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Report > 기획리포트
<씨네21>이 뽑은 이달의 단편 11. <꿈틀이>
이영진 사진 서지형(스틸기사) 2007-03-07

사람 골탕먹이기! 애벌레 세 마리의 모험

“애벌레에 대한 선입견이 조금 무너졌습니다. 늘 징그럽고 느끼한 독을 소유한 생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너무 귀엽네요. ^^ 꿈틀이라면 애완용으로 키우고 싶어요~. 애니메이션도 짧았지만 상큼한 맛을 내는 하나의 맛있는 젤리 같았습니다.”(Play Dreamer)

KT&G 상상마당 1월 우수작으로 뽑힌 애니메이션 <꿈틀이>(2007)는 심사위원들뿐만 아니라 네티즌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다. 3명의 감독 중 김금호씨에게 인터뷰를 청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정작 본인은 “러닝타임이 짧아서 그런 것 같다”고 웃지만 말이다. 2분45초 분량의 3D애니메이션인 <꿈틀이>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재미를 우연히 알게 된 애벌레 세 마리가 신나게 어른들을 골탕먹이다가 꿈틀이 과자를 즐겨먹는 아이에게 걸려 그만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애벌레에 대한 어른들과 아이들의 관념의 차이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김씨는 자신이 언제부터인가 벌레를 끔찍이 싫어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자랐다. 돌이켜보면 그때는 배추벌레의 보송보송한 느낌이 좋아서 아무렇지도 않게 손에 올려놓고 같이 놀곤 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교육을 받으면서 벌레는 독이 있고, 괜히 건드려선 안 된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더라. 지난해까지 다닌 학교가 산속에 있었는데 벌레를 볼 때마다 기겁했다.” 애벌레 모양을 귀여운 애완동물처럼 묘사한 것도 그는 “아이가 징그러운 애벌레를 입에 넣는 장면을 그릴 자신이 없어서”라면서 “고정관념 때문에 우리가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게 비단 애벌레만은 아닐 것이다”라고 덧붙인다.

올해 홍익대학교 애니메이션학과를 졸업한 김씨에게 <꿈틀이>는 남다르다. 제 손으로 모든 것을 만들어낸 첫 번째 작품이기 때문이다. “개인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팀작업에서는 부족한 부분을 다른 사람이 채워주니까 그런 걸 못 느꼈는데 혼자서 하면 못한 만큼, 잘못한 만큼 책임을 져야 하니까.” 이제와서 털어놓는 이야기지만, <꿈틀이>는 아쉬움이 적지 않다. “원래는 4∼5분 정도의 길이로 만들고 싶었다. 구상 단계에선 힘없는 애벌레들이 힘자랑하는 사람들을 골려주는 에피소드도 더 많았다. 그렇게 했으면 더 재밌었을 텐데.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성인들에 대한 묘사도 더 꼼꼼하게 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런데 졸업작품으로 만들다보니 시간이 부족했고 결국 큰 스토리만 남겨두고 다 빼냈다.”

“한번 발 들이면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는” 성격이라는 김씨에게 애니메이션은 어렸을 때부터 허우적대도 한없이 즐거운 꿈의 바다였다. “어렸을 때 본 건 주로 TV만화였다. 그러다 대학 가서 마이클 두덕 드 비트의 <물고기와 수도승>을 봤는데 충격이었다. 스토리를 위한 움직임이 아니라 움직임이 스토리를 만들어내더라.” 계원예술대학 애니메이션학과를 졸업한 뒤 다시 대학을 택한 건 3D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 때문. “2년만으로는 3D까지 배울 수 없어서 편입했던” 그는 “2D 작업은 표현이 자유롭긴 한데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없는 반면, 3D는 움직임을 묘사하는 데 제약이 있지만 오동통한 캐릭터들을 빚어낼 수 있어 장점”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김씨는 애니메이션 회사 입사를 준비 중이지만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개인 단편 작업을 계속할 생각이란다. “사람들은 강한 것을 무조건 추종하고 모방하지 않나. 유행이나 이지메도 그런 성향 때문에 일어난다고 보는데, 동물들을 등장시켜 그런 인간사회를 우회적으로 그려보고 싶다.”

2007 상상마당 단편영화 월우수작

젊은 영화감독의 발굴 및 육성을 위해 KT&G상상마당에서는 매월 3편의 우수작을 선정하여 창작지원금 100만원을 수여하고 있다. 1월1일부터 31일까지 KT&G상상마당 온라인 상영관(www.sangsangmadang.com)에 출품된 44편의 단편영화를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한 결과, 노효두 감독의 <…건너다>, 최은종 감독의 <자유>, 김금호 감독의 <꿈틀이>, 세편이 우수작으로 선정됐다. 우수작은 KT&G상상마당 단편영화 우수작 상영관 코너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