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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대만여성영화제의 도전

남자 감독과 관객에게 더 많은 기회 제공하면서 여성적 방향성은 뚜렷해진 대만여성영화제

대만의 영화제들은 그다지 안정적인 직장을 제공해주지 않는다. 금마장영화제는 지난 4년 동안 수석 프로그래머가 세번이나 바뀌었다. 모두 여성이었다. 대만의 또 다른 중요 영화제이자 중국어권 영화에 힘을 싣는 6월의 타이베이영화제도 올해는 여성 프로그래밍팀이 인수한다. 대만에는 또한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여성주의’영화제이자 역시 변화를 겪고 있는 대만여성영화제(Women Makes Waves)가 있다. 대만여성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와 같은 시기에 열리기 때문에 해마다 나는 스쳐 지나가는 식으로만 참가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대만여성영화제는 재정적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으며 결국 빚까지 짊어지고 말았다. 타이베이의 젊은 여성 관객은 레즈비언 실험영화보다는 <300>을 보는 데 훨씬 더 관심이 많다.

<바이브레이터>

올해는 이사회 임원인 소피 린이 위원장직을 맡았다. 그녀는 지난 2003년 차승재, 정두홍, 히로키 류이치 특별전을 개최한 카오슝영화제를 조직했던 인물이다. 히로키 류이치는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영화를 여러 편 연출한 감독이며, 최고작은 한국에서 2년 전에 배급된 로드무비 <바이브레이터>였다. 그의 최근작 <M> 또한 여주인공을 내세우고 있으며, 주인공을 맡은 배우는 한국계 일본인 모델 ‘미원’이다. <M>에서 묘사되는 여성의 심리는 나에게 그리 진실되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대만여성영화제와 곧 시작될 서울여성영화제는 남자 감독들이 만든 영화를 배제하기 때문에 그곳의 여성 관객은 <M>의 여성 심리 묘사에 대한 자신들만의 결론을 내릴 기회조차 얻지 못할 것이다.

지난해 타이베이에서 열린 대만여성영화제에서 서울여성영화제의 프로그래머 한명을 만났다. 한국의 다른 작은 영화제들처럼 그녀도 10월에 열리는 초대형 부산영화제가 전해 개봉한 많은 양질의 (여성 감독이 연출한) 작품들을 가져가버리는 탓에 강력한 프로그램을 갖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워쇼스키 형제의 레즈비언 스릴러 <바운드>조차 (두 여성영화제에서는) 래리 워쇼스키가 성전환 수술을 하고 난 뒤에나 상영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멋진 일본영화 <스트로베리 숏케이크>를 보면서 여성영화제들의 그런 정책이 얼마나 쓸모없는지 깨달았다. 이 영화는 여자가 쓴 원작 만화에 기반해 여자가 각본을 썼고, 네명의 여배우들이 주연을 맡았다는 점으로 화제가 됐다. 그러나 이 영화에 참여한 여성들의 기여도는 서울여성영화제에서 축북받지 못할 것이다. 단지 남자인 야자키 히토시가 감독을 맡았다는 이유로 상영에서 제외될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제가 열리기까지 아직 6개월이 남았지만, 대만여성영화제의 소피 린은 10월에 개최될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여성영화제에 큰 변화를 가할 예정이다. 티켓을 구매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남자 한명을 무료로 데려올 수 있게 된다. 또 야구경기 입장권을 소지한 남자는 입장권을 무료 영화 티켓과 교환할 수 있다. 그리고 영화가 상영되기 전에 남자 관객은 무료 맥주도 한병 받을 수 있는데, 이는 여자들로 가득한 영화제에서 자신의 남성성을 입증할 수 있도록 남자 관객을 배려해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더 급진적인 것은, 소피 린이 남자 감독이 연출한 여성주의 테마의 영화를 위한 섹션도 열기로 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가족의 탄생>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바람피기 좋은 날>을 포함해 지난 12개월 동안 개봉한 많은 한국영화들 중에서 풍요롭게 상영작을 선택할 수도 있다. 비록 대만의 다른 메이저 영화제들을 여성들이 다 집행한다 하더라도, 올해 대만여성영화제는 분명한 방향과 목적을 가진 영화제로 돋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