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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k By Me] 똑같이 생겨서 슬픈 그대들이여!
이다혜 2007-05-31

영화 속 쌍둥이 열전

추리소설에는 비열한 것으로 손가락질당하는 트릭이 몇 개 있다. 그중 하나가 쌍둥이다. 기껏 알리바이니 뭐니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사람 앞에 “알고 보니까 쌍둥이였지 뭐야”라는 식의 결말은 지탄받게 돼 있다. 공포영화에서의 쌍둥이는 ‘기이한 이미지’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쌍둥이는 아니라 해도 똑같은 사람이 또 있다는 도플갱어 모티브는 그 자체로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기고, 쌍둥이는 어두운 복도 끝에 나란히 서 있는 것 만으로 소름끼치는 경우가 많다. 만일 연애담에 쌍둥이가 들어가면, 경쟁구도가 되면서 신파나 치정극이 되는 일도 있다. <전설의 고향>에서는 한 남자를 좋아했던 쌍둥이 자매 중 동생이 죽고 언니만 살아남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현실의 쌍둥이는 각자 개성에 따라 자기 인생을 사는 독립된 개인이라는 점을 명심할 것. 영화의 이미지를 현실에 끼워맞추려다가 한대 얻어맞는 수가 있다.

5위 <고양이를 부탁해> - 명랑 쾌활 시스터즈

똑같이 생긴 사람이 둘? 두배로 즐겁겠네! <고양이를 부탁해>의 비류(이은실)와 온조(이은주)를 보면 정말 그렇다. 주인공도 아닌 이 두 사람이 잊히지 않는 것도 그래서일 거다. 착하지만 엉뚱한 태희(배두나), 예쁜 깍쟁이 혜주(이요원), 그림을 잘 그리는 지영(옥지영), 명랑한 쌍둥이 비류와 온조는 단짝친구들. 늘 함께였던 그들이지만 스무살이 되면서 각자의 고민이 생긴다. 특히 태희와 지영의 이야기는 스무살을 앞둔 사람들 뿐 아니라 그 시간을 지나온 사람들마저 짠한 감동의 낭떠러지로 밀어뜨렸는데, 이 와중에 비류와 온조는 그저 명랑하다. 어차피 이리 살아도 우울, 저리 살아도 침울한 게 인생이라면 까짓 거 조금 명랑하게 즐긴들 달라질 게 있을쏘냐. 실제 쌍동이인 이은실과 이은주는 외할머니의 끼를 내려받아 개그감각을 타고나, 재미삼아 취미삼아 각종 스타 뽑기 오디션에 출전하다 <순애보>와 <고양이를 부탁해>에 출연했다고.

4위 <역전의 명수> - 쌍둥이라는 이름의 대타 인생 쌍둥이라고 다 같으라는 법은 없다. 그게 쌍둥이의 아이러니 중 하나다. 똑같이 생겼으면 똑같이 착하거나 똑같이 못되거나, 똑같이 똑똑하거나 똑같이 멍청하면 오죽 좋으랴마는, 쌍둥이들은 흔히 생김새 말고는 크게 같은 경우가 거의 없다. <역전의 명수>의 명수와 현수 역시 마찬가지다. 정준호가 1인2역으로 소화하는 이 쌍둥이들은 극과 극이라는 편이 걸맞을 정도다. 2분17초 먼저 태어난 명수와 현수는 일란성 쌍둥이다. 이미 중학교 때 학교를 깨끗이 정리한 1등 건달 명수는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현수에게 늘 억울하게 당한다. 잘난 쌍둥이 동생의 부탁으로 체면 구기면서 여자 뒤처리해줬더니 이번엔 엄마가 현수 대신 군대 가란다. 안 가도 되는 군대지만 엄마 때문에 해병대에 입대한다. 제대하니 건달 시절 저질렀던 실수가 명수의 발목을 잡는다.

3위 <어댑테이션> - 소심하고 게으른 어느 쌍둥이 형의 고백 최근 바이크족 슈퍼히어로물에 출연했던 케서방, 그러니까 니콜라스 케이지가 쌍둥이 시나리오 작가로 등장한다. 놀랍게도 케서방은 지금보다 10살은 더 나이들어 보이는데, 시나리오작가라는 직업적 편견에 걸맞게 펑퍼짐한 엉덩이와 뒹굴거리는 생활습관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체중 증가 덕분이다. 자신이 쓴 첫 작품이자 아카데미 최우수 각본상을 안겨준 <존 말코비치 되기>의 대성공에도 스타 작가 찰리 카우프먼(니콜라스 케이지)은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소심남이다. 뚱뚱하고 대머리인 자신을 누군가 항상 비웃고 있다고 여기고, 조금만 아파도 불치병에 걸린 게 아닌가 의심하며 노이로제에 시달리기도 한다. 게다가 그는 자신이 무능하고 재치없는 작가라는 강박증에 사로잡혀 있다. 특히나 여자에게 인기가 좋은 쌍둥이 동생 도널드가 자꾸 눈에 밟힌다.

2위 <쌍생아> - 쌍둥이 공포물의 절정

쓰카모토 신야라는 이름만으로 오싹한 이미지와 질척거리는 공포를 연상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만만하게 보고 범접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쌍생아>는 공포물 중에서도 특히 음습한 기운이 강하게 느껴지는 영화로, 서양식 슬래셔영화들이 주지 못하는 공포를 안긴다. 메이지 시대 말기, 다이토쿠지 의원의 아들로 장래를 보장받은 유키오(모토키 마사히로)는 아름다운 여인 링(료)을 아내로 맞는다. 링은 어린 시절 화재로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여자로 유키오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다. 그러나 링이 시집오면서부터 집 안에는 무언가 알수 없는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급기야 유키오의 부모님이 의문에 죽음을 당한다. 그때부터 유키오는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한다. 그는 바로 유키오의 쌍둥이 동생 스테키치다. 스테키치는 유키오를 집 안 가장 구석진 곳에 있는 우물에 던져버린다.

1위 <붙어야 산다> - 패럴리 형제와 함께 깔깔깔!

혹시 위 제목을 보고 패럴리 형제가 영화 주인공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주시길. 패럴리 형제는 포복절도라는 말이 따귀 맞고 도망갈 정도인 극강의 코미디 <붙어야 산다>의 감독들이다.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의 정액무스 사건,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의 거구 기네스 팰트로 등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붙어야 산다>의 쌍둥이는 다른 쌍동이들과는 또 다르다. 대개 1인2역으로 쌍둥이 촬영 문제를 해결하는데, 이 경우는 샴쌍둥이기 때문에 서로 얼굴이 다른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란성 샴쌍둥이인 이 둘은 연애도 하고 싶고, 배우도 하고 싶고, 야구도 하고 싶지만 몸이 붙어 쉽게 되는 일이 없다. 이들이 각각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분리하면? 그 결말은 영화를 보고 확인하시라! 큭큭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