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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폿 인터뷰] 미래의 자식들에게 보여줄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다
김민경 사진 오계옥 2007-07-23

부천영화제 찾은 <M> 배우 미원(美元)

부천영화제를 찾은 남성 제군 모두가 열광했다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 같다. 부천을 걷는 뭇 사람들의 시선을 모조리 사로잡았던 이 화제의 주인공은 히로키 류이치 감독의 <M>에서 열연한 미스 유니버스 일본 대표 출신의 신인배우 미원(美元, Miwon)이다. <M>에서 성매매에 얽혀든 주부 사토코의 참혹한 고통과 이해할 수 없는 욕망을 연기하기 위해서 그녀는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영화를 고민했다. <M>은 올 하반기 한국에서도 개봉할 예정이지만, 조금 일찍 그녀를 만나보자. 미원은 만나면 만날수록 매력적인 사람이다.

-미스 재팬과 패션모델로 활발히 활동 중이었는데, 왜 영화를 시작했나. =패션 일도 즐거웠지만, 아버지와 미래의 자식들에게 보여줄 무언가를 남길 수 없단 생각이 들었다. 그게 괴로워서, 평생에 단 한편이라도 좋으니 영화를 하고 싶었다.

-히로키 유이치 감독의 영화에서 여성들은 항상 수치와 폭력에 노출된다. 첫 영화로 부담스럽진 않았나. =나체를 보이는 게 편안했을 리가 있겠나. 하지만 아무 영화나 찍고 싶진 않았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아버지와 자식들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하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감독님의 전작을 다 찾아봤고, 이분의 영화에서 알몸은 성적 대상이 아니라 마음의 고통을 드러내는 장치라고 느꼈다.

-사토코가 목을 졸리고 칼로 위협당하며 성욕을 느끼는 장면이 있다.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장면은 아닐 것 같은. =어려웠다. 대본을 읽을 땐 이해할 수 없었다. 아마 사토코는 외로움 때문에, 누군가가 자신에게 100% 집중해 있는 상태를 원했기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른다. 극도로 격앙된 상태여서 몸이 공포와 성적 흥분을 혼동했을 수도 있고. 나도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모든 폭력에 반대한다. 하지만…. (한동안 숙고) 그런 관계도 실제로 존재하긴 하니까. 감독님이 자주 하시는 말씀은 “여자를 잘 모르겠다”다. 내 생각에 감독님은 ‘여성은 이렇다’고 주장하고 싶은 게 아니라, 여성을 이해하고 싶어서 여성에 대한 영화를 만드는 것 같다.

-‘미원’이라는 한국식 이름을 쓰는 이유가 뭔가. =돌아가신 어머니가 한국인이다. 모델 중엔 아버지는 프랑스인, 어머니는 이탈리아인, 자신은 중국 국적자, 이런 경우가 많잖나? 처음엔 놀랐지만 그걸 계기로 나도 나의 정체성을 생각하게 됐고, 한국식 이름을 지었다. 이름 덕분에 한국 친구가 많이 생겨서 행복하다. 그리고 내가 키가 170cm가 넘고 피부가 좋고 낯선 사람과 금방 친해지는 것도 다 대구 출신인 ‘하루머니’(할머니) 덕분이다. 아직은 한국말도 문화도 잘 몰라서, 한국분들이 저를 한국 사람으로 받아들여주시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열심히 배워서 언젠가는 한국에서도 활동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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