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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의 과거와 현재가 빚어내는 진한 사운드

로이 하그로브 퀸텟 | 9월3일 오후 8시 | LG아트센터 | 02-2005-0114

로이 하그로브는 현대 재즈 트럼펫을 대표하는 연주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특히 그는 윈튼 마살리스 등과 함께 현대 재즈의 새로운 지형도를 만들어낸 인물이기도 하다. 사실 1970년대 재즈와 록을 결합한 퓨전 재즈가 시대 상황과 맞물려 커다란 인기를 얻기 시작해 80년대로 넘어오면서 많은 사람들은 재즈가 대중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본연의 음악적인 면을 잃어간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런 생각에는 ‘재즈는 어쨌거나 흑인음악이다’라는 다소 편협하고 보수적인 생각- 특히 윈튼 마살리스가 그랬다- 이 자리잡고 있기도 했다. 그러나 어쨌건 당시 재즈가 다소 자기 정체성을 잃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 와중에 윈튼 마살리스를 주축으로 재즈가 가장 음악적으로 빛났던 1950년대의 하드 밥 사운드를 재발견하여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키자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그 흐름을 이끈 사람들은 20대 초·중반, 경우에 따라서는 10대 후반의 젊은 연주자들이었다. 그래서 평단은 이들을 ‘영 라이언’(Young Lion)이라 불렀는데 1969년생의 로이 하그로브 또한 그 영 라이언 가운데 한 사람이다.

로이 하그로브는 고교 재학 시절 학교를 방문한 윈튼 마살리스의 눈에 띄어 그의 후원 속에 10대의 어린 나이로 많은 재즈 거장들과의 협연으로 연주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살이 되던 1989년 첫 번째 앨범 <Diamond In The Rough>(1989)를 발표하며 단번에 재즈계의 미래를 책임질 보석으로 떠 올랐다. 이후 그는 젊은 연주자답게 재즈의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과감하고 자유로운 연주로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꾸준한 호응을 얻으며 화려한 스타 연주자의 길을 걸어왔다. 그 가운데 1997년에 발표한 앨범 <Havana>(1997)로 1998년 그래미상 최우수 라틴 재즈 앨범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편 그는 영 라이언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경향이 포스트 밥이라는 스타일로 완전히 정착한 이후인 2003년 ‘The RH Factor’라는 그룹을 결성해 기존의 이미지를 깨고 힙합 리듬이 가미된 현대적 펑크 재즈를 선보여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재즈 트럼펫 연주자 로이 하그로브가 그의 퀸텟을 이끌고 오는 9월3일 월요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에서 공연을 갖는다. 이미 지난 2003년 “Directions in Music 2003”이라는 타이틀로 허비 행콕, 마이클 브레커, 존 패티투치 등의 선배 거장들과 함께 내한하여 공연하기도 했지만 자신이 리더가 되어 내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그는 자신의 트럼펫을 중심으로 색소폰, 피아노, 베이스, 드럼으로 구성된 전통적인 퀸텟 편성으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그리고 공연 내용은 그의 최근 앨범 <Nothing Serious>(2006)가 중심이 될 것이다. 따라서 재즈의 빛나는 과거와 현재의 감수성이 어우러진 진한 포스트 밥 사운드를 만끽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리라 기대한다. 9월3일, 20년가량 활동했음에도 우리 나이로 39살밖에 되지 않은 젊은 거장의 연주에 한번 귀를 기울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