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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은 달라도 우리는 영화 친구
사진 오계옥오정연 2007-05-22

한·중·일 영화학교 합작 옴니버스 중 <훔쳐보기>(가제) 촬영현장

주연을 맡은 마사시 엔도(왼쪽 아래)는 일본에서 직접 캐스팅되어 합류했고, 한국 스탭들의 도움으로 캐스팅한 여배우 차수연(오른쪽)은 영화 <별빛 속으로>,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 등에 출연한 신인.

“밥먹었어?” 4월14일 오후 6시, 광화문 사거리 근처 서울관광호텔 710호 앞 복도. 스쳐가는 스탭이 기자에게 던지는 말에 흠칫 놀라 돌아본다. 완벽한 발음, 익숙한 외모의 그들은 도쿄국립예술대학 영상대학원 학생들. 한국 생활 열흘 만에 한 단어, 한 문장씩 배운 한국어가 노트 한 바닥을 훌쩍 넘긴다는 그들이 앞뒤 안 가리고 배운 말을 써먹느라 여념이 없다. 1주일 동안 30분 분량의 단편영화를 촬영하는 힘든 일정에도 불구하고 연출자 요시이 가즈유키, 촬영자 야마모토 다이스케, 프로듀서 시오바라 후미코, 편집 겸 스크립터 요코야마 쇼고, 사운드 담당 야스히로 모리나가까지 다섯명의 일본 학생들은 생생하기만 하다. 대조를 이루는 것은 좁은 호텔방과 복도에 몸을 구겨넣고 노곤하게 숨죽인 한국인 스탭들이다. 한국영화아카데미 23기인 이들은 현지 프로듀서와 조연출, 붐맨, 그립 등으로 바다를 건너온 동료들의 작품을 돕고 있다. 일본어와 한국어, 영어가 섞여드는 이곳은 한·중·일 영화학교의 합작 옴니버스영화 중 한편인 <훔쳐보기>(가제)의 촬영장이다. 한국영화아카데미와 도쿄국립예술대학 영상대학원, 베이징전영학원이 도쿄국립예술대학 개교 120주년을 기념하여, 각각의 학생들이 서로의 나라를 방문하여 사랑과 소통을 주제로 20, 30분 내외의 단편을 완성하는 프로젝트 중 한편에 해당한다. 한국영화아카데미 23기 학생들 역시 이날 일본에서 촬영을 마쳤다.

서울에 출장 온 일본인이 호텔방 TV를 통해 그 방에서 자살한 여인의 영상을 보게 되고, 브라운관을 통해 소통의 순간을 경험하는 과정을 그리는 <훔쳐보기>(가제)는 공포영화를 표방한 멜로영화. 음산한 귀기를 품은 시나리오, 극단적인 롱테이크를 침묵으로 일관하는 스타일 등에서 구로사와 기요시의 흔적이 역력하다. 아니나 다를까, 요시이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 구로사와라고. 공포영화의 제작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발랄했던, 일본은 촬영 중 식사를 도시락으로 때우는데 한국은 식당에서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하는 이 이방인들은 다음날인 15일 고국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