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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기대작] 이해영 감독의 <26년>(가제)
김도훈 오계옥 2007-09-13

전두환 암살 프로젝트

솔직히 물어보자. <천하장사 마돈나>의 감독 이해영과 강풀의 <26년>은 어울리는 조합인가. “아니… 겠죠. (웃음).” 이해영 감독은 영화화 제의를 받은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26년>이라는 작품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원작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이거다, 하고 감이 왔던 걸까. 그도 아니다. “왠지 좀더 마초랄까, 혹은 더욱 적극적인 시대정신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할 것 같았다. 게다가 전두환을 죽이러 가는 이야기기라니, 자신이 없었다.” 하긴, 실존 인물의 암살을 그리는 원작을 누군들 선뜻 선택할 수 있겠나. 미디어 다음에 연재되며 하루 조회수 200만건을 기록했던 강풀의 <26년>은 전두환 암살 모의를 다루는 장르만화다. 계엄군으로 시민군을 죽인 죄책감에 평생을 고통받아온 대기업 회장 김갑세가 전두환 암살이라는 숙원을 이루기 위해 광주 시민군의 2세들을 불러모은다. 조폭, 경찰, 조각가, 사격선수 등으로 구성된 그들은 여러 가지 장애를 헤치고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 앞뒤없이 돌진하기 시작한다.

지인들의 소극적인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해영 감독이 2달간의 숙고 끝에 <26년>을 선택한 이유는 하나의 이미지 때문이었다. 그는 어머니를 계엄군의 손에 잃은 사격선수 미진의 모습을 좀처럼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미진이 사거리에서 전두환을 죽이려다 실패하는 장면이 있다. 왜소한 소녀가 키 만한 총을 들고 결의에 찬 모습으로 걸어가는 장면을 보고는, 이 아이를 내 손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오히려 지금부터다. 흔히 강풀의 원작은 영화적이라고 말해지지만 수많은 복선과 가지들 때문에 쉬이 도전한다면 큰 코 다치기 십상이라는 게 세간의 중평이다. 특히 원작 <26년>은 자잘한 주변 인물들의 온갖 과거사까지 플래시백을 동원해 얽어내는 다층적인 작품이다. 2시간 안팎의 상업영화로 재조립하는 것이 가능할까.

지난 8월에 초고를 완성한 이해영 감독은 “원작의 틀은 기본적으로 가져가되 과감하게 버리는 부분들도 있을 것”이라 귀띔한다. 형식적으로 가장 먼저 버려져야 하는 것은 플래시백이다. “플래시백은 영화적인 방식은 아니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도 일종의 반칙일 수도 있다”는 이해영 감독은 시간 순서대로 원작을 재배열하고 있다. 금남로의 살육과 인물들의 과거사를 영화의 서두에 짧게 소개한 뒤 본격적인 암살작전을 장르적인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다. 형식적인 재조립과 더불어 이해영 감독은 하드보일드한 원작의 온도를 낮추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원작은 지나치게 가열차지 않나. 나는 개인적으로 가열찬 사람이 아니라 원작의 느낌을 시나리오나 연출에서 구사할 수는 없다. 딱딱하지 않은 영화로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이해영 감독은 <26년>이 재미있는 장르영화가 되어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한다. 하지만 실존인물을 둘러싼 역사적 논란을 완전히 피해가는 서커스를 벌일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세워둔 원칙은 “한 인간의 암살을 선동하는 영화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선동영화는 개인적으로 질색이다. 한국사회가 법으로 응징하지 못했던 초법자에 대한 분노에 공감해보자. 그 정도 메시지만 전달할 수 있다면 될 것 같다. 거기에 개인적인 취향과 상업적인 비주얼이 섞여서 맛있게 나온다면 좋겠다.” 원작의 정치적 온도를 내리고 영화적 온도를 높이려는 감독의 시도가 합을 이루는 순간 <26년>은 전례없는 현재진행형의 픽션 세계를 보여줄 것이다.

Key Point: 캐릭터

원작 <26년>에는 6명의 암살단 외에도 수많은 인물들이 회마다 가지를 치며 등장한다. 20회짜리 미니시리즈가 아닌 다음에야 상업영화에 그들을 모두 우겨넣는 건 미션 임파서블. 그래서 이해영 감독이 선택한 방식은 비중이 작은 캐릭터를 제거하고 중점적인 인물을 크게 살리는 것이다. 조각가와 아내의 이야기는 완전히 숙청될 예정이고 조폭 두목을 비롯한 조연 캐릭터들의 과거지사 역시 대폭 퇴출될 전망이며, 만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이었던 회장 김갑세의 비중도 줄어든다. 대신 이해영 감독이 투톱으로 내세울 작정인 캐릭터들은 저격소녀 미진과 저돌적인 조폭 진배다. 물론 두명의 캐릭터를 최전선으로 내세우는 순간 그에 적합한 캐릭터를 캐스팅하는 것은 더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미진 역으로는 작고 깡마르고 총보다도 작아보일 만큼 왜소한 모습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진배 역은 원작보다 조금 더 느물거리는 매력을 가진 캐릭터로 만들 예정인데, 딱 송강호 이미지 아닌가. 문제는 지금보다 열살 정도 어린 송강호의 이미지를 가진 배우가 없다는 거다. (웃음)” 당연하게도 이해영 감독의 머릿속에는 몇몇 배우들이 숨어 있고, 당연하게도 그들의 정체는 비밀이다.

제작 청어람 촬영예정 2007년 겨울~2008년 초 개봉예정 2008년 중 예상 제작비 5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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