게 유년 시절 첫사랑 꽃님이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고 그녀가 산다는 동백섬으로 향한다. 그러나 동백섬으로 가던 배는 풍랑을 맞고, 배에 타고 있던 충수와 작가 기영은 마파도로 쓸려 들어간다. 할머니들과 함께 얼마간 옥신각신 지내던 충수는 마파도의 옛 이름이 동백섬이라는 걸 우연히 알게 된다. 충수는 다섯 할머니 중 한명이 회장이 찾는 꽃님이일 것이라 추측하고, 그들을 꼬드겨 하나씩 첫사랑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도록 유도한다. 꽃님이가 누구인지 알아냈다고 생각할 때쯤 섬에는 회장의 유산을 노리는 딸이 부하들과 들이닥치고, 뒤이어 이번에는 죽어가던 회장까지 건강한 모습으로 섬을 찾아온다.

<마파도>와 <마파도2>를 진두지휘하는 할머니들의 존재를 핵심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이미지는 실상 이 영화의 포스터다. 그 안에는 번쩍이는 유니폼을 입고 괴상한 가발을 쓴 할머니들이 진을 짜고 서 있다. 포스터 속 그들이 우주복을 입은 외계인처럼 보이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전작 <마파도>에서 할머니들의 첫 등장은 인물의 등장이라기보다 외계 생물체 혹은 괴물의 등장과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애쓴다. 할머니들을 ‘절대적 타자’로 상정하는 것에 코드가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충수는 그 섬에 다시 간 것이고, 이미 할머니들에게 익숙해 있으니 그들을 대하는 그의 느낌은, 그리고 관객의 느낌은 바뀌어야 했을 것이다. 이제 할머니들은 더이상 절대적인 타자가 아니라 좀더 친밀하고 친숙한, 소통 가능한 타자다. 그래서 충수는 회장 할매를 보자마자 뛸 듯이 기뻐한다. <마파도2>에는 더이상 불시착한 자가 절대적 타자를 만나 느끼는 공포감이란 없다. 낯설다는 것 자체에서 파생된 전편의 희극적 코드를 넘어 과연 다른 어떤 코드로 웃음을 유도할 것인가 하는 점이 <마파도2>의 숙제가 된다.

전반부에 구사되는 건 일종의 마파도식 화장실 유머다. 배 위에서 기영이 쏟아내는 엄청난 양의 토사물을 보다가 이 장면이 왜 이렇게 중요하게 다뤄지는지 질문하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섬에 도착하여 충수의 얼굴 위로 새똥 한 무더기가 내려앉을 때 그제야 우리는 감을 잡는다. 충수는 이제 얼굴에 새똥을 맞고, 뜨거운 밥에 얼굴을 데이고, 바지에 설사 똥을 싸고, 심지어 인분이 가득 찬 바가지를 뒤집어쓴다. 충수 일행을 태웠다가 풍랑을 맞았던 배의 선장 마도로스 박이 별안간 섬에 나타나 이곳의 예전 이름이 동백섬이었다는 것을 알려주기 전까지 <마파도2>가 보여주는 많은 장면은 토하고, 데이고, 싸고, 싼 걸 도로 뒤집어쓰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 전반부가 마파도식 화장실 유머라면 할머니들 중 한명이 꽃님이라는 것을 눈치챈 중반 이후는 일종의 꽃님이 찾기 패러디 게임에 가깝다. 하나씩 옛 첫사랑의 기억을 꺼내놓는 할머니들의 추억담은 <친절한 금자씨>를 패러디하거나,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패러디한다. 그러나 의아한 건 모든 경우를 다 그렇게 처리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만약 화장실 유머와 패러디의 차용을 좀더 리듬감있게 구성했더라면 <마파도2>는 꽤나 즐길 만한 오락영화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전편과 달라지기 위해 스스로 취한 두 가지 영화적 방법, 화장실 유머와 패러디 무비로서의 차용성 모두에 대해 기술이 없거나 단편적이며, 능란한 흐름이 부족하다.

화장실 유머나 패러디의 차용이나, 한번 코드로 삼은 것을 일관되게 끌고 가는 코미디영화에서는 다른 차원의 수준이 열린다. 일관성이란 가령 리듬이며, 그 리듬의 주조가 코미디의 수준을 결정한다. <마파도2>에 심오한 주제와 사유를 요구할 관객은 없다. 이 영화의 일차적인 소임은 웃고 즐기는 오락영화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 영화가 오락적인 순기능을 제대로 이뤄냈는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것이 하나의 방점이 될 수 있을 텐데, 그 점에서 <마파도2>는 코미디의 요소들을 능숙하게 배열하거나 조합하지 못하고 그저 신별로 하나씩 늘어놓는 데 급급하다. 무작정 똥을 싸고 똥을 뒤집어써야 코미디가 되는 것이 아니라, 리듬을 타며 똥을 싸고 똥을 뒤집어써야 코미디가 된다.

<마파도2>는 코미디의 리듬이 부족할 뿐 아니라 서사의 심한 결핍까지 있다. 다 죽어가던 회장이 별안간 건강한 몸으로 헬기를 타고 날아와 이 섬에 내릴 때, 영화의 처음부터 충수와 함께하는 젊은 작가 기영이 이 섬에 왜 온 것인지 끝까지 모를 때, 그 밖에도 영화가 많은 부분을 무성의하게 넘길 때, 무엇보다도 그 이야기의 허점들을 영화가 코미디적인 터치로 충분히 뒷받침하거나 안아주지 않을 때, <마파도2>는 <마파도>의 발전없는 구색 맞추기 버전이라는 혐의를 벗기 어렵다.

전작 <마파도>에 대한 성공 요인은 알려진 것처럼 할머니 역으로 등장한 다섯 배우의 훌륭한 연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은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그 정도의 연기는 보여줬다. <마파도>의 성공은 그들의 타자화된 현재, 즉 실제로 중앙에서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는 상태가 자기 반영적으로 영화의 소재와 맞물리며 역으로 웃음보를 터뜨리게 한 결과다. <마파도2>는 그런 자기 반영적 차원을 한 걸음 더 몰고 나간 셈인데 결과는 실망스럽다. 노년의 배우들이 기어이 주인공으로 다시 나선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그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만든 두 번째 작품의 결과는 전편만큼이나 민망하다. 아마도 이 영화를 볼까 말까 망설이는 어떤 관객은 다른 소리 다 집어치우고 이 질문에 대답하라고 요구할지 모른다. 웃긴가 웃기지 않은가. 만약, 그렇게 간단하게 묻고 답하기를 원한다면 소임을 다하는 차원에서 답할 것이다. 웃을 겨를이 없다고.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