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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형식의 한계를 깨다

9, 10월 두달간 매주 수요일 열리는 ‘다큐플러스 인 나다’

다큐멘터리와 관객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기획된 ‘다큐플러스 인 나다’ 두 번째 프러포즈가 준비되었다. 두달 간격으로 진행되는 다큐플러스 인 나다의 프로그램들은 매주 수요일 오후 8시20분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에서 상영된다. 9, 10월 프로그램의 컨셉은 ‘경계에 선 다큐멘터리’로, 다큐멘터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흔드는 영화들이 마련되었다. 이 영화들을 보면 극영화는 ‘허구’이고 다큐멘터리는 ‘사실’이라는 이분법의 한계효용이 점점 낮아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다큐의 형식을 차용한 극영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두 형식인 다큐와 애니메이션의 결합, 다큐와 픽션의 혼재 등 다양한 방식으로 다큐는 재창조되고 있다. ‘페이크다큐’ 형식을 차용한 <목두기 비디오>는 인터넷으로 상영되었을 때, 네티즌이 실화인 줄 착각했다는 후일담이 있다. 몰카 화면에서 귀신의 형상과 목소리가 발견되자 그를 추적하는 내용을 담은 이 영화는 촬영이나 편집 등에서 텔레비전 추적 프로그램 유의 형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출연진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에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단골 성우의 해설까지 덧붙여지니 사실 같은 느낌은 한층 강화된다. <고추말리기>는 장희선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큐 형식으로 풀어놓은 영화이다. 늘 가사에 시달리는 칠순을 넘긴 할머니와 바깥일에 바쁜 활달한 성격의 엄마, 영화를 한다면서 집에서 뒹구는 딸은 서로의 삶을 이해하지 못한 채 항상 불만을 토로한다. 이들 세 여자가 9월이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할머니의 연중행사 ‘고추말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쌓인 벽을 조금씩 허문다. <택시 블루스>에서 한평 택시 안은 천태만상 서울을 비추는 만화경이 된다. 승객들은 택시에 오르기 전 거쳤던 장소의 온갖 냄새를 안고 와서는 세상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를 강변하고, 은밀한 사생활을 털어놓는가 하면, 막무가내 주사를 부리기도 한다. 이들의 모습을 조각이불처럼 누벼놓은 이 영화에서 우리는 요지경 속 서울을 발견할 수 있다. 다큐와 픽션이 결합된 중국영화 <당신의 물고기는 안녕하십니까?>는 시나리오작가가 구상한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만드는 시나리오작가의 일상이 뒤섞인 몽환적이며, 자기 반영적 영화이다. ‘나’는 20년 전 중학교 교과서에서 읽었던 중국의 최북단 ‘모헤’에 관한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한다. 모든 것이 꽁꽁 언 모헤는 버스도 도서관도 레스토랑도 없는, 20시간 동안 해가 떠 있기도 하는 신비로운 곳이다. <록큰롤에 있어 중요한 것 세 가지> <외딴 섬, 모켄> <자정 1분 전>은 중단편 모음으로 묶여 하루에 상영된다. 전설적인 일본 록큰롤 밴드 <기타 울프>의 내한 공연 과정을 찍은 <록큰롤에 있어 중요한 것 세 가지>는 독특하다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밴드 구성원들의 정신세계와 언행을 유머러스하게 담아낸다. 로큰롤에 있어 중요한 세 가지는 ‘가오’, ‘근성’, ‘액션’이라고 주장하는 이 밴드는 그들의 모토에 딱 맞는 삶을 살고 있다. 단지 “건방지다”는 이유만으로 멤버를 뽑는 밴드는 세상에서 유일무이할 것이다. 안다만 해의 작은 섬 모켄으로 여행을 떠난 게이 청년 보르의 이야기를 담은 <외딴 섬, 모켄>은 시종일관 경쾌한 분위기로 진행되지만 문명, 자본에 침식당하는 자연과 원주민들의 모습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상영시간이 13분인 <자정 1분 전>은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이다. 약 1분 정도씩, 호주 노인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애니메이션으로 구성하였다. 각각의 내용에 맞는 독창적인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이질적인 두 형식을 매끄럽게 조화시켰다. <시테 솔레이의 유령>은 마이애미비치에서 두 시간 정도 비행거리에 위치한 아이티 공화국에 살고 있는 갱단의 리더이자 래퍼인 형제 투팍과 빌리를 화면에 담고 있다. 정치적 분쟁이 끊이지 않는 아이티는 유엔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지목되었다. 투팍과 빌리는 아이티의 슬럼가 시티 솔레이에서 “신만이 알고 있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얼굴없는 것들>의 김경묵 감독은 웬만한 포르노그래피보다 충격적인 이 다큐에서 맥락을 읽어달라고 주문한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성정체성이나 변태적 성행위가 아니다. 영화는 ‘얼굴없는 것들’로 타자화 된 사람들의 관계를 성이라는 프리즘으로 조명한다. 단 세컷으로 구성된 영화의 1부는 사실에 근거한 재연이고, 2부는 실제 상황을 찍은 필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