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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내전에 찢긴 소년의 아픈 성장사 <마리포사>
2001-10-05

<마리포사>는 <오픈 유어 아이즈>의 프로듀서를 맡았던 스페인의 호세 루이스 쿠에르다가 감독했다. <오픈 유어 아이즈>를 감독하고 최근 니콜 키드먼 주연의 <디 아더즈>를 만들어 각광받고 있는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는 뜻밖에도 이 영화에서 음악을 맡았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마리포사>가 아름다운 성장영화로 `본색'을 감추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는 정신적 사랑에서 한걸음 나아간 육체 관계나 생존을 건 힘의 다툼 등 어른들의 세계에 눈떠가는 어린 소년의 삶을 현미경처럼 관찰해간다. 그 사이사이에 파시즘의 참혹함이 드러났던 스페인 내전의 전조를 드리우더니 막판에 그 갈등을 최고조로 높이며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데올로기 전쟁을 배경으로 성장영화의 방식을 취했다는 점에서 스페인판 <아름다운 시절>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마리포사>는 “자유를 잃는 것은 존재의 이유를 잃는 것”이라는 소박하고도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년 몬초와 공화주의자 그레고리오 선생님과의 우정을 아름답게 그려가는 게 이런 주제를 돋보이게 하려는 방편으로까지 느껴질 정도다.

내일이면 학교에 다녀야하는 몬초는 매질에 대한 걱정 등으로 잠을 못이룬다. 첫 수업시간에 오줌까지 싸고 도망쳐버린 몬초는 집에 찾아와 사과를 하는 할아버지 선생님 그레고리오 덕분에 학교에 큰 재미를 붙인다. 선생님은 세상을 오래 산 이의 현명함과 평화로움을 차분하게 보여주고 몬초는 그의 삶을 하나씩 배워간다. 그레고리오는 일부 마을 사람들로부터 무신론자라고 비난받기도 하지만 “지옥은 증오와 폭력에 휩싸인 인간의 마음 속에 있다”고 믿는 쪽이다. 급기야 스페인 내전이 터지고 파시스트가 권력을 잡자 공화주의자 편에 섰던 선생님은 `숙청'의 대상이 되고, 그와 깊은 우정을 나눴던 몬초는 가족으로부터 선생님을 비난하라는 재촉에 시달린다. 6일 개봉.

이성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