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2008 기대작] 송해성 감독의 <멜로스>(가제)
문석 사진 오계옥 2007-09-13

꿈에서라도 만나요

‘멜로’라는 단어는 송해성 감독과 잘 어울리는 듯 보인다. 데뷔작 <카라>는 물론이고, 이후 <파이란> <역도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까지 그의 영화에는 멜로드라마의 정서가 깊게 녹아 있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제목이 ‘멜로스’라니, 너무 노골적이지 않나 싶다. “멜로스(melos)라는 말은 그리스어로 노래라는 뜻이다. 이 영화의 제목을 그렇게 정한 것도 인생을 노래하고, 그럼으로써 인생에서 나오는 또 다른 파장을 고민하자는 차원이다. 물론 이 영화를 멜로드라마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얼핏 <멜로스>(가제)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변주곡처럼 들린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보험조사원인 그는 자살한 아내의 첫 제사를 치른 지 이틀째 되는 날 자신의 고객을 찾아간다. 그가 만나게 되는 고객은 교통사고로 식물인간 신세가 된 지 딱 1년을 맞는 시각장애인 여성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육체가 아닌 영적인 차원의 교감을 나누게 된다. 자칫 사망하기 쉬운 식물인간 상태를 고려한다면, <멜로스>는 사형수를 면회하는 여성을 그리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남녀 위치를 바꾼 버전으로 보인다. 게다가 “애초 이 영화를 생각할 때는 ‘육체가 죽은 사람이 정신이 죽은 사람을 구원하는 이야기’라고 설정했다”는 송해성 감독의 이야기까지 덧붙이면 더욱 두 영화는 비슷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멜로스>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 대한 감독의 반성이 깃든 영화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배우들이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감독인 나는 너무 쉽게, 그리고 나태하게 접근한 영화로 느껴진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다루면서 그 시간을 인물들의 말이나 표정만으로 담으려 했다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 이번에는 대놓고 두 사람을 맞닥뜨리게 해서 그 결과 어떤 것이 오는지를 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잠깐. 어떻게 의식불명인 상대를 일반인과 ‘맞닥뜨리게’ 한단 말인가. 그 답은 당연히 판타지라는 영역에서 찾아진다. 이 영화는 육신에서 이탈한 여성의 영혼이 남자 앞에 출몰하고, 이로써 두 사람이 교감하는 모습을 그릴 예정이다. 그것은 실제 유체이탈일 수도, 남자의 백일몽일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두 사람 모두 서서히 변화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멜로스>는 사진과 편지 속에서만 존재하는 여성을 통해 변해가는 남자의 이야기인 <파이란>과도 어느 정도 비슷해 보인다.

<카라>를 제외한 송해성 감독의 영화가 그랬듯, <멜로스>에서 ‘맞닥뜨리’게 될 남녀 또한 육체적인 관계는 맺지 못한다. 살아 있는 육신과 영혼의 결합이니 당연하기도 하지만 “나는 육체적인 사랑을 이야기하는 게 수줍다”는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녹아든 것이기도 할 터. 상처받은 두 존재가 영혼의 사랑을 나눈다는 이야기를 통해 “물질적으로든 마음으로든 가난한 사람들이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송해성 감독의 질박한 진심은 아름다운 노랫소리(melos)로 바뀌어 스크린을 촉촉히 적시게 될 것이다.

Key Point: 판타지

<멜로스>의 주인공 여성은 항상 꿈을 꾼다. 그녀의 꿈은 단지 갇혀 있는 육체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눈으로 본 적이 없는 시각장애인인 그녀의 꿈은 보통 사람의 그것을 넘어선다. 그녀의 꿈속에서 오수와 오물로 더렵혀진 바다는 남태평양의 청록색으로 비치기도 하고, 고작 해야 상계역이나 일산까지밖에 갈 수 없는 지하철은 알래스카나 남극의 새하얀 빙설 속에 멈추기도 한다. 어찌보면 그녀는 세상을 볼 수 없는 장애를 가졌다기보다 현실세계의 더러움이나 어지러움을 바라보지 않아도 되는 ‘능력’을 타고난 건지도 모른다. 때문에 여성이 바라보는 판타지의 세계는 이 영화의 정서적 공감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많은 장면에서 CG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송해성 감독은 CG의 완성도가 꽤나 결정적인 대목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CG의 사실성이나 판타스틱한 분위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붙잡아야 하는 것은 감정적인 면이다.” 결국 이 여성이 그토록 보고 싶어하는 세상의 모습이 내면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영상으로 제대로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제작 크레용필름, DRM엔터테인먼트 촬영예정 2008년 1~2월 개봉예정 2008년 추석 예상 제작비 30억원 내외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