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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반쪽>의 감독 잉량
김민경 사진 조석환 2007-05-02

현실을 전한다는 사명감으로

“창작자는 자기 지역의 진실한 상태를 전할 책임이 있다.” <다른 반쪽>은 이제 막 산업화를 시작한 쓰촨성 쯔공시의 진실을 관찰한다. 주인공 샤오펀이 다니는 변호사 사무실 장면엔 쯔공시가 앓는 가정폭력, 고용차별, 가치관의 혼란이 필부(匹婦)들의 언어로 생생히 펄떡인다. 잉량 감독은 실제 변호사 상담실을 찾아가 100여건의 사례를 읽고 실제 상담인들을 인터뷰해 <다른 반쪽>을 만들었다. “이 도시의 삶의 모습을 찾고 싶었다. 지아 장커의 <스틸 라이프> 외의 영화들은 대부분 구체적인 공간을 외면하고 있다.” 감독 자신도 쯔공시의 시민이다. 전작인 <오리를 등에 진 사나이>와 7편의 단편도 여기서 찍었다. 지금의 쯔공시는 감독의 고향인 상하이의 80년대와 비슷하다고. 골목에서 마작을 하며 노닥거리는 삶의 속도도 마음에 들지만, 이곳이 앓고 있는 근대화 초기의 홍역은 감독에게 영감의 원천이기도 하다. 그가 영화에 다큐멘터리와 뉴스 필름을 자주 활용하는 이유는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도 자기 현실을 잊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는 현실을 바꾸는 영화의 힘을 우직하게 믿는 사람이다.

잉량 감독이 쯔공시에 정착한 것은 <다른 반쪽>의 프로듀서이자 인생의 반려자인 아내 펭샨 때문이라고. 충칭대학 영화학부 학생이었던 두 사람은 1학년 첫 작품에서 처음 만나 교제를 시작했다. 아내 얘기가 나오자 잉량 감독의 자랑이 끝이 없다. “PD로서 굉장히 유능하고, 자립심이 대단하고, 위기에 대처하는 임기응변이 정말 뛰어나고, 친화력이 대단…”졸업 후 만든 장편 데뷔작 <오리를 등에 진 사나이>가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 독립영화집단 ‘영화사 90분’이라는 이름도 지었다. <다른 반쪽>에서 남편이 아기를 학대했다고 어설픈 거짓말을 지어내는 여성이 바로 부인 펭샨이다. 생활은 넉넉지 않지만 두 사람은 전혀 불편을 못 느낀다. 그저 좋은 차를 안타고 넓은 집에 안 살면 될 뿐. “우리는 서로 믿고 도우며 살아간다.” 행복한 이 남자는 다음에도 구체적 현실에 천착한 또다른 쯔공시 이야기를 풀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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