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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로마>, 제국의 탄생
황수진(LA 통신원) 2007-02-07

<HBO> <BBC> 합작 시리즈 <로마> 시즌2 시작

LA 선셋대로, <로마>(ROME) 시리즈 주인공들인 보레누스, 풀로, 브루투스, 옥타비안, 아티아 등의 얼굴이 버스정류장마다 붙어 있다. 로마시대 낙서를 본뜬 듯한 <HBO> 시리즈 <로마>의 새로운 시즌 프로모션 포스터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 이후 <HBO>와 영국의 <BBC>가 또다시 손을 잡고 야심차게 시작한 다국적 프로젝트 <로마>는 지난 시즌 시저의 죽음으로 강렬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그리고 1월14일, 그 두 번째 시즌이 시작되었다. 막대한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었는지 이번 시즌이 마지막 시즌이 될 것이라 이미 공표된 시즌2는 시저의 죽음이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로 시작한다. 자의든 타이든 시저 암살의 핵심이 된 브루투스와 시저의 오른팔이었던 마크 안토니, 소년 티를 벗어나지 못한 얼굴 아래 숨겨진 야심을 보이기 시작하는 옥타비안, 그리고 그들만큼이나 역사에 깊숙이 연루된 두 강한 여자, 아티아와 세빌리아. 시저의 죽음으로 혼란에 빠진 로마 사람들처럼 이들도 시저의 죽음이 앞으로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예상할 수가 없어 우왕좌왕하고 있다.

견고하게 짜인 <로마>는 로마제국의 탄생이라는 역사적 순간에서 인물들 하나하나가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각자 어떤 역할을 하며 역사의 한 부분이 되는지를 영국의 노련한 배우들의 열연을 바탕으로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를 매료시키고 있다. <HBO>만이 가능할 것 같은 수위의 섹스와 폭력으로 한동안 화제의 중심이었던 이 시리즈는 지난해 에미상 4개 부문 수상을 포함해 골든글로브에서 드라마 부문을 비롯한 두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기획자 브루노 헬러를 비롯한 <로마>의 작가들은 드디어 셰익스피어의 그늘에서도 벗어난 듯 보인다. <로마>에서는 셰익스피어가 소개한 시저의 마지막 말 “브루투스, 너마저”도, 로마인들 앞에서 행해진 브루투스와 안토니의 그 유명한 연설도 반복될 필요가 없다. 두 사람의 운명과 역사를 바꾸어버린 연설은 술집에서 제3자의 코멘트로 간단히 요약될 뿐이다.

근래 들어 미국에서는 제국의 멸망을 다룬 <아포칼립토>를 비롯해 유난히 제국을 다룬 이야기가 많다. 우리는 새로운 제국의 탄생에 서 있는 것일까, 제국의 멸망을 목도하고 있는 것일까. 가장 견고한 이야기인 역사 속에서 시청자인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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