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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를 만드는 과정 <대일 프로젝트>
이영진 2007-04-27

<대일 프로젝트> 김계중/ 한국/ 2007년/ 62분/ 한국영화의 흐름

당혹스러워 말 것. 스크린에 아무것도 뜨지 않고 내레이션만 흐른다고 해서 영사사고라고 여기면 곤란하다. “한치의 거짓말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말로 운을 떼는 <대일 프로젝트>는 독특한 메이킹 다큐멘터리처럼 보인다. 김계중 감독은 강의하다 알게 된 김대일이라는 학생을 자신의 영화 주인공으로 삼기로 한다. 하지만 그의 손엔 시놉시스조차 없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난감해하는 배우 김대일에게 감독 김계중은 도대체 무엇이 당신을 답답하게 만드냐며, 영화는 함께 만드는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감독은 배우가 이메일로 보내온 짤막한 출연 승낙 의사를 꼬치꼬치 따져묻고, 배우와 나눈 몇번의 인터뷰를 들려주고, 배우가 연출한 단편영화를 제시하고, 배우가 막막함을 뚫고 나갈 몇가지 가능성을 제시한다.

<대일 프로젝트>가 제시하는 건 이게 전부다. 영화는 ‘무엇’이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어떤 관심도 내보이지 않는다. 그저 ‘무엇인가’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줄 뿐이다. 정해진 도착지를 향해 달리는 숨찬 내러티브를 기대했다면 실망할지도 모를 일. 하지만 그러한 관성을 잠시 접어두면 무에서 유를 만들었다는 창조의 과정이 실은 거짓 포장임을 깨닫게 된다. 권력이 개입하는 인식을 도구로 삼는 대신 무한한 대화만을 유일한 동력으로 삼은 이 괴상한 영화를 두고 감독은 말한다. “우리는 단지 영화를 만들었을 뿐”이라고. 그러니 영화를 보고 이렇게 말하자. “우리는 단지 영화를 봤을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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