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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한 갱스터랩의 러시
2001-10-18

<러시아워2>(Rush Hour 2) O.S.T

<러시아워2>는 겉으로 보기엔 동양인과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전면에 내세워 인종적 편견을 넘어서고 있는 듯하지만 성룡이나 크리스 터커를 억지스러운 커플로 붙여놓고 서로를 은근히 조롱하도록 만든 내용을 지닌 영화이다. 물론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말자. 할리우드는 그런 것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 없다. 그저 혼합물이 내는 상업적 색깔에나 신경쓸 뿐이다.

한심한 건, 이 영화는 그 색깔도 그저 그렇다는 사실. 성룡은 어딘지 하기 싫은 액션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딴 건 몰라도 음악은 빵빵하다. 우선 스코어는 랄로 쉬프린이 맡았다. 이 사람은 톱클라스에 속하는 재즈 피아니스트이다. 그러나 그의 것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미션 임파서블>의 메인 테마. 4분의 5박자라는 약간은 기우뚱한 박자의 박진감과 긴장감이 넘치는 기본 뼈대 가락은 20세기 후반에 나온 모든 범죄-형사물 영화/드라마의 테마 중에서 팬들의 머릿속에 가장 선명히 각인된 멜로디일 것이다. 불꽃을 내며 타들어가는 전선과 함께 테마음악이 흐르는 인트로 화면을 누가 잊으랴. 랄로 쉬프린은 1994년에 이 TV시리즈의 오리지널 음악들을 모아 음반을 낸 적도 있다. <러시아워> 1편에서도 음악을 맡더니 또 맡았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특유의 긴장감 어린 스코어로 화면의 흥취를 돋운다. 그러나 이 영화의 스코어보다도 더 음악 팬들의 귀를 잡아끄는 것은 음악적인 분위기를 장악하고 있는 힙합 스타일의 음악. 힙합은 자주, 흑백의 두 주인공을 앞세운 할리우드영화에서 음악적 분위기를 이끈다. 동양계 주인공은 아프리카계 주인공에게 ‘음악’을 내주는 대신 ‘액션’을 주도한다. 이연걸이 등장했던 <로미오 머스트 다이>에서도 그랬다. 이러한 구도는 이제 전형적인 것이 되었다. 왜? 그게 동양계, 아프리카계 양쪽에서 할리우드가 뽑아먹을 가장 상업적인 것들이므로.

특히 이번 영화의 O.S.T는 힙합의 명가 ‘데프 잼’ 레이블에서 발매되어 관심의 초점이 되었는데, 과연 데프 잼과 관련있는 최근 힙합/R&B 계열 스타들을 총망라하고 있다. 첫 트랙부터 데프 잼 소속으로는 최근에 가장 빛을 본 래퍼 중 하나인 러더크리스의 지저분한 입담이 치고 나온다. 러더크리스는 남부 출신으로는 드물게 뉴욕에 본부를 둔 데프 잼과 계약을 한 래퍼. 냇 독이 랩을 도와주고 있는데, 그의 랩도 러더크리스 못지않게 적나라하다. 데프 잼에서 가장 잘 나가는 남성 R&B 싱어로 자리잡은 몬텔 조던의 트랙에 이어 세 번째 트랙에서는 그 유명한 메소드 맨이 욕투성이 갱스터 랩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하드한 랩이 <러시아워> 같은 대중적인 영화의 사운드트랙에 실리다니! 의아해하며 음반 재킷을 보니 ‘부모권고사항: 적나라한 내용’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메소드 맨의 단골 짝꿍 래퍼인 레드 맨은 일곱 번째 트랙에서 뮤지크의 힙합을 피처링해주고 있다. 그 밖에도 드루 힐, 엘엘 쿨 제이, 마시 그레이, 벤지노, 스눕 도기 독 등의 쟁쟁한 이름들이 보인다. 재미난 건 YG 패밀리도 한 트랙 피처링을 해주고 있다는 점.

기본적으로 동양 여자들을 그저 안마시술소의 마사지 걸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이 영화의 시각은 역겹다. 이럴 때는 힙합이 그 저질스러움과 어울린다. ‘비아치!’(bitch) 하고 외치는 갱스터 래퍼들이 이럴 때에는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쩌랴, 태생이 그런 음악이기도 하지. 까놓고 말하면 그게 힙합 매력의 일부이기도 하다.

성기완/ 대중음악평론가 creole@hite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