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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위의 CF] 수수하지만 노련한 최고의 판매원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광고의 본령에 충실한 CF 두편

하루에도 몇개씩 새로운 제품들이 쏟아져나오고, 하루에도 몇편씩 새로운 CF가 쏟아져나온다. 하지만 이 수많은 CF들 중에 인구에 회자되고 이슈가 되는 ‘히트광고’들은 몇편 안 된다. 히트광고들은 분명 그 이유가 있다. 2006년을 강타했던 돼지바처럼 무지하게 웃기거나, SKY 시리즈처럼 일관된 세련됨이 있거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머리를 때리거나, SHOW처럼 물량공세와 함께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거나, 그도 아니면 모델이 정말 죽여주거나. 이런 히트광고는 대부분 좋은 광고지만 반드시 좋은 광고냐 하면 그건 아니다. 모두 그 CF를 알고는 있지만 정작 어떤 브랜드의 CF였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히트광고들도 종종 있어왔다. 마찬가지로 주목받지 못한 CF들이 광고의 역할을 제대로 못해내는 나쁜 광고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다만 이슈가 되지 않을 뿐, 안 보이게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광고도 얼마든지 있다. 오늘은 주목받지 못했지만 효과만큼은 최고인 숨겨진 CF들을 거들떠보자.

우선 옥시크린 O2액션 CF를 본 적이 있는가? 처음 런칭 때부터 일관되게 해오고 있는 그 CF는 유명 모델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도 없다. 그저 광고하는 제품의 제품력을 실험이라는 포맷을 통해 보여줄 뿐이다. 옷에 얼룩을 엎지르고 한방에 깨끗해지는 모습을 보며 아줌마들이 감탄하는 연기는 조금 촌스러워 보일 정도다. 솔직히 멋진 CF라고 말하기는 좀 어려우리라. 그러나 귀찮다고 손빨래는 안 하면서 늘 좀더 깨끗하게 빨아주지 못하는 세탁기만 원망하는 내게 그 CF는 정말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어서 마트 구경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는 새 그 제품을 쇼핑카트에 담고 있더라는 얘기. 주변 자취생과 주부들 중에 심심찮게 이 제품을 구매해봤다는 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면 나 같은 사람들이 꽤 있나보다. 빨래를 자기 손으로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 CF는 그저 그런 촌스러운 아줌마 광고겠지만 빨래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인상적인 CF다. 광고의 최종 목적이 결국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라면 분명히 제 몫 이상을 해내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 힘은 바로 군더더기를 모두 제거한 정확한 목표와 실험이라는 설정을 통해 주부들에게 제품력을 실질적으로 각인시키는 것에서 온다. 어디서 많이 본 세제 CF처럼 ‘이걸로 빨았더니 깨끗해서 남편이 좋아해요’ 같은 광고였다면 어땠을까. 구매까지 직결되는 힘은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다. 주목받진 못하지만 광고의 역할 그 이상을 해낸 훌륭한 CF다.

그리고 최근 내 눈을 사로잡은 CF가 있었으니 바로 도미노 타이타레 피자 CF다. CF 모델로는 이미 그 생명을 다한 줄 알았던 최화정씨를 불러와 무슨 소스가 어쩌고 날치알이 어쩌고 하는데 그 피자가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꼭 주문해 먹어보고 말 테다! 라는 의지를 불끈불끈 일으키더란 말이지. 그리하여 결국은 주말에 회사에 나와 일하는 동료들을 살살 꼬드겨 그 피자를 먹고야 말았다. 꼬드김이 매우 쉬웠던 건 ‘그 CF 봤어요? 해물 잔뜩 얹은 그 피자’ 했더니 다들 고개를 끄덕이면서 ‘맛있어 보이더라’를 연발하는 바람에 쌀밥에 찌개만 고집하는 부장님도 마지못해 오케이 사인을 냈기 때문이다. 맛에 대해서는 개인적 호불호가 갈렸지만 그 CF가 먹어보고 싶게끔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것에는 의견 합의를 보았다. 도로를 뚫고 튀어오르는 고래가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것도 아니고, 국민 여동생이 사랑의 맛이라 외치는 것도 아니다. 광고적으로 보면 오히려 심심하고 밋밋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요리’라고 말할 정도의 식감을 보여주는 것에는 그 어떤 CF보다도 성공적이었다. 먹는 제품은 역시 재미보다 맛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이 CF는 알고 있는 것이다.

가끔 사람들은 잊는다, CF가 결국은 제품을 팔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꼭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없더라도 목적과 기본에 충실하여 충분한 효과를 거둔다면 그건 좋은 광고다. ‘모든 광고의 답은 그 제품 안에 있다’는 말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