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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디지털 배급시대 열리나?
강병진 2007-05-08

메가박스 <스파이더맨 3> 시작으로 디지털 배급 개시 선언, 장비비용과 기술적 안정성은 부담으로 남아

본격적인 디지털 배급시대가 시작된 것인가? 멀티플렉스 체인 메가박스가 지난 5월1일 개봉한 <스파이더맨 3>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디지털 배급을 실시한다고 선포했다. 메가박스는 자체 망 운용센터를 통해 코엑스점, 신촌점, 목동점의 33개 스크린을 포함한 전국 50여개의 스크린에 디지털 배급을 실시할 계획이며 이후에도 언제든지 디지털 배급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어쩌면 머지않아 극장과 배급사를 오가는 택배사의 배달 물품에 필름프린트와 파일이 담긴 하드웨어는 없어질 전망이다.

디지털 배급이란 중앙서버에서 여러 스크린으로 영화파일을 전송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지금까지 촬영에서 후반작업, 그리고 하드웨어에 저장한 데이터를 재생시키는 상영까지 이어져 온 디지털 시네마의 개념에 배급이 포함된 것이다. 메가박스가 <스파이더맨 3>로 첫 시동을 걸었지만, 사실 국내 디지털 배급의 사례는 이미 실험적으로나마 여러 차례 있어왔다. CGV는 지난해 4월 송일곤 감독의 <마법사들>을 5개관에 디지털 전송했으며 올해 초에는 다큐멘터리 <비상>을 디지털 배급을 통해 상영했다. 뿐만 아니라 CGV와 메가박스는 이미 예전부터 광고영상을 통해 디지털 배급을 시험해왔으며 할리우드에서는 이미 지난 2005년 11월, 워너브러더스가 자사 영화인 <유령신부>를 광케이블을 이용해 일본 오사카와 도쿄에 있는 도호의 세 극장으로 전송했다. 말하자면, 이미 예전부터 디지털 배급을 위한 기술적 인프라는 할리우드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구축을 거쳐 시험단계를 마친 상태인 것이다.

비용과 기술적 안정성이 관건

그렇다면 왜 그동안 극장들은 애써 가꿔놓은 시스템을 상용화하지 않았던 것일까? 영화 관계자들은 디지털 배급이 상용화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여러 숙제들이 남아 있다고 말한다. 가장 먼저 풀어야 할 문제는 디지털 배급에 필요한 장비를 누가 투자해야 하냐는 것이다. 디지털 배급의 가장 큰 수혜는 프린트를 제작하는 비용이 절감되는 배급사가 받게 되지만 극장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이나 수익구조 개선에 큰 효과를 거둘 만한 특징이 없다. CGV의 이상규 홍보팀장은 “서비스 측면에서 관객에게 질좋은 화면을 제공한다는 것과 누구보다 먼저 하면 앞선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장점이 없다”고 말했다. 즉 극장 입장에서는 막대한 비용을 써가며 디지털 장비를 설치해야 할 큰 의미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디지털 배급 사업의 연속성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모델이 정착되어야 하는 것이다. 할리우드는 이미 지난 2005년 주요 회사들이 합의하여 장비는 극장쪽에서 구입하고, 배급사는 기존의 필름프린트 제작비에 상응하는 돈을 극장에 지불하여 장비 업그레이드를 지원하는 가상프린트비용제도(VPF: Vertual Print fee)를 마련했지만 현재 국내에는 여러 가지 말들이 오가고 있을 뿐 뚜렷한 합의가 없는 상황이다. 이상규 팀장은 “VPF는 극장이나 망 사업자, 혹은 디지털 장비를 리스하는 산업체 가운데 어느 쪽이 받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고 디지털 시네마 사업을 지원하고 있는 영화진흥위원회 영상전략팀의 이재우씨는 “KT 같은 망 사업자가 먼저 설치하고 리스 비용과 함께 광고전송 비용을 받을 수도 있다”며 “아직 명확한 모델은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이야기했다. CGV는 현재 할리우드에서 개발될 비즈니스 모델을 눈여겨보고 있으며 롯데시네마는 모델 개발에 앞서 지난해 9월 MOU 계약을 체결한 KT와 함께 디지털 네트워크 망 완비에 우선적으로 심혈을 기울이는 중이다.

디지털 배급의 상용화를 주저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난제는 기술적인 시스템의 안정이다. 시네마서비스 배급·유통팀 이원우 팀장은 “요즘은 DI(디지털 색보정)를 한 영화들도 다시 필름으로 떠서 상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한다. 디지털 상영 도중 화면이 끊기거나 사운드가 나오지 않는 등의 사고가 잦아 디지털 소스 외에 따로 필름프린트를 예비로 준비해야 하는 탓에 추가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경우는 또 있다. 몇몇 극장을 제외하고 대부분 제일 큰 1, 2개관이 디지털 상영관이기 때문에 첫주에 흥행이 안 돼서 디지털 영사기가 없는 다른 작은 상영관으로 이동할 경우에도 다시 필름프린트를 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 한편의 디지털 소스를 만드는 데 약 2천만원이 드는데, 이것은 프린트 10벌을 만드는 가격이다. 요즘같이 수익구조가 악화된 상황에서 추가비용이 든다면 우리로서는 의욕적으로 나서기 어렵다.” 기존의 소스를 재생시키는 방식이 아닌 네트워크로 전송되는 방식에서도 시스템을 안정시켜야 디지털 배급의 상용화 또한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스파이더맨 3>가 시금석될 듯

디지털 영화관인 메가박스 목동 M관 전경

이렇듯 여러 가지 숙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디지털 배급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메가박스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메가박스는 이번 디지털 배급에 앞서 특별한 사업적인 모델을 세우기보다는 관객에 대한 질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관리체계가 용이하다는 이유로 먼저 극장 자체적으로 설비비를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가박스 신사도 운영팀장은 “현재 메가박스가 갖춘 디지털 설비는 광고를 기반으로 구축한 것”이라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를 했다기보다는 기본 수입원을 생각하고 선투자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 의미를 더하는 부분은 메가박스 전 지점에서 단 한곳도 필름프린트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메가박스는 그동안 광고전송을 통해 여러 오류들을 검증했기 때문에 제반사고에 대해서도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이번 <스파이더맨 3>의 디지털 상영이 별다른 문제없이 진행된다면 국내 디지털 배급사업은 좀더 빠른 진척을 보일 전망이다. 시네마서비스의 이원우 팀장는 “사고율이 감소되고 안정된 상영이 보장된다면 가상프린트 비용이 기존의 필름프린트 비용보다 저렴한 이상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영진위 이재우씨 또한 “극장들끼리의 경쟁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어느 한쪽이 성공적인 모델을 보인다면 디지털 배급의 상용화는 빠르게 다가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그런 만큼 <스파이더맨 3>의 디지털 배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다른 극장과 배급사, 망 사업자 모두 현재의 진행사업을 재고하는 계기로 삼게 될 것이다. 이제는 스파이더 맨이 국내 디지털 배급사업을 정착시키는 영웅이 될지, 위기를 초래할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디지털 상영관을 늘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신사도 메가박스 운영팀장

-<스파이더맨 3>로 디지털 배급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지. =사실 이전에도 비공식적인 디지털 배급은 더러 했었다. 최근에는 <300>을 가지고 했는데, 그때는 한 극장 안에서만 네트워크를 시험해본 거라 큰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코엑스, 신촌, 목동 등 서울 전 지점 스크린이 모두 포함되었기 때문에 정식으로 가려고 했던 것이다. 또한 기존에는 제작사쪽에서 정해진 상영관 수만큼의 암호 키를 주었는데, 이번에는 <스파이더맨 3>의 제작사인 소니로부터 암호 키를 넉넉하게 받을 수 있었다. 흥행 스코어에 따른 상영관 이동과 증설에도 더욱 편리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제는 디지털 배급이 좀더 실제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디지털 배급 상용화가 더뎌온 이유 중 하나는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기 때문이었다. 메가박스는 모델없이 자체적으로 설비를 투자했다던데. =현재 국내 디지털영화는 좀더 나은 서비스와 산업을 선도하는 이미지를 위해서 극장이 끌어가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은 극장과 배급사뿐만 아니라 네트워크망 사업자와 장비개발업체가 함께 논의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디지털 장비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들은 지금 미국시장에 주력하면서 아시아 시장을 관망하는 중이다. 여러 가지 선례가 나와준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진척이 있을 거라고 본다.

-배급사쪽에서는 기존의 디지털 상영이 여러 오류를 일으켰기 때문에 주저하고 있다고 말한다. =자신있게 시작했지만 우리도 이런 사례를 몇건은 더 거쳐야 안정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사고를 대비해서 여분의 필름프린트를 따로 받고 있기 때문에 이중적인 비용부담이 있지만, 금년 성수기를 거치면 안정성도 검증될 수 있을 것이다. <스파이더맨 3>는 그동안 광고 상영을 통해 0%에 가까운 오류를 잡아냈기 때문에 아예 여분의 필름프린트를 받지 않았다. 이번 디지털 배급이 잘된다면 배급사들이 갖고 있는 선입견도 없어질 것이다.

-디지털 영사시설의 표준화도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외화는 각 영사시설에 맞는 방식으로 마스터링을 해달라고 주문하면 할리우드에서 그 방식대로 넘겨준다. 한국영화는 아직 특정 회사의 마스터링 방식이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표준화에 문제를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마스터링하는 기술로도 모든 영사시스템에서 재생할 수 있는 소스를 만들 수 있다. 극장마다 시스템이 다를 수는 있지만, 상영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첫주 흥행성적 때문에 디지털 상영관에서 다른 관으로 옮겨질 경우에도 또 필름프린트를 제작하는 비용이 들어간다는 이야기도 있다. =극장 입장에서는 디지털 소스가 많다면 디지털 상영관을 늘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지금은 스크린을 넓혀가고 있는 추세고 지방에도 극장마다 2개 정도의 디지털 상영관이 설치된 상황이다. 소스만 많다면 지방에도 디지털 상영관을 3개, 4개씩 늘려갈 수 있다. 한 3년 정도면 추가로 프린트를 제작해야 할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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