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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유연한’ 편가르기
김소희(시민) 2007-02-26

“아무리 잘못했대도 모시던 사람을 계속 흉보니 보기 안 좋구먼.”(아버지) “어찌 됐든 델꾸 있던 사람 제대로 건사를 못해서 그런 거야.”(어머니) “긍게 덕장은 아닌 게비지.”(아버지) “그 당에 덕장이 어딨어. 빨리 더덕이나 까.”(어머니)

설 쇠러 시부모 집에 와서 눌러앉아 놀고먹는 중이다. 위의 대화는 먹성 좋은 며느리와 손녀를 위해 바삐 손을 놀리는 가운데 뉴스에 이명박 아저씨의 ‘1996년 위증교사 의혹’이 나오자 두분이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시부모는 ‘정치적 소신’이 세다. 어찌나 센지 아버지는 음주 다음으로 국경일 챙기기를 중요하게 여기는데 유독 제헌절에는 “헌법을 수호해야 할 뺏지들이 제 노릇을 안 한다”며 국기를 안 달고, 어머니는 일본 온천에 한번 다녀오시라 해도 “그 땅에는 10원도 쓰기 싫다”며 뻣댄다(일본이 해외 효도관광치고는 싸다는 걸 왜 몰라주삼. 흑). 두분은 짧고도 강렬한 논평이 특기다. 가령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는 비개혁과 무능으로 실패했다”는 최장집 교수의 비판에 연휴 첫날 원고지 35장 분량의 글을 인터넷에 올리며 “진보 진영이 교조적이다”, “지금 정권에 대한 지지가 다음 정권을 결정한다면 지난번에도 정권은 한나라당에 넘어갔을 것”이라고 반박한 걸 두고, “이쁜 놈 매 한대 더 때린다는 말을 몰르는구먼”, “아직도 당선자인 줄 아나벼, 대통령인 걸 자꾸 까먹나벼” 등등.

어머니는 내가 아는 할머니 중 ‘계급적 각성’이 뛰어나기론 몇 손가락 안에 드는데, 연휴 직전 보건복지부가 현행 의료보험 제도는 외래진료비 본인부담금 비율이 낮아 별로 안 아픈 사람들이 더 혜택을 보는 ‘이상한 제도’라며 본인부담금을 50% 올린 것을 뒤늦게 알고는 격분해 ‘지’자 돌림 논평을 내놓았다(사실 부담금이 내린 게 아니라 진료비가 오른 거다. 진료비가 1만원일 때 3천원 내면 30% 부담이지만 진료비가 2만원으로 오르면 같은 돈 내도 15% 부담으로 낮아진다). “지편 지가 다 차놓고 왜 지가 궁하면 지편 들지 않냐고 지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