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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의 시대, 디지털영화의 미래를 꿈꾼다

제11회 레스페스트영화제, 8월24일부터 3일간 열려

90년대 중반, 샌프란시스코의 어느 미술관에서 ‘저해상도영화제’(The Low Resolution Film Festival)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레스페스트가 올해로 11년째를 맞이한다. 스파이크 존즈, 미셸 공드리, 마이크 밀스, 크리스 커닝엄 등을 알린 레스페스트는 뉴욕, 샌프란시스코, 도쿄, 상파울루 등 전세계 45개 도시를 투어하며 디지털의 물길을 튼 영화제다. 한국은 레스페스트 글로벌 투어에 참여한 지 올해로 8회째가 된다. 오는 8월24일부터 26일까지 남산 드라마센터에서 ‘미래를 돌아보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영화제 역시 끊임없이 과거를 갱신하는 과정에서 미래를 보는 디지털 영상미학의 현재를 목격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폐막작인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스캐너 다클리>다. 필립 K. 딕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스캐너 다클리>는 국내에서 DVD로만 출시되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최초로 HD로 상영된다. 이 작품은 마약과의 전쟁이 한창인 근미래의 캘리포니아를 배경으로 더이상 자신의 정체성조차 확신할 수 없는 약물중독자들의 비극적인 삶을 담아낸다. 변화도, 새로움도 없는 삶에 지친 미국의 중산층들이 어둠의 세계를 택한 뒤 점차 파멸해가는 과정이 사색적으로 그려진다. 키아누 리브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우디 해럴슨, 위노나 라이더 등 톱스타들의 대거 출연도 흥미진진하지만, 영화의 재현기법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영화 제작자이기도 한 토미 팔로타는 애니메이션 테크닉 중 하나인 로토 스코핑(실사로 촬영한 뒤 필름을 채색하는 작업)을 전적으로 도입하여, 필립 K. 딕의 암울한 SF세계를 실험적이고 쓸쓸하게 재현해낸다.

음악에 공을 들이는 영화제답게 개막작은 <디렉터스 뷰로 특별전>이다. ‘디렉터스 뷰로’는 뮤직비디오와 광고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제작, 기획사로 약 10년 전 로먼 코폴라와 마이크 밀스에 의해 설립되었다. <디렉터스 뷰로 특별전>에서는 이 회사에 소속된 감독들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데 로먼 코폴라, 마이크 밀스, 소피아 코폴라, 샤이놀라 외 다수의 감독들의 개성 넘치는 솜씨를 엿볼 수 있다. 로먼 코폴라의 작품은 개막작에서뿐만 아니라, 올해 레스페스트가 마련한 <로먼 코폴라 특별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와 소피아 코폴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려진 로먼 코폴라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드라큐라>의 조감독으로 데뷔한 이래 수많은 뮤직비디오와 광고의 연출자로 활약해왔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특히 코폴라 남매와 록밴드 피닉스와의 친밀한 인연이 피닉스의 여러 뮤직비디오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부각된다.

한편, 국내 단편부문에서는 재기발랄한 내러티브를 앞세운 작품 9편이 선보인다. 애니메이션 <허그>(이상희)는 자칫 진부해질 수 있는 가족애에 대한 묘사를 가시 돋친 선인장을 소재로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 극단편 <민요삼총사>(이호경)는 씨름부원을 짝사랑하는 여학생의 좌충우돌 응원 연습기로 소녀 시절의 판타지와 씨름부의 우직한 고전미가 한데 어울리는 사랑스러운 성장기 로맨스다. <도구>(윤용아)는 영화배우이자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방은진이 출연하는 작품으로 좋은 의도로 사용된 도구가 비극의 결정적 이유가 되는 과정을 차분하게 따라가며 이야기의 시작과 매듭에 공을 들인다. 국내 실험, 모션그래픽, 뮤직비디오 부문에서는 작품 13편이 선보이는데, 부문의 성격답게 한편의 깔끔한 광고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들이 포진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나홍진)은 흑백의 슬로모션 화면을 통해 인간군상의 땀을 연결고리로 삼아 다각도에서 자본주의의 모순을 형상화하며, <>(서충원)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적인 손이 만나 만들어내는 컴퓨터 속의 또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이 밖에도 레스페스트의 공인된 인기섹션인 ‘시네마 일렉트로니카’와 ‘락 뮤직 비디오’가 합쳐져서 ‘유튜브 킬 더 비디오 스타’로 새롭게 등장하며, 레스페스트영화제에서 주목받고 있는 해외의 다섯 감독들의 작품을 모아 <5×5: 다섯 레스 감독의 단편 컬렉션>으로 꾸렸다. 또한 짧은 시간, 최대의 효과를 목표로 하는 세계 최고의 광고들, 상업과 비상업을 아우르는 각국의 혁신적인 광고들 59편이 <샷츠 2007 베스트 컬렉션>을 장식한다(문의: www.resfest.co.kr, www.resfe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