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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타이틀] 일상을 반영하는 나루세 미키오의 세계 속으로
ibuti 2007-02-09

오즈 야스지로와 미조구치 겐지의 대표작 한편을 보겠다는 자에게 <동경이야기>와 <오하루의 일생>을 권해도 별 문제는 없다. 그러나 나루세 미키오의 경우엔 달라서 <부운>만 봤다가는 심각한 오해를 하기 십상이다. ‘비련의 여주인공’ 이미지가 결코 잊혀지지 않아서, 나루세를 미조구치와 비슷한 유의 여성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착각할 테니까 말이다. 나루세의 회고전에 가며 눈물을 각오했던 필자는 돌아올 때마다 머쓱한 기분을 감춰야 했다(눈물을 쏙 빼놓은 작품은 <방랑기>와 <흐트러진 구름> 두편뿐이었다). 여성영화를 포함한 그의 대표적인 드라마들은 일본 보통 사람들의 진짜 얼굴이 무엇인지 보여준 작품들이다. 타자에게 익숙한 일본의 얼굴, 윤리를 잘 드러낸 오즈 드라마의 보통 사람들이 어딘가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이라면, 나루세의 인물들은 오즈 영화와 비슷한 구도 속에서도 전혀 다른 표정으로 등장한다(하라 세쓰코를 비교해보라).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이 원작인 <산소리>의 중산층 가정은 외형상 오즈의 그것과 비슷하지만 계속되는 외도로 아내를 힘들게 하던 남자가 임신한 연인을 걷어찬다는 설정이나 며느리와 시아버지 사이에 감도는 은밀한 감정의 흐름 등은 오즈 영화에선 절대 찾지 못할 것들이다. 생활을 해결하고자 십대에 영화산업에 발을 들여놓았고, 스튜디오 소속 직장인으로서 30여년 동안 무려 80여편의 영화를 쏟아낸 그에게 영화는 예술 이전에 생활의 우선적 반영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루세 미키오 작품집 Vol.1>은 <산소리>를 포함한 1950년대 대표작 세편을 수록하고 있는데, 그의 다양한 면모를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라 하겠다. <밥>은 그가 사랑했던 소설가이자 원작자인 하야시 후미코의 글- 나는 무한한 우주 공간에서 사람들의 평범한 삶이 만들어내는 슬픔에 감동받는다- 로 시작한다. 왜 그가 삶의 본질을 슬픔에서 찾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해결되지 않는 문제와 흘러가는 매일의 일상 한가운데를 나루세의 인물들은 그냥 걸어간다. 맥주를 마시던 아내가 “아이 써”라고 하자 남편은 “좋은데”라고 응수하고, 아내의 잔을 받은 그는 갑자기 배가 고프다고 한다. 나루세 영화의 맛은 이런 것이다. 흘러가는 삶을 의미하는 제목부터 나루세의 인장이 찍힌 <흐르다>는 몰락한 게이샤 집의 애환을 다룬다. 나루세 영화의 여걸 다카미네 히데코와 <오하루의 일생>에 이어 다시 오하루란 이름을 얻은 다나카 기누요 등 당대의 유명 여배우들이 총출연해, 경제적 위기와 사회적 변화에 대처하지 못했으나 강인함과 인간적인 배려를 잃지 않는 여자들을 연기한다. DVD는 필름의 기억을 간직할 수 있게끔 깨끗이 복원된 화질과 충실한 부록을 자랑한다. 영화평론가 켄 존스와 필립 로페이트가 음성해설 등에 참여하고 있으며, 나루세를 서구에 알린 오디 복 등 평론가들의 글과 사진 자료를 엮은 184페이지짜리 책자는 값진 선물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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