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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폿 인터뷰] “영화 연출은 젊음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오정연 2007-08-20

<애프터 미드나잇> 연출한 다비데 페라리오 감독

<애프터 미드나잇>은 깜찍하고 발랄하며 조숙한 코미디다.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삼각관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전지적 시점의 내레이션이 깜찍하고, 작은 우연이 엮여 의외의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내러티브가 발랄하며, 영화박물관 야간경비원인 주인공 마르티노가 흠모하는 온갖 고전영화를 고른 취향은 꽤나 조숙하다. 놀라운 점은 젊은 데뷔감독의 기지로 가득 찬 듯한 이 영화를, 그간 스무편에 가까운 영화를 연출한 51살의 중견감독이 연출했다는 사실. 감독이고 작가이며 사진가에 언론인이고 펜싱선수라는 다비데 페라리오 감독에게 서면으로 질문을 던졌다.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그의 답신은 자신의 영화처럼 친근했다.

-생각보다 나이가 많아서 깜짝 놀랐다. 그간 어떤 영화를 만들었나. =영화 연출은 일종의 젊음을 유지하는 방법인 것 같다. 그간 여러 편의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만들었고 내 소설 중 하나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애프터 미드나잇>의 전작은 포르노 스타의 일생을 다룬 것으로 이탈리아에서 엄청난 반항을 일으켰다. 그 뒤 미국에 진출했지만, 몇년 동안 준비했던 프로젝트가 엎어졌다. 어떤 영화든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사비를 모두 털어 만든 것이 이 영화인데, 만드는 동안 스무살의 자유로움을 느꼈다. 나에게 새로운 시작인 셈인데, 데뷔작의 느낌이 묻어난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영화박물관은 꽤나 근사한 배경이 되어주더라. =영화의 시작 자체가, 바로 내 곁에 있는 영화박물관을 발견한 것이었다. 여태껏 아무도 그곳을 생각해내지 못한 것이 신기할 정도로 환상적인 곳이다. 그 안에서 살 수 있는 사람으로 야간경비원이 주인공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내가 생각한 기본적인 줄거리에 배우들과 매일매일 상의하며 영화를 찍었다. 사실 난 시네필을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제목이나 감독의 이름을 모르는 주인공 마르티노도 시네필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방식으로 영화를 좋아한다. 그에게는 영화가 삶 자체다. 나 역시 그런 부분에서 마르티노와 비슷하고. 19살 때부터 평론가, 극장 매니저, 배급업자로 일하다가 감독으로 데뷔한 것도 꽤 늦은 시기였다.

-무성영화시대의 코미디에 무한한 애정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그 시절 슬랩스틱코미디에는 자유로움과 엄청난 훈련이 있다. 누군가 계단에서 넘어지는 것을 보고 순간 웃을 수 있는, 외면상의 천진함(seeming naivete)도 좋다. 버스터 키튼의 영화를 본 사람은 그의 영화가 놀라울 정도로 잘 계산된 영화임을 알 것이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무척 단순해 보여도 사실 많은 층위의 소통이 이 안에 있다. 하지만 난 고전영화 팬은 아니다. 한 작가를 선호하는 것도 아니고. 이를테면 <섬> <빈 집>을 좋아하지만, 김기덕의 모든 영화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이탈리아의 국립영화박물관에서 촬영한 것인가? 촬영허가를 얻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물론 현실에서 야간경비원이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면 그는 해고될 것이다. 하지만 박물관 사람들은 매우 협조적이었다. 우리는 염격한 규칙에 따라 영화를 찍어야 했고 박물관 문을 닫은 뒤 항상 최소 3명 이상의 박물관 직원이 우리와 함께 밤을 샜다. 일정 비용을 지불하기도 했다. 우리 모두는 밤새도록 영화박물관에 있는 것을 즐겼다.

-IMDb에 보면 펜싱선수이자, 언론인이자, 작가라는 경력이 나온다. 정말 독특하다. =나는 스스로를 진지하게 ‘아마추어 프로’로 여긴다. 분명한 사실은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점 정도. 영화, 다큐멘터리, 소설, 사진, 신문 기사는 모두 고유한 이야기 방식을 지닌다. 대체 누가 그런 걸 알고서 IMDb에 올리는지 항상 궁금한데, 요즘은 펜싱이 가장 큰 관심거리다. 젊었을 때 난 꽤 쓸 만한 펜싱선수였지만 10년 전에 그만뒀다가 최근 들어 다시 시작했다. 9월에는 호주에서 열리는 월드 베테랑 챔피언십에 참가할 예정인데, 그건 꽤 자랑스러운 일이다.

-최근작은 어떤 영화였나. =<프리모 레비의 여정>이라는 다큐멘터리다. 이탈리아에서 지난 1월에, 미국에서는 이번 8월17일에 개봉한다. 1945년 아우슈비츠부터 토리노까지 유럽의 절반을 지났던 유대계 이탈리아인 프리모 레비의 여정을 나 스스로 다시 걸어보는 식이었다. 기본적으로는, 배우가 없는 로드무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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