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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S] 물과 기름의 양동작전
장미 2007-05-10

<못말리는 결혼> vs <미트 페어런츠> 시리즈

결혼이란 두 사람, 아니 두 집안의 결합을 토대로 하는 의미있는 약속이다. 하지만 때론 물과 기름처럼 결코 섞일 수 없는 사람들이 한판 대결을 벌이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 법. 사돈은커녕 친구가 되기도 힘들 정도로 심말년(조수미)과 박지만(임채무), 버니 퍼커(더스틴 호프먼)와 잭 번즈(로버트 드 니로)는 극과 극이다. 사랑에 빠진 청춘남녀는 한시라도 바삐 가정을 이루고픈 마음에 애가 타지만 부모 허락 없는 결혼이 어디 쉽던가. 이에 왕기백(하석진)과 박은호(유진), 그렉 퍼커(벤 스틸러)와 팸 번즈(테리 폴로)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용감무쌍한 이들 커플이 가족의 반대를 딛고 무사히 결혼식을 올릴 수 있을지. <못말리는 결혼>의 개봉을 맞아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소개한다.

<못말리는 결혼>

<미트 페어런츠>

불운한 커플

못말리는 결혼 가슴성형 전문의 왕기백은 압구정 클럽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부유층 자제. 바지에 오줌을 지린 주제에 정신 제대로 박힌 여자를 못생겼다, 촌스럽다 구박하는 이상한 뇌 구조를 지녔다. 작은 공방을 운영하는 닥종이 공예가 박은호 역시 가풍에 힘입어 와인보다는 복분자를 선호하고 스테이크를 잘라 상추에 싸먹는 고집스런 식성을 고수한다. 만나도 어쩌면 이렇게 만났을까. 사귈 가능성은 물론 마주칠 가능성조차 극도로 희박한 이들은 우연히 패러글라이딩에 함께 오르며 인연을 맺는다.

미트 페어런츠 그렉 퍼커와 팸 번즈는 둘도 없이 다정한 연인이다. 실수연발인 남자를 100% 신뢰하고 아버지와의 관계가 유난히 돈독하다는 점을 제외하곤 뚜렷한 개성이 없는 팸과 달리 그렉은 (남자)간호사라는 직업이나 ‘게이로드 M. 퍼커’(Gaylord M. Focker)라는 본명에서 드러나듯 무한한 개성을 자랑한다. 갓난아이에게 “애스홀”(Asshole)이라는 욕을 주입할뿐더러 생애 첫 경험을 보모와 치르다니 의도했건 않았던 간에 심상치 않은 인물임에 틀림없다.

훼방꾼 부모

못말리는 결혼 과시욕으로 치자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심 여사. “프랑스 과일 아니면 못 먹겠다”, “청국장을 냄새나서 어떻게 먹느냐”고 내지르며 보통 사람 가슴에 생채기를 낸다. 말끝마다 “뻑”(Fuck)을 날리는 럭셔리 심 여사가 전형적인 강남 졸부 어머니인데 비해 개량한복 없으면 못사는 풍수지리전문가 박지만은 “전통”에 목매는 지극히 가부장적 아버지. 아침마다 은호와 태껸을 연습하는가 하면 노래방에선 눈치없이 <해병대 군가>를 열창하고 저녁마다 어깨를 주무르고 과일을 가지런히 썰어 대접하는 딸아이를 “다소곳한 신붓감”이라 칭송하기에 바쁘다.

미트 페어런츠 아들의 이름을 ‘게이왕’이라 지은 담력의 소유자인 버니 퍼커와 로즈 퍼커는 히피 생활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자칭 평화주의자 버니가 자유의지를 옹호하고 동물 사냥에 반대하는 전직 변호사라면 로즈는 세상 모든 이의 성생활에 간섭할 정도로 오지랖이 넓은 섹스치료사. 그렇다면 번즈 일가라고 만만할까. 금발머리를 곱게 빗어내린 디나 번즈(브리디 데너)가 그나마 정상적인 인물인 반면 전직 CIA 요원이자 “인간 거짓말탐지기” 잭 번즈는 어찌나 까탈스러운지. 1편에서 “신뢰의 원” 운운하며 그렉을 의심했다면 2편에선 퍼커가 사람들을 싸잡아 깎아내리며 꼬투리 잡기에 여념이 없다.

배우의 발견

못말리는 결혼 이번에는 영어 욕이다. 욕설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데 능한 김수미는 “뻑”, “크레이지” 등의 영어 단어를 내뱉으며 물오른 코미디 감각을 선보인다. 폭소를 자아내는 부분이 대부분 김수미의 연기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이에 뒤질세라 극중 팽팽한 라이벌 관계를 이룬 임채무 역시 유명한 돼지바 CF의 모레노 심판 패러디를 선사하며 시선을 잡아끈다.

미트 페어런츠 로버트 드 니로에게 이런 면이 있었던가. 규칙에 연연하고 승부에 집착하며 첫째딸을 더없이 아끼고 사랑하는 잭은 드 니로가 선택하지 않을 듯한 캐릭터지만 사실 그에게 맞춤복처럼 딱 어울린다. 더스틴 호프먼은 또 어떤가. 피부를 까맣게 그을리고 알로하셔츠를 걸친 채 아내와 시시덕거리는 버니를 호프먼은 능청스럽게 연기했다.

코믹유발자

못말리는 결혼 우정출연일지언정 윤다훈의 비중은 꽤 크다. 그가 연기한 도장포 주인 박지루는 심 여사의 딸 왕애숙(안연홍)을 언감생심 마음에 두고 뻔질나게 그녀 집을 드나든다. 파리만 날리는 가게 형편으로 짐작건대 사업수완이 형편없는 것 같지만 도움을 요청하는 기백에게 협력을 빌미로 도장 구입을 강요할 때는 용의주도한 면도 엿보인다. 반면 심지 굳은 이라이저처럼 보이나 결국 어영부영 지루의 구애에 넘어가는 애숙은 마음에 드는 물건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하는 쇼핑족. 극도의 쇼핑 욕구는 어쩌면 심 여사 집안의 내력일지도 모르겠다.

미트 페어런츠 오언 윌슨은 짧은 분량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팸이 육체적인 관계에 탐닉하며 사귀었던 옛 애인이자 그렉과 팸의 결혼식에서 주례로 활약하는 케빈 로리가 그가 맡은 캐릭터. 수공예로 조각한 나무 연단을 그렉이 홀랑 태워먹거나 팸에게 남은 미련을 슬쩍 드러낼 때면 가련한 느낌도 묻어난다. 외모로 보나 능력으로 보나 그렉보다 훨씬 낫지만 그렉과 팸의 사랑이 워낙 끈끈해 라이벌의 반열에도 오르지 못하는 비운의 주인공. 원수 사이를 극복하고 요상한 포즈를 취하기에 이르는 퍼커가의 개 모시시와 번즈가의 고양이 징크스, 그렉을 사사건건 궁지에 몰아넣는 잭의 손자 리틀잭의 활약도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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