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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냄새 풀풀 나는 연극무대의 에너지

박광정이 연출하는 연극 <죽도록죽도록> 연습 현장

영화배우가 출연하고 영화배우가 연출하는 연극? 맞는 말이다. 영화배우를 겸하는 연극연출가가 제작과 연출을 도맡고 영화배우를 겸하는 연극배우가 연기한다! 이제 조금 더 정확하다.

연극 <죽도록죽도록>(김은성 작, 박광정 연출. 5월2~9일 대학로 정미소극장)의 열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던 극단 파크의 사무실 겸 연습실은 비대칭 풍경을 띠었다. 조영진, 정해균, 임영식 세 배우의 또박또박 떨어지는 대사들이 에너지의 파고를 줄였다 높였다 하는데 민무늬 연못처럼 잔잔하다 무시무시하게 휘몰아치는 폭풍처럼 극과 극의 자유 변신을 수없이 되풀이한다. 고작 빗자루를 들었다 놨다 들썩이고, 추리닝 같은 옷만 걸치고 왔다갔다 할 뿐인데. 2차원 평면 스크린이 제아무리 THX 돌비서라운드로 중무장해도 살냄새 풀풀 나는 연극무대의 이런 에너지의 매혹을 당해내기 어렵다. 아니, 이런 배우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맛보게 하는 무대가 끊임없이 출몰한다는 게 연극의 수렁 같은 매력이다.

그런데 소박한 마룻바닥 무대를 집요하게 응시하는 배우이자 연출가 박광정쪽으로 눈을 돌리면 차분해서 너무나 차분해서 ‘이거 연출하는 자세 맞나?’ 싶다. “미안하지만”으로 조용히 말문을 열어 들릴락 말락 나직이 뭔가를 수정하는 모습을 보면 더더욱. 그건 숫기가 없어서라거나 권위가 없어서가 아니라 ‘배우 스스로 가장 즐겁게 움직이도록’ 하는 연출론에 기반했을 뿐이다. 연출쪽이 조용할수록 무대는 웃음과 슬픔으로 더욱 끓어오르는 비대칭의 묘미다.

<효자동 이발사>에서 박정희를 연상시키는 통치자로 등장했던 조영진은 글자를 읽을 줄도 모르고, 관을 속편히 침대로 삼아버리는 무적자 근남 역이다. 그를 형님으로 모시는 종해(정해균)는 자신이 대학로 출신임을 떠벌리는 배우 지망생.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원인 모를 웃음병 탓에 거듭 실패한다. 이들은 민속촌 전통혼례 행사의 가마꾼으로 생계를 삼고 있다. 여기에 매일밤 죽는 꿈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트라우마를 지닌 약골 순교(임영식)가 더해 ‘루저 삼총사’를 이룬다. 쓰레기더미 같은 창고에서 희망없는 하루를 살던 이들에게 존재증명 이상을 이룰 수 있는 쇼를 펼칠 기회가 생긴다. 조선시대 형벌 중 하나인 ‘팽형’을 재현해보라는 상부의 지시. 죽었으나 죽지 않는 팽형이란 형벌으로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 죽도록죽도록 연습하는 이들, 그러나 삶이 언제나 그럴듯 희망과 좌절이 자꾸 교차한다. <죽도록죽도록>은 제2회 파크 희곡상 당선작으로 무대에 올리는 창작극으로 2007년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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