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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폿 인터뷰] “상업영화로는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을 알게 할 거다”
최하나 사진 서지형(스틸기사) 2007-09-10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로 초빙된 존 조스트 감독

미국사회 곳곳에 메스를 들이대는 영화운동가이자 디지털실험영화의 기수로 활동하며 30여년 동안 40여편의 작품을 발표해온 남자. 존 조스트 감독이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로 한국 강단에 서게 됐다.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자택에서 만난 그는 이사온 뒤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해 “발을 딛지 못할 정도”로 실내온도를 높이고, “냉장고의 야채들을 모두 얼려버린” 에피소드를 털어놓으며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바로 내년 65살 정년이 되기에 오자마자 퇴임(!)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지만, “분명 어떠한 방법을 찾아서” 한국에 더 머무르고 싶다는 그는 푸근한 미소와 재치있는 농담을 양념처럼 곁들여가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연세대에서는 어떻게 일하게 됐나. =지난해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EXIS) 심사위원으로 한국을 찾았다. 연세대에서 특별 강의를 했는데, 교수 한분이 내 영화에 관심을 보이더라. 지나가는 말로 “가르칠 사람이 필요하게 되면 연락달라”고 했는데 정말로 이메일이 왔다. 또 원래 다양한 나라를 돌아다니며 경험하는 것을 좋아한다. 백지상태에서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게 정말 신난다. 말하자면, 나는 스펀지다. (웃음)

-강의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 =알다시피 내가 상업적인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지 않나. 수업도 학생들이 관습적인 형식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비디오의 영역을 끝까지 탐구해보도록 할 생각이다. 실험적이고 예술적인 작업이 될 것이고, 상업영화를 통해서는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을 배우게 될 것이다.

-한국영화를 본 적이 있나. =몇편 봤다. <괴물>은 정말 재밌었다. 보면서 많이 웃었고 괴물도 귀여웠다. 좀 작은 버전으로 한 마리 집에서 키우고 싶을 정도다. (웃음) 정치사회적인 관점들, 서울이라는 도시의 삶의 모습들이 너무나 뛰어나게 한 영화 안에 녹아들어 있었다.

-초기에는 정치적인 작품을 만들다가, 90년대 이후 디지털 이미지로 실험적인 작업을 해왔는데. =하하. 꼭 그렇지만은 않다. <베어게센스푸게>(Vergessensfuge) <홈커밍> <긴 그림자> 등 지난 4년간 내가 만든 3편의 작품들 모두 정치적이었다. 표현방식이 간접적일 뿐이다. 난 보통 정치적인 영화로 선전되는 작품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예컨대 마이클 무어의 경우, 그의 영화의 관객은 이미 그의 견해에 동의하는 이들이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아예 보러오지 않는다. 나는 사람들이 보면서 스스로 판단하고 이해하는, 그래서 진정으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영화를 만들고 싶다.

-한국에서도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고 들었다. =우선 지금 2∼3편을 구상 중이다. 내게 특히나 매혹적이었던 한국 재래시장을 주제로 한 다큐와 종로 귀금속 상가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구상 중이다. 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시대별로 학생이었던 한국 사람들을 모아 세대와 세대를 잇는 작품도 만들고 싶은데, 야심찬 프로젝트가 될 것 같다. 또 연세대에서 지원금을 받아 전시도 하나 기획 중이다. (창밖을 바라보며) 참 재미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밖을 내다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한편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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