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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통합전산망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강병진 2007-07-31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실시간 집계 이뤄지지 않고 상영신고의무 면제한 현행 제도에 문제제기

과연 이번이 마지막일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하 통합전산망)에 또다시 제동이 걸렸다. 지난 7월19일, 스크린쿼터문화연대(이하 쿼터연대)는 현장조사 결과 현행 통합전산망제도가 “애초의 취지와는 달리 실시간 집계되지 않고 있으며 통합전산망에 입력된 자료와 실제 극장에서 상영하고 있는 영화정보가 일치하지 않는 사례들을 발견했다”며 “통합전산망제도가 재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쿼터연대는 “이번 조사는 짧은 기간의 제한된 조사였으나, 많은 문제점이 드러남으로써 향후 통합전산망 시스템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를 통해 보완해야 하며 전산망 가입을 전제로 ‘상영신고의무’를 면제해준 현행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대책이 요구된다”고 덧붙여 강조했다.

문제의 핵심은 상영신고의문 면제혜택

통합전산망은 정확한 박스오피스 자료, 영화 마케팅과 장단기 산업동향 파악을 위해 지난 2004년 1월1일부터 시행됐다. 시행 초기에는 “사기업의 영업적인 사항을 정부가 공개하라고 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극장들의 반발로 전산망 가입률이 약 30%에 불과했지만 이후 CGV를 비롯한 멀티체인과 서울시 극장협회가 협상에 응하면서 2007년 7월25일 현재는 전국 영화관의 94%인 253개 영화관, 1735개 스크린이 등록되어 있다. 이번 조사를 담당한 쿼터연대 조사통계팀의 윤형각씨는 “현행 통합전산망처럼 데이터가 익일 오전에 올라오면 그 사이에 극장쪽에서 데이터를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며 “통합전산망 사이트에 상영시간이 불일치하거나 데이터 누락 등의 문제점이 있다는 것은 고의적인 조작 가능성도 염두에 둘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쿼터연대가 궁극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영진위가 전산망 가입조건으로 극장에 준 ‘상영신고의무면제혜택’이 독과점과 무분별한 교차상영과 부분상영을 심화시켰다는 점이다. “영진위가 통합전산망 가입극장에 상영신고의무를 면제해주면서 스크린쿼터 감시가 어려워진 것은 물론이고 단속 주체인 구청마저 통합전산망 자료로 감시를 대신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인 윤형각씨는 “통합전산망이 완벽하면 모르겠지만, 실시간이 아닌 일일등록되는 지금으로서는 상영 다음날 극장쪽에 물어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뢰있고 완벽한 통합전산망, 지향점은 같은데…

쿼터연대의 지적에 통합전산망을 운영하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쪽은 “스크린쿼터 감시가 원활히 될 수 있도록 몇 가지 검증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통합전산망 담당자인 영진위 국내진흥팀 문봉환 팀장은 “오는 8월10일부터 공식 사이트를 통해 스크린별 스크린쿼터 이행일수를 발표할 것이며 데이터 검증 TF팀을 운영하고 시정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적사항 가운데 극장 데이터가 실시간이 아닌 일일등록되고 있다는 점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문봉환 팀장의 말에 따르면 현재 통합전산망은 실시간으로 입력된 데이터를 영진위가 취합하여 익일에 발표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극장이 티켓을 발권한 내용들은 5분 만에 통합전산망으로 입력된다. 하지만 망사업자를 거쳐 오는 과정에서 기술적인 오류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다시 극장쪽에 정보보정을 요구해서 수정하고 있다. 또 영화계에서는 이 자료들을 실시간으로 공개할 경우, 관객의 쏠림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에 다음날 공개하고 있다.” 이와 아울러 “극장의 시간표에는 상영(예정)영화와 시간이 표기되어 있으나 통합전산망 사이트에는 해당 시간의 영화상영이 공백으로 표시되는 경우”에 대해서는 “검증 결과 2, 3명의 관객이 든 회차를 영화관이 자체적으로 누락시킨 것”이라며 “앞으로 이런 문제점을 보이는 극장들을 제어할 수 있는 방침을 세울 것”이라고 답변했다. 보기에는 지난한 갈등 같지만 사실상 쿼터연대와 영진위 양쪽이 소원하는 통합전산망의 이상향은 같은 그림이다. 쿼터연대의 입장에서는 일일이 극장에 가서 스크린쿼터 준수여부를 확인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신뢰있는 정보를 원하는 것이고 영진위는 통합전산망의 시행 초기부터 이어져온 여러 논란들을 잠식시킬 만큼의 완벽한 통합전산망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완벽한 통합전산망을 가로막는 여러 낙석들이다. 일단 신뢰도 높은 정보를 취합하기 위해서는 극장과 배급사, 통합전산망 자료의 일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문봉환 팀장의 말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영진위의 협조에 응하는 일부 배급사외의 자료는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통합전산망에 떨어진 또 다른 낙석은 전산망을 눈엣가시처럼 바라보는 일부 극장들의 시선이다. 이번 쿼터연대의 지적사항에 포함된 극장들은 대부분 대기업의 멀티플렉스 체인극장이 아닌 지방의 소규모 극장들이다. 산업을 주도하는 극장체인의 입장에서는 통합전산망 참여여부가 기업 이미지에 영향을 끼치지만, 산업의 흐름에 크게 발을 담그지 않는 극장들에 통합전산망은 굳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없는 사안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통합전산망 자료가 극장들의 세금징수자료로 사용된다는 인식도 통합전산망을 가로막고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서 문봉환 팀장은 “전산망 시행 초기에는 그런 오해 때문에 지방의 몇몇 세무서에서 자료를 요청해온 적이 있었지만 통합전산망의 시행목적과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정 극장에 대한 현실적인 채찍이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통합전산망의 가장 큰 걸림돌은 데이터를 고의적으로 누락시키는 등의 부정의혹이 있는 극장을 영진위가 조사한다고 해도 별다른 제재를 가할 방침이 현재로서는 없다는 것이다. 영진위는 이를 위해 지난해 통합전산망의무가입조항을 열린우리당의 이광철 의원쪽과 영화인회의가 함께 논의해 영화진흥법 개정안에 포함시키려 했지만, 지난해 12월6일 열린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상임위원회는 의무가입조항을 누락시킨 채 법안을 통과시켰다. 현재는 당시 의무가입조항을 추진했던 이광철 의원실이나 영화인회의, 영진위 모두 재추진 움직임만이 있는 상황이다. 이광철 의원실의 윤지용 보좌관은 “현재는 소강상태이지만 영화계에서 이 문제에 대해 강력한 의지가 모아진다면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영화인회의 부설 한국영상산업정책연구소의 김도학 수석연구원은 “한번 누락되었기 때문에 제작자들이든 투자자들이든 모여서 예전보다 더 많은 의지를 보여야 할 것 같다. 이광철 의원실뿐만 아니라 다른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서 오는 9월 시작되는 정기국회 때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재추진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뚜렷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쿼터연대나 영진위가 원하는 통합전산망의 이상향이 멀지만은 않아 보인다. 영화인회의 최현용 사무국장은 “쿼터연대가 통합전산망의 오류를 지적한 것을 두고 해묵은 갈등이 다시 불거진 것으로 볼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이러한 공론화가 통합전산망의 완벽한 시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점의 타당한 부분은 인정하고 단순 오류는 설명하겠다

영화진흥위원회 국내진흥1팀 문봉환 팀장

-통합전산망 검증 TF팀은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향후에 산업적 통계를 냈을 때, 기계적 오류 외에 다른 부정적인 오류는 없어야 한다는 방침이다. 검증 TF팀을 통해 교차상영이나 불법상영이 이뤄지는 극장들을 감시하고 데이터 변동이나 전산망의 오류가 잦은 극장은 지속적으로 검증할 것이다.

-스크린쿼터문화연대는 영진위가 전산망 가입극장들에 상영신고의무를 면제해주면서 스크린쿼터 감시가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스크린쿼터문화연대와 함께 검증해나갈 것이다. 극장들이 통합전산망으로 보내는 상영신고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만약 지금 상황에서 허점이 발견되면 타당한 부분은 인정하고 단순한 오류는 설명할 것이다.

-현재 영진위가 그리고 있는 완벽한 통합전산망이란 어떤 것인가. =첫째는 지금처럼 입회인 없이도 영화사의 수익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통합전산망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관객 수뿐만 아니라 매출액 정보도 함께 내놓으면서 스크린쿼터 감시도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목표다. 올 하반기 동안 여러 오류 케이스들을 점검한 뒤, 내년 상반기쯤이면 더욱 발전된 형태의 통합전산망이 갖추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개되어야한다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조사통계팀 윤형각

-영화계 일각에서는 이번 조사가 스크린쿼터 축소 이후에 영화진흥위원회의 미온적인 태도를 비판하기 위해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건 아니다. 우리가 원래 하는 일이 스크린쿼터를 감시하는 것 아닌가. 지난 2006년 스크린쿼터 준수여부에 관한 통계조사를 하면서 통합전산망 자료와 실제 극장에서 확인한 자료 사이에 차이가 있는 걸 발견했다. 그 뒤 지난 6월 통합전산망 소위원회가 꾸려지면서 현장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영진위에서는 8월10일부터 스크린별로 스크린쿼터 이행일수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그렇게 되면 스크린쿼터 감시가 더욱 수월해지지 않을까. =감시가 원활해지긴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처럼 통합전산망 자체에 문제가 발견된다면 그 자료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현행 통합전산망을 재정비하고 정확성이 확인되지 않은 이상에는 여전히 극장에 직접 가서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스크린쿼터문화연대가 생각하는 가장 완벽한 통합전산망의 그림은 어떤 것인가. =모든 상영정보와 발권데이터들이 실시간으로 공개되기 바란다. 예매사이트에서도 실시간으로 몇석이 남았는지 확인이 가능한 데, 통합전산망이 실시간 공개를 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실시간으로 모든 게 이뤄지면서 검증작업을 통해 정보의 정확성이 확인된다면 통합전산망의 자료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