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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대가의 황홀한 작별인사, <올 댓 재즈>

EBS 5월26일(토) 밤 11시

<올 댓 재즈>는 연극, 영화, 뮤지컬 연출가이자 안무가로 명성을 떨쳤던 밥 포시 자신의 삶을 반영하는 작품이다. 페데리코 펠리니의 <8과 1/2>과 종종 비교되는 <올 댓 재즈>에는 밥 포시의 자유분방한 예술가적 기질뿐만 아니라, 그의 뛰어난 연출력이 곳곳에 묻어난다. 영화는 무대 위와 무대 뒤, 현실과 환상, 뮤지컬과 실제 삶을 자유자재로 가로지르며 천재적인 예술가의 고뇌와 열정, 쇼 비즈니스 세계의 이면을 보여준다. 특히 뮤지컬영화답게, 영화 곳곳에 삽입된 다채로운 뮤지컬 공연 장면들에는 최근 나온 그 어떤 뮤지컬영화들도 범접할 수 없는 동작의 정밀한 합과 거기서 뿜어나오는 에너지가 있다. 카메라는 그처럼 관능적인 몸의 향연을 함께 춤을 추듯, 과감한 동선으로 잡아낸다. “화면을 안무할 수 있다”는 이 대가의 자신감이 그의 작품에서 의미를 획득하는 것이다.

조 기디언(로이 샤이더)은 브로드웨이의 인정받는 연출자다. 기이한 천재들이 그러하듯, 그 역시 술과 담배, 그리고 여자에 빠져 지낸다.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그는 댄서들을 직접 고르고 살인적인 연습에 매달린다. 결국 피로가 누적되고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른다. 그러나 예술가들은 죽음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무심한 듯 행동하면서도 가장 두려움에 떠는 존재들 아닌가? 조 기디언 역시 병원에서조차 남은 에너지를 끊임없이 소모하면서도 남겨진 삶과 작품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그의 몸은 병원안에 갇혀 있지만, 그의 영혼은 몽롱한 환영 속에서 여전히 생명력 넘치는 배우가 되고 연출가가 된다.

영화는 땀이 마를 날 없는 무대 뒤의 훈련과 준비과정을 통해 생생한 현장을 전달하면서도, 약 없이는 버틸 수 없는, 죽음을 앞둔 예술가의 몽환적인 내면을 포착해낸다. 평생 자신의 육체와 영혼을 춤과 노래에 바친 예술가는 어떤 죽음을 꿈꿀까? 밥 포시는 주인공에게서 자신을 보듯, 삶에 대한 미련과 죽음의 슬픔을 말하지만, 죽음의 순간을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공연장면으로 채운다. 아마도 <올 댓 재즈> 후반부의 뮤지컬 장면들은 예술가가 세상에 건넬 수 있는 가장 멋지고 황홀한 작별인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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