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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호주의 일상과 풍광
박혜명 2007-04-24

4월24일부터 5월11일까지 서울과 부산에서 호주영화제 개최

<잔잔한 호수 위의 파문>

제5회 호주영화제가 서울과 부산에서 열린다. 주한호주대사관이 개최하는 이 영화제는 4월2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5월4일부터 11일까지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각각 열릴 예정이다. 상영작은 장편 10편과 단편 14편 등 총 24편. 장편 상영에서는 범죄물, 코미디, 가족물, 멜로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극영화를 접할 수 있고, 단편 상영에서는 2005년 아카데미 최우수 단편애니메이션 후보에 올랐던 박세종 감독의 <축 생일>(2004)과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호평받은 <13번 병동>(2003) 등을 포함한 5편의 애니메이션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영화제의 상영작들은 대부분 2002~2005년 사이의 작품들이다. 히스 레저, 나오미 왓츠, 올랜도 블룸, 토니 콜레트, 샘 닐, 제프리 러시, 휴고 위빙, 존 굿맨 등 영미권 배우들이 보여주는 동시대 호주영화와 호주의 일상을 소박하게나마 경험토록 해줄 기회가 될 것이다(문의: 주한호주대사관 02-2003-0107, www.southkorea.embassy.gov.au).

똑바로 살아라 Gettin’ Square 조너선 테플리츠키/ 2003년/ 102분/ 샘 워딩턴, 데이비드 웬햄, 티모시 스폴

의외의 결말이 흥미로운 범죄물. 누명을 쓰고 8년의 수감 생활을 마친 남자, 자폐 증세를 가진 그의 친구, 전과자의 과거를 씻고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남자가 등장해 범죄조직과 부패 경찰들에 엮여 새로운 ‘건수’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서로 무관하거나 유관한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해 종착지에서 만나는 구성이고, 공권력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가볍게 담겼다. 중년의 전과자 역을 맡은 티모시 스폴의 연기가 뛰어나다. 연애와 섹스에 관한 쿨한 해석을 던진 <베터 댄 섹스>의 감독 조너선 테플리츠키의 두 번째 극장편이다.

어느 일본인 이야기 Japanese Story 수 브룩스/ 2003년/ 107분/ 토니 콜레트, 고타로 쓰나시마

서양 여자와 동양 남자의 짧은 사랑과 이별을 그린 멜로드라마. 강한 성격의 소유자인 지질학자 샌디는 지질학 정보 분석 프로그램을 시험하러온 내성적인 일본인 사업가와 호주의 탄광 지역으로 떠난다. 남자의 고집으로 오지에 들어선 두 사람은 죽을 뻔한 고생을 함께하면서 가까워진다. 그러나 여자가 조금씩 남자를 알아간다고 느낄 무렵 예기치 못한 이별이 닥친다. 조신하고 정갈한 일본인의 이미지, 그에 대한 서구인의 동경과 호기심이 뒤섞인 이 영화는 동양에 대한 오리엔탈리즘적인 관점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호주영화위원회 9개 부문 및 호주 비평가상 5개 부문 등 수상.

잔잔한 호수 위의 파문 The Rage in the Placid Lake 토니 맥나라마/ 2003년/ 90분/ 벤 리, 로즈 바이런, 미란다 리처드슨

‘루저의 자아 찾기’류의 주제를 다룬 코믹드라마. 양성애자 엄마와 무능력한 아버지 밑에서 자유분방하게 자란 플라시드 레이크는 개인의 자유의 의미를 일찍 깨달은 대신 그 때문에 불행한 학창 시절을 보낸다. 졸업식 때 학교 옥상에서 떨어져 입원한 뒤, 그는 대기업에 입사하고 상사에게 잘 보여 승진하면서 “나만의 진정한 삶을 사는 새로운 인간”으로 태어났다고 믿는다. 그러나 오랜 솔메이트 젬마도, 그의 부모도, 플라시드의 변화를 기뻐하지 않는다. 독립영화다운 유쾌한 어조와 미니멀한 프로덕션 안에서 소박한 행복의 진리를 일깨우는 영화.

아찔한 십대 케이트 쇼트랜드/ 2004년/ 106분/ 애비 코니시, 샘 워딩턴, 리넷 커랜

열여섯살의 하이디는 엄마의 애인과 키스를 나누다 들켜 집을 나온다. 무작정 길을 떠난 하이디는 스키 리조트 근처 가게의 점원으로 취직하고 또래 청년을 만나 연인이 된다. 그러나 남자는 곧 그의 곁을 떠나고, 잠시나마 안정적이었던 하이디의 삶은 다시 방황 중에 놓인다. 이 영화는 10대 소녀의 방황의 여정을 감각적인 촬영과 멜랑콜리한 음악으로 묘사한 예쁜 영화다. 연보랏빛과 푸른빛이 도는 호주 전원의 아련한 풍경, 핸드헬드의 클로즈업으로 잡아낸 인물들의 작은 행동과 눈빛들, 고요하면서 반복적인 사운드와 멜로디가 이목을 사로잡는다. 여성적인 감성을 풍부히 담으면서 과장되지 않은 이야기로 10대 소녀의 예민하고 부드러운 정서에 깊이 다가서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2004년 호주 영화위원회상 13개 부문을 휩쓸었다.

더러운 짓거리 Dirty Deeds 데이비드 시저/ 2002년/ 97분/ 브라이언 브라운, 샘 닐, 존 굿맨, 토니 콜레트, 샘 워딩턴

1969년, 시드니 인근 도시 브로큰 힐을 배경으로 한 갱스터물. 베리는 베트남전 발발과 함께 이 도시에 들어온 미군을 상대로 각종 어둠의 사업을 펼쳐 안정적이고 부유한 삶을 살고 있는 브로큰 힐 토박이 갱이다. 그런데 멀리 시카고에서 활동 중이던 마피아들과 호주 이스트코스트 지역 마피아들이 베리의 ‘나와바리’에 눈독을 들이면서 골치 아픈 문제들이 발생한다. 존 굿맨을 비롯해 샘 닐, 토니 콜레트, 브라이언 브라운 등 주연배우들의 면면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적당한 유머, 오락적인 스토리, 복고풍의 기타 사운드를 강조한 그루브한 오리지널스코어와 뮤직비디오 같은 촬영·편집 등 전체적으로 스타일을 강조한 만듦새가 <오션스 일레븐>을 연상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