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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 임수정] 우린 행복의 나라로 갈테야
사진 오계옥 2007-09-21

<행복>의 황정민과 임수정

두 남녀가 나란히 앉아 있다. 그들은 서로를 보는 듯하면서 외면하고, 모르는 척하면서 의식한다. 허진호 감독은 언제나 그렇게 두 남녀를 나란히 앉혀놓곤 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의 다림과 정원은 무더운 여름날 사진관에 앉아 더위를 식혔고, <봄날은 간다>의 은수와 상우는 새벽녘 절간에 앉아 눈이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배우자의 불륜으로 실의에 빠진 <외출>의 서영과 인수도 병원 의자에 나란히 앉아 서로의 아픔을 알아봤다. 허진호 감독은 신작인 <행복>에서도 두 남녀를 나란히 앉혀놓는다. 이번에는 어느 시골의 버스터미널에 자리한 구멍가게의 평상이다. 폭음과 방종으로 간이 굳어버린 영수와 중증 폐질환을 앓고 있는 은희는 서로를 경계하는 듯, 무심한 듯, 궁금한 듯 쳐다본다. 그들 역시 다른 두 남녀들처럼 이 짧은 만남이 어떤 행복을 기다리고 있는지, 어떤 파국의 전조를 그리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 심지어 처음 만나 서로를 흘깃거리는 지금 이 순간이 그들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일 수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없을 것이다.

<행복>에서 영수와 은희를 연기한 황정민임수정을 다시 나란히 앉혔다. 이번에는 어느 화창한 공원의 벤치. 영화 속 영수와 은희가 그토록 원했을 행복이 가득한 소풍이다. 촬영이 끝난 지난해 12월 이후, 9개월 만의 만남이지만 두 배우는 오래된 연인인 양 서로를 여유롭게 바라보며 한가로운 소풍을 보냈다. 영화에서 들리는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가 다시 떠올랐다. “창문을 열어라, 춤추는 산들바람을 한번 또 느껴보자, 가벼운 풀밭 위로 나를 걷게 해주세. 봄과 새들의 소리 듣고 싶소.” 9개월 전만 해도 감정을 짓누르며 서로에게 빌고 화내고 울었던 그들이었지만, 3개월 남짓한 촬영기간 동안 그들은 각각 영수와 은희에게 빠져드는 것만큼이나 서로에게 몰입해야 했을 것이다. “나중에는 촬영하지 않는 순간에도 정민 오빠 얼굴만 보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임수정) “함께 연기를 하다보니 수정이에게 사람을 포근하게 감싸는 근사한 기분이 느껴지더라.”(황정민) 촬영 내내 나란히 앉은 그들은 서로를 관조하는 듯, 눈을 맞추려는 듯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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