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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정진영, 김상호, 장근석] 유쾌한 네 남자의 무한도전

<즐거운 인생>의 김윤석, 정진영, 김상호, 장근석

이토록 유유자적한 남자들이라니. 구겨진 바지와 티셔츠에 슬리퍼나 샌들 따위를 신고 나타난 정진영, 김윤석, 김상호는 겉모습부터 한껏 느슨해 보였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장근석조차 소파에 기댄 자세만큼은 무척이나 편안하게 느껴졌다. 이준익 감독의 신작 <즐거운 인생>에서 활화산 밴드가 뿜어냈던 열정은 그저 신기루였을까. 오해를 간파한 듯 농담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하게 진행된 인터뷰 중에는 활화산 밴드로 직면했던 고생과 분투가 한껏 묻어났다. 무엇보다 전자기타 줄 한번 진지하게 튕겨본 적 없고 드럼 스틱 한번 모질게 잡아본 적 없었던 이들의 손에는 물집과 상처의 흔적이 수훈처럼 남아 있었다(책임감만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그들은 “마치고 술 마시자”는 애초의 약속에도 그날 역시 <윤도현의 러브레터> 출연을 준비해야 한다며 홍대 연습실로 총총히 나섰다). <즐거운 인생>에서 활화산 밴드가 들려주는 모든 곡을 스스로의 손으로 연주해낸 이들에게 더이상 두려울 것이 있으랴. 게다가 사진 촬영을 위해 의상을 갈아입자 이게 웬걸. 네 남자는 <터질 거야>를 불러젖히는 장난기 가득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록밴드로 딱 변해 있었다. 보컬 현준(장근석), 기타 기영(정진영), 베이스 성욱(김윤석), 드럼 혁수(김상호). 아버지의 죽음을 딛고, 40대 가장의 두려움을 이기고 음악을 향한 꿈을 되찾은 활화산 밴드의 멤버들을 소개한다.

# 활화산 밴드를 결성하다

김윤석; <타짜>가 끝나고 나서 들어오는 시나리오 수가 많이 늘어났다. 대다수가 굉장히 센 역할이더라. 근데 난 사실 아귀 같은 역할을 자주 하고 싶은 마음은 없거든. 장르적인 강렬함이 매혹적이지만, 그걸 일상적인 레퍼토리로 둔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와 가까운 여건의 사람을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이 작품이 온 거다. 40대 가장이고 애도 있는 게 나랑 일치하고. 거기에 플러스 음악인데, 내가 연주는 안 해도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거든. 옛날에 라이브 카페도 했었고, <지하철 1호선> 할 때 라이브 밴드랑도 맞춰봤고.

정진영; 난 뭐 원래 이준익 감독님하고 다음 작품 하기로 했기 때문에 야 이거다, 해서 했다. 백수고 기타치는 역할이라기에 재밌을 거라 생각했다. 평소에 술 먹고 통기타 띵가띵가하고 그러니까 악기 배워보면 재밌을 줄 알았는데 크게 잘못된 생각이었지. (웃음) 하도 고생을 해서 마지막 장면 끝나고는 기타를 쳐다보기도 싫었다. 근데 시간이 좀 지난 다음에, 다시 잡아보니 좋더라. 부담이 없어서 그런지 이제 좀 신이 난다.

김상호; 난 대본 들어온 게 하나밖에 없었다.

김윤석; 거짓말하지 마, 임마. 너 <뽀뽀뽀>랑 다 들어왔었잖아! (좌중 웃음)

김상호; 지방에서 다른 영화를 찍고 있는데, 점심때 윤석이 형한테 전화가 와서 야 지금 너한테 전화 하나 안 갔니, 물어보는 거다. 왜요, 하니까 내가 지금 어디 미팅을 갔다 왔는데 거기에 네가 이야기되고 있더라, 하더라. 그래서 매니저에게 알아보라 해서 시나리오를 받았다. 읽으면서 눈물이 났다. 다 읽고나서 그날 저녁에 바로 “다른 스케줄 다 엎어라. 이걸로 가자!” 그랬다. 그만큼 좋았으니까.

장근석; 나는 예전에는 그저 TV에 나오고 웃음을 줄 수 있다면 됐지 뭐, 하는 식으로 큰 목표의식 없이 활동했었다. 그러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연기하고, 뮤지컬 무대에도 오르면서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게 됐다. 정말 순수한 열정이 활화산처럼 불타오르고 있을 때 운좋게 감독님을 만날 수 있었던 거다.

# 음악과 놀다, 사람과 놀다

정진영; 나는 원래 록을 안 들었다. 전자음을 싫어했다. 꼭 음을 비틀어놓는 것 같고, 막 자유 어쩌고 하는데 나는 퇴폐로밖에 안 보이더라고. (좌중 웃음) 근데 이번에 홍대 클럽에 가서 연주하는 걸 보고 연습을 하다보니 조금 맛을 알겠더라. 이게 음을 망가뜨리는 게 아니라 음을 해방시키는 거더라고. 우리 가르친 선생님들이 다 공연하는 친구들이고, 카페 사장이니 어울렸던 사람들이 전부 홍대 앞에서 진치고 있는 양반들인데, 함께 술 먹고 이야기해보니 그리 난리스럽지 않더라. 아주 소박하고.

김윤석; 크랭크인하기 전에 한달 반 정도를 홍대에서 집중적으로 연습했는데, 연습실 문이 이중이다. 닫고 또 닫고 하면 꼭 감금된 듯한 느낌이 든다.

김상호; 정말 안 열려, 그 문이. 온몸으로 밀어야 해. (웃음)

김윤석; 홍대라는 데가 땅값이 비싸서 연습실이 굉장히 좁은데 등 뒤로 스피커를 대고 벽 보고 연주를 계속 하는 거다. 감옥이지 감옥. 그렇게 각자 방에서 연습을 하고 나와서 조금 큰 방으로 이동 수감을 해서 합주를 했지. (좌중 웃음)

장근석; 보통 하루 7시간을 연습했는데, 한번은 토요일이라 빨리 나가 놀고 싶어서 3시간만 했다. 바로 연출부에서 전화오더라. “근석씨, 오늘은 3시간만 하셨네요?” 바로 차 돌려서 연습하러 갔다. (웃음)

김윤석; 사실 이게 숙제지 않나. 언젠가는 이 장면을 찍어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되질 않으면 소리가 안 나니까. 한 3시간 하고 나와서 술 한잔 하다가도 다시 생각이 나니까 돌아가서 연습하게 되더라. 나중에는 우리 세 사람 다 손이 아작이 났다. 꼭 발뒤꿈치처럼 됐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중에 우리 음악 선생하던 애들도 고백하던데. 처음에는 이런 마음이 많이 들었다더라. ‘되겠어? 한달 반을 배워서 그 장면을 찍겠어?’ 하고. 다들 놀랐지. 이 사람들, 끈기있네. (웃음) 홍대에서 연주하는 젊은 친구들이 악기를 가르쳤거든. 20대 후반.

정진영; (음악 선생 중) 민제랑 동준이는 후카 하이트. 드럼의 태호는 재즈하는 팀.(이어픽의 이근호도 기타 선생이었다.)

김상호; 재즈팀 이름은 라베 타나. 우리나라 말로 창문이고. 스페인어인지 뭔지 그래.

김윤석; 사실 영화에서 우리가 직접 연주를 하긴 하지만, 음악하는 사람들이 봤을 때는 걸음마를 뗀 수준 아니겠나. 그나마 우리의 가장 큰 장점은 네 사람 다 음악을 좋아한다는 거다. 그러니까 7시간 연습을 견뎌낼 수 있었던 거고. 물론 우리 때가 낭만적인 캠퍼스는 아니었지만, 대학 시절에 통기타 튕기면서 노래하는 건 해봤었지.

김상호; 저는 중졸입니다. 대학을 못 가서 통기타 못 잡아봤습니다. 죄송합니다. (좌중 웃음) 대학에 갔다면 통기타 아니더라도 화염병이라도 잡아봤을 텐데. (웃음) 나는 태진아 아저씨 노래를 좋아한다. 그 아저씨 노래는 축제 같다. 신나 신나. (웃음)

장근석; 내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음악을 통해 선배님들과 가까워질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연기나 경력에서 상당히 큰 차이가 나는 선배님들인데, 함께 밴드를 하면서 정말 0에서부터 같이 배워간 거다.

정진영; 사실 젊은 배우들을 잘 모른다. <황진이>도 못 봤고. 이준익 감독님이 근석이 사진 보여주면서 얘 캐스팅됐는데 되게 예쁘지, 하셔서 그때 봤다. (웃음) 아주 연기를 잘한다. 아역부터 해온 친구고, 그 속에서 스스로 노하우를 쌓아왔을 거고. 한편으로 아역 출신의 배우들이 굉장히 불쌍한 게 또래들이 하는 경험을 놓치고 살지 않나. 그래서 한번은 근석이에게 내가 술 심부름을 시켰다. 일부러. 자정이 넘었는데, 편의점에 직접 가서 술 사오라고 했다. 그런 삶의 경험들이 근석이한테 필요한 것 같다. 사실 누가 장근석이를 한양대 앞 편의점에 내보내겠어. (웃음)

김상호; 나는 처음에 근석이를 보고 얘 뭔가, 싶었다. (좌중 웃음) 아니 머리를 무슨 독수리 부리처럼 해가지고. (웃음) 나중에 작품 들어가면서 머리를 깔끔하게 자르고 왔는데, 애가 달라 보이는 거야.

김윤석; 정말 그랬어.

김상호; 현장에서 보면 아주 여우같이 잘한다. 영악하고 눈치도 빠르고.

장근석; 세대 차이 말씀들을 많이 하시는데, 사실 그런 걸 떠나서 나이 차가 크고 경력도 화려한 선배님들을 보면 수용적인 자세와 방어적인 자세가 같이 나온다. 이번에도 사실 그런 마음으로 출발했었다. 그러다 한번은 다 같이 술을 마시고 기타를 잡고 노래하면서 인생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선배님들이 자기 인생 이야기를 다 해주시고, 나도 처음으로 내가 추구하는 것들을 말씀드리고. 그날 밤부터 선배님들을 형님으로 부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제 세대 차이, 부담감은 전혀 못 느낀다.

김윤석; 으허허허, 우리 너무 아름다운 사이인 것 같아. (좌중 웃음)

김상호; 한번은 내가 드럼을 치고 있고, 세 사람이 앞에 서 있는데 고향의 형제들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 사실 우리 포지션이 절묘하다. 한국영화에서 이만한 앙상블을 찾아내기가 가까운 미래에는 힘들지 않을까. 진영이 형이 여기 큰형처럼 있다. 밑에 둘째형처럼 윤석이 형님이 있다. 그리고 내가 있고 근석이가 있고. 우리는 인터뷰를 하다보면 꼭 북한 사람 같다. 계속 우리는 행복해요 행복해요~. (좌중 웃음)

# 남자들은 꿈을 꾼다

김윤석; 젊었을 때는 연극에 정말 미치도록 빠졌었다. 그때 우리가 열광했던 것은 베케트, 이오네스코, 카프카 같은 인간의 근원을 탐구하는 작품들이었는데, 작품 분석만 6개월 가까이 하고 그랬다. 공연 뒤에 개런티를 5만원, 10만원 받았지만 그래도 행복했었지.

정진영; 역시 가장 순수했던 건 20대 후반에 연극을 한창 열심히 할 때였던 것 같다. 나는 연극을 오래는 못했는데, 그 뒤로도 한동안 괴로웠다. 내가 왜 그때처럼 못하지, 하는 생각에. 그 질문을 안 하게 된 게 결혼한 다음부터인 것 같아. 지금 생각해보면, 대상은 연극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젊음이었다는 생각도 들어. 세상 경험 덜하고, 보이는 것도 없고, 그냥 이 자리, 여기가 제일 뜨거웠던 게. 결혼하고 나서는 뜨거운 것이 싫다. 큰일난다 뜨거우면. 다 타면 없어지는 무엇이 되니까. 그러고보니 우리 영화가 맞는 거네. (웃음)

김상호; 영화를 본 사람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 그럼, 넌 꿈을 위해 현실을 포기할 수 있냐고. 나는 역설적으로, 그럼 꿈이 왜 현실이 될 수 없습니까, 질문한다. 꿈은 멀지 않다. 자기가 정말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게 꿈이지.

정진영; 난 이 영화가 판타지가 아니라, 불온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아니 꿈이 있어서 어떡하란 말이야. 먹고살아야 하는데 밴드를 하자니. 사실 이 영화는 굉장히 시비를 많이 걸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게 판타지로 보인다는 건 오히려 저건 현실이 아니야, 라고 생각해서가 아닐까. 과연 이들의 모습이 꿈을 성취한 40대 남자들의 대표가 될 수 있을까? 내겐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이준익 감독이 만드는 영화라서 그런지 편안할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

장근석; 며칠 전에 시사가 끝나고 어느 매체에서 이런 말을 했더라. <즐거운 인생>은 현실적인 탈을 쓰고 있지만 결국은 판타지로 끝난다고. 하지만 나는 이 영화가 현실적이니 비현실적이니를 떠나서, 당신은 지금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 물음을 던지고 있다고 본다. 관객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자문할 수 있는 계기를 주는 거다.

김윤석; 내 생각에는 비주얼적인 것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우리가 옷을 이렇게 입고 무대 위에서 라이트 받고, 객석에서 환호하고 중독성 강한 멜로디가 나오고. 하지만 과연 이 남자들이 계속 행복할 수 있을까. 음악을 하고 밴드를 해서 세 사람이 농심라면처럼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행복하게 살았다, 난 그렇게 생각한 적 없다. 단지 우리 마누라가 공연장에 와준 거는 좀 간지럽고, 아, 할리우드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그런 거 아닌가 하는 느낌은 있었지만, 나머지 부분에서 판타지적이라는 것은 잘 모르겠다.

정진영; 처음에 감독님이 대본 쓸 때 그런 고민을 하셨다고 하더라. 여기 나오는 여성들이 대상화되거나 주체적이지 못한 인간으로 보이는 것 같다고. 나는 한편으로 이게 이준익 감독님 작품이기 때문에 그런 혐의가 짙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사람이 항상 마이너리티의 정서를 그려왔기 때문에 이 영화도 그런 눈으로 보게 되는 것 같다. 사실 40대 남자가 아무리 우울하고 힘들게 살아도 마이너리티로 안 보일 수 있다는 게 우리 시대의 문제 아닌가. 예를 들어 노동자, 사용자로 비유를 들자면, 아주 꾸리꾸리한 사용자 3명이 있다. 하지만 남자이기 때문에 이 상황을 노동자 입장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거지. 이 영화를 페미니즘적인 시각에서 보면 분명히 문제제기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 본다. 하지만 그런 부분들이 감독님이 원래 말하려고 했던 것들, 열정 같은 것에 배치된다는 게 좀 서운하더라. 꼭 성정치학으로 해석해야 하는 영화인가 싶고.

김윤석; 성욱의 집안을 이야기하면서 감독님이 섹스리스라는 말을 했었다. 부부생활을 안 한다는 건 분명히 속에 있는 대화를 진솔하게 내놓지 않는 상태라는 거다. 또 세 남자 중에 우리집이 제일 크다. 나는 그렇게 정했다. 회사 잘리기 전에 사람들이 노리는 40평대 아파트를 잡았는데, 대출금을 갚아야 할 상황인 거다. 와이프랑 뭔가 결정을 내렸겠지. 생활을 축소하느냐 이걸 버티느냐. 이건 순수한 내 경험인데, 우리 동네에 두산 위브가 있고 현대 아이파크가 있고 임대아파트가 있는데 어떤 여자들은 임대아파트 사는 애들하고 자기 애들을 못 놀게 한다더라. 그런 심정이라면 40평에서 20평으로 가는 것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경제적인 여건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과도한 자존심, 가부장적인 잔재가 남아 있는 인물로 성욱을 표현하고 싶었다.

장근석; 보면서 눈물을 흘렸던 장면이 있다. 세 친구가 아카펠라를 하면서 카센터에 등장하는 장면. 현실의 짐들을 벗어던지고 가장 순수한 자기 모습을 보고 즐거워하는 아저씨들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뒤통수를 맞은 듯한 전율이 왔다. 내가 40대가 됐을 때도 굉장히 시련이 많을 텐데 저렇게 순수한 순간을 맞을 수 있을까. 20년 뒤에 내가 저렇게 행복하고 무언가에 미쳐 있을 수 있을까.

# 즐거운 배우 인생을 위하여

김윤석; 요새 들어 내가 찾은 기쁨 같은 건, 내가 모르는 얼굴을 발견하는 거다. 어, 나한테 저런 표정도 있었네. 막 강렬하고 그런 건 전혀 아니고 아주 미미한, 남들은 못 느끼고 본인만이 알 수 있는 변화인데 그게 너무나 좋다. 이 속에서 뭔가 다른 것이 올라오고 있구나, 하는 기분이 든다.

정진영; 난 촬영 계획표 받을 때가 제일 신난다. 어느 날 뭐 찍고, 어느 날은 뭐 찍고, 그런 계획표를 딱 받으면 뿌듯해.

김윤석; (고개 끄덕이며) 맞아, 맞는 말이야.

정진영; 근데 막상 찍으려면 이제 겁나. (웃음)

김윤석; 예를 들어 촬영이 부산에 잡혔는데, 25일, 27일, 29일에 있다. 26일, 28일은 비잖아. 그러면 부산에서 땡땡이 깔 수 있잖아. 집에 안 가고. 그게 정말 좋다.

정진영; 그거 아니야, 임마. (좌중 웃음)

김상호; 나는 촬영이 끝나고 차타고 집에 갈 때 자주 후회가 된다. 그런 감정이 안 들 때가 좋다. 연기를 할 때 너무 감성만 있어도 안 되고, 이성만 앞서도 안 되고 두 가지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데, 그게 맞아떨어졌을 때의 무아지경 상태가 있다. (웃음) 그런 때 후회가 없는 거다.

장근석; 나는 사실 배우라는 소리를 들은 지 얼마 안 됐다. 그래서 사람들이 내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저 배우가 진심으로 하고 있구나, 이야기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황진이> 찍을 때 많은 분들이 그렇게 말씀해주셨는데, 정말 행복했었다.

정진영; 다음 작품도 이준익 감독님이랑 하기로 됐는데, <님은 먼 곳에>라고 10월에 촬영 들어간다. 거기도 밴드가 나온다. 내가 밴드 단장인데, 이번 영화랑은 전혀 다르고 악역에 가까운 인물이다. 베트남전이 배경이고, 돈 벌러 간 밴드라 음악인이라기보다는 협잡꾼에 가까운 인물이다. 아주 찐한 영화가 될 것 같다. 근데 이번에는 색소폰을 불어야 된다. 첫날 색소폰 받아서 한번 불어본 다음에 아, 내가 왜 이랬나 싶더라. (웃음) 지난주에 악기 연습 들어갔는데, <즐거운 인생>에 이어 새로운 2기 멤버들이 지금 연습실에서 북을 잡고 괴로워하고 있다. (웃음)

김윤석; 난 지금 하정우랑 <추격자> 찍고 있다. 실은 어제도 밤새고 왔다. 내용은 말해줄 수 없지만 굉장히 핫하다. <즐거운 인생>하고는 반대로 굉장히 하드한 이야기다.

김상호; (진지하게) 나는 차기작이 없다.

정진영; 상호는 지금 다 거절하고 있는 거다. 큰 거 하나 잡으려고.

김윤석; 돈이 안 맞아가지고.

김상호; 아, 진짜로 들어온 게 없다니까.

김윤석; 곧 <무한도전>에 나오지 않을까 싶다.

김상호; 정말로 나 <무한도전> MC 하고 싶다. 안 불러주나 한번. (좌중 웃음)

장근석; 나는 일단 12월에 <기다리다 미쳐>가 개봉할 거고, <도레미파솔라시도>도 촬영 다 마친 상태여서 곧 개봉할 거다.

김상호; 나는 목표가 많은데, 그중 하나가 죽을 때 웃으면서 죽는 거다. 그때 내가 웃을 수 있는 방법은 지금 최선을 다해 사는 거다. 오늘 인터뷰 끝나고 차 타고 가면서 죽을지 5분 뒤에 사고나서 죽을지 노망나서 죽을지 알 수 없는 거지만, 내가 그렇게 살았다면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내 아들한테 야, 아버지 자알~ 살고 간다, 잘 살아라,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김윤석; 노망 들면 그런 말 못한다. 정신이 없거든. (좌중 웃음)

장근석; 난 지금 너무 행복하다. 무엇보다 어느 자리에서도, 어느 누구 앞에서도 저는 행복합니다,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어서인 것 같다. <즐거운 인생>에 나오는 아저씨들처럼 40대가 되건, 60대가 되건 내 자신이 행복하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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