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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기대작] 박광현 감독의 <권법>
문석 사진 오계옥 2007-09-13

소년이여 신화가 되어라

어린 시절, 힘센 아이들의 말을 잘 듣다가도 어느 순간 욱하는 성질을 이기지 못해 대들다가 더 얻어맞곤 하는 아이가 있었다. <권법>의 주인공 고3 소년 권법은 느닷없는 의협심을 발휘했던 박광현 감독의 어린 날 모습을 닮았다. 그는 겁도 많고 유약하지만 힘없는 누군가가 다수의 힘에 짓눌리는 것을 보면 자동적으로 ‘뚜껑’이 열려 그들에 맞서는 인물이다. 권법의 유일한 장점이 있다면 주먹이 엄청나게 강하다는 것. 하지만 겁 많고 소심한 그에게 강한 주먹은 차라리 쓸모없는 장점에 가깝다.

“단점투성이지만 딱 하나의 장점만을 가진 아이가 있다면 어떨까?” 박광현 감독의 내면에 잠재된 무언가에서 시작된 <권법>은 ‘폭력’이라는 키워드를 매개로 순수한 소년의 용기를 그리는 영화다. SF판타지 액션영화를 표방하는 <권법>은 속도와 효율, 그리고 경쟁이라는 논리가 지배하는 ‘블루시티’와 그러한 논리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 사는 빈민촌 ‘별리’를 배경으로 한다. 블루시티의 한 학교로 전학 온 권법은 우연히 아이들의 눈에 띄어 4 대 4 집단 격투기 경기인 F4 선수로 스카우트된다. 단 한번도 주목받지 못해온 그는 서서히 폭력에 중독되어간다. 그러한 권법에게 균형추 역할을 해주는 인물은 여학생 세영이다. 세영에게 첫눈에 반한 권법은 그녀가 돕고 있는 별리를 들락거리게 되고, 블루시티에 의해 철거될 위기에 놓인 이들의 상황을 알게 된다. 박광현 감독은 선과 악의 세계에서 갈팡질팡하는 순수하고 매력적인 소년을 내세워 작은 폭력에서부터 거대한 권력의 폭력을 통해 지금 우리가 간직해야 할 새로운 가치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려 한다.

<권법>은 얼핏 풋풋한 정서와 소박한 이야기를 담고 있던 그의 데뷔작 <웰컴 투 동막골>과 정반대에 자리한 듯 보인다. “이 시나리오를 읽은 사람들은 주제, 배경, 스타일 등 모든 게 다르지만, 정서만큼은 <웰컴 투 동막골>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두 영화 모두 순수함이 약자들의 세계를 구원한다는 이야기이니 그러한 유사성은 당연하지도 모른다. 다만, “현실 세계를 배경으로 하면 너무 개입되는 요소가 많아 극명한 상황을 확연하게 보여주기 위해” 이 영화는 실재하지 않는 시공간을 배경으로 삼는 것. 사정이 이러하니 <권법>이 SF영화 특유의 차갑고 비관적인 세계보다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사람의 냄새를 기대케 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아무리 인간의 체취가 물씬한 영화라 할지라도 보여지는 그 묘사가 어설프면 관객을 몰입시킬 수 없는 법. 박광현 감독은 류성희 미술감독에게 ‘컨셉디자이너’ 역할을 맡겨 블루시티와 별리의 세계를 정묘하게 창조하고 있고, 몇몇 액션장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CG”를 보여줄 야심 또한 품고 있다. 구구절절한 설명이나 시시콜콜한 대사보다 이미지의 전개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려는 박광현 감독의 ‘비주얼 텔링’ 전략이 성공한다면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는 한국 영화계에 통쾌한 돌파구를 만들어줄 것이 틀림없다.

Key Point: 생생한 인물

<권법>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배경으로 삼는 탓에 시각효과는 영화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를 위해 해외의 CG업체와 접촉까지 할 정도며 제작비의 상당 부분 또한 시각적인 완성도를 위해 쓰여질 전망이다. 하지만 박광현 감독이 이 영화의 성공의 열쇠라고 판단하는 점은, 의외로 “인물들을 살아 있는 듯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아무리 비주얼이 훌륭하다 해도 실재하는 시공간이 배제된 영화 속 세계는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터. 관객으로 하여금 ‘모든 게 공중에 붕 떠 있구나’ 하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인물이 더욱 현실적인 신빙성을 가져야 한다는 게 감독의 생각이다. 만약 인물들이 부실하게 만들어진다면 <권법>은 그저 황당무계한 영화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를 위해 박광현 감독은 주인공뿐 아니라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에게 고통, 억압, 욕망 등을 부여해 실재감을 확보할 계획이다. “판타지영화에서 모든 관객이 수긍할 수 있는 실재적인 인물이 등장하지 않으면 그 판타지는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이처럼 생생한 인물을 묘사하는 데 있어 감독의 연출의지 못지않게 중요한 또 하나는 배우다. 박광현 감독이 배우 캐스팅, 그중에서도 주인공 권법 역할을 찾는 데 신경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제작 모션101 촬영예정 2008년 3월 개봉예정 2008년 12월 예상 제작비 100억원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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