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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 ‘그녀’들의 러브 커뮤니티 <엘 워드>
이지원 2007-01-23

레즈비언 드라마 <엘 워드> 시즌 4 시작

<엘 워드>의 주인공들(왼쪽부터 제니, 팀, 마리나, 알리스, 셰인, 벳, 티나, 킷, 데이나)

LA의 레즈비언 그룹과 양성애자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엘 워드>가 미국 현지에서 1월 7일부터 시즌4 방영을 시작했다. 동성애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 <퀴어 애즈 포크>나 <퀴어 아이>가 남성 게이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한계가 있다면, <엘 워드>는 레즈비언을 본격적인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다. <엘 워드>는 헤어드레서, 작가, 테니스 선수, 카페 주인, 큐레이터 등 수많은 레즈비언과 트랜스젠더들의 라이프스타일과 다양한 관계들을 그리며 성소수자들의 일상사가 우리와 그리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 드라마는 게이인권단체가 주최하는 제18회 GLLAD(The Gay and Lesbian Alliance Against Defamation) 미디어 어워드에서 TV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상태며, 꾸준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리얼리티와 유머를 살린 시즌4

‘셰인 테스트’(엘 워드만의 레즈비언 테스트)의 그녀 셰인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엘 워드> 시즌4는 촬영지를 밴쿠버에 옮기려는 시도를 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결국 LA에서 촬영을 재개했다. 테니스 스타 데이나가 시즌3에서 유방암으로 사망함에 따라 시즌4의 줄거리는 큰 폭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엘 워드>는 오래된 연인 벳과 티나의 안정적인 관계, 이성애 커플 제니와 팀의 불안한 관계, 하이에나처럼 원나잇스탠드 상대를 사냥하는 셰인과 그녀의 추종자들의 관계, 친구라고만 생각했던 데이나와 알리스의 미묘한 관계 등 흥미진진한 사건보다는 다양한 관계(relationship)가 스토리의 큰 축이기 때문에 새로운 등장인물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데이나가 빠진 이번 시즌에는 벳의 상사로 등장할 시빌 셰퍼드, 벳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청각장애인 예술가 조디 제이콥스 역의 말리 매틀린, 이라크 여행 가이드 타샤 윌리암스 역의 로즈 롤린스가 새롭게 출연한다.

한편 동성 간 결혼과 성전환수술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무거운 분위기가 여전히 기조에 깔려 있지만 <섹스 앤 더 시티> 류의 유머와 위트가 더 강조될 것이라고 제작자 아이린 차이켄은 설명했다. 그녀는 새로 시작하는 시즌4에서 더 많은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을 거라며 기대와 자신감을 내비쳤다. 기존의 열광적이며 충성스러운 지지층이었던 대다수의 게이와 레즈비언 외에도 점차 많은 헤테로들이 이 드라마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의학드라마 <하우스>에서도 주인공 하우스가 <엘 워드>를 (음소거로) 보기 위해 집에 들어가야 한다는 대사가 있었을 정도로 많은 이성애자들이 <엘 워드>를 보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팬 층이 넓어짐에 따라 부담감도 커지지 않냐는 질문에 아이린은 “세상 사람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더 많은 남자들이 우리 드라마를 보고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들이 게이이건 헤테로이건 말이다. 물론 레즈비언들의 베드신만 보려는 아니라는 가정하에 그렇다.” 헬레나 피바디를 연기하는 레이첼 셸리는 이에 대해 “우리 드라마의 화끈한 베드신보다는 그 안의 절절한 멜로라인과 상징적인 스토리라인에 주목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엘 워드(L word), 엘 월드(L world)를 만들까

이번달에 미국에서 발매된 컴필레이션 앨범 <엘 튠>은 <엘 워드>에 삽입됐던 음악이나 드라마에서 영감을 받은 음악들로 채워져 있으며, 피오나 애플, 니나 사이먼, 토리 에이모스 등 유명 여성가수들이 참여했다. 그리고 <엘 워드>의 사운드트랙을 담당했던 엘리자베스 지프는 ‘이즈걸’이라는 밴드를 만들어 <엠 워드>(M word)라는 앨범을 준비 중이다. 지프의 밴드 ‘베티’는 <엘 워드>의 테마음악을 연주한 바 있다. <엠 워드> 앨범은 레즈비언이거나 레즈비언과 친한 여성 뮤지션들의 음악으로 구성된다. 한편 <엘 워드>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이너들은 스포츠 웨어와 가방, 청바지 등 의상 컬렉션 ‘엘에먼트’(L’ement)도 런칭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제작사 쇼타임 네트워크은 <엘 워드>의 열렬한 시청자들을 위해 일렉트릭십과 함께 가상현실게임 <세컨드 라이프>에 <엘 워드> 버전을 만들었다. <엘 워드 인 세컨드 라이프>는 극중의 주요 배경인 카페 ‘플래닛’과 댄스 플로어, 가상 쇼핑몰을 갖추었으며, 게임 유저들은 자신이 원하는 집과 옷을 디자인할 수 있다. 린덴 달러라는 가상 통화로 결제하는 등 거의 현실과 다름없는 세계가 될 거라고 한다. IBM과 아메리칸 어패럴, 로이터 통신들이 <엘 워드 인 세컨드 라이프> 제작에 참여했다.

알리스의 차트. 세상의 모든 레즈비언은 6명 이내로 연결할 수 있다.

이번 시즌에 알리스의 차트(세상의 레즈비언들은 6명 이내로 연결된다는 일종의 케빈 베이컨 게임)는 온라인으로 확장된다고 한다. 이 차트는 실제로도 존재한다. 제작자 아이린은 극중 벳 역할의 제니퍼 빌즈와 알리스 역의 레이샤 헤일리와 함께 OurChart.com 이라는 사이트를 설립했다. 이 사이트에는 극중 인물들의 관계도뿐 아니라 현실의 레즈비언들의 관계도를 찾아볼 수 있다. 음악과 의상, 가상현실게임, 관계도 사이트까지 그야말로 엘 월드, 레즈비언들의 세상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프렌즈>나 <윌 앤 그레이스> 등에서 부수적인 역할에 그쳤던 레즈비언을 전면에 내세운 <엘 워드>는 이제 시즌4의 항해를 시작했다. 선정적인 베드신과 럭셔리 레즈비언들만의 삶을 그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엘 워드>가 성소수자들의 다양한 관계를 묘사하며 그들에 대한 편견을 다소나마 없애줬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엘 워드>는 현재 캐치온에서 시즌3이 방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