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Report > 해외통신원
[LA] 이야기의 원가는 얼마가 정당한가
황수진(LA 통신원) 2007-11-07

할리우드 작가 파업 눈 앞에, 포맷 따른 대본의 가치 결정, 리얼리티쇼 관련한 작가들의 수익 분배 등이 쟁점

11월1일로 내정된 할리우드 작가들의 파업전야인 할로윈 데이. 협상안을 두고 WGA(미작가협회: Writers Guild of America)와 AMPTP(영화 및 텔레비전 제작자연맹: Alliance of Motion Picture and Television Producers)가 여전히 의견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1930년대, 새로운 매체로 등장한 유성영화에 이른바 멋진 대사를 입히기 위해 긴급 수송해왔던 동부 출신의 작가들(주로 뉴욕의 브로드웨이 작가들)과 그들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불만을 감추지 않았던 할리우드의 스튜디오 제작자들은 처음부터 삐거덕거릴 수밖에 없는 조합이었을지도 모른다.

1988년에 마지막으로 이루어졌던 6개월에 걸친 작가파업은 그로 인한 산업의 피해 규모가 총 5억달러에 이르렀는데, 현재 텔레비전의 프라임 시간대에 방송되고 있는 수많은 리얼리티쇼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 되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작가와 대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리얼리티쇼의 출발점이자 정의이지만, 하나의 장르로서 자리잡은 현실 속 리얼리티쇼 뒤에는 작가의 대본이 엄연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그리고 이번 WGA의 주장은 바로 이러한 리얼리티쇼의 경우에도 작가들에게 수익 배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파업이 일단 시작되면 아마도 더 많은 리얼리티쇼나 연예인 인터뷰, 재방송 등이 텔레비전의 빈곳을 메우게 될 것이라는 것이 전반적인 전망이다. 다큐멘터리나 외국영화, 영국 텔레비전 시리즈에는 이번이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현재 할리우드는 하루하루 새로운 협상안에 대한 WGA와 AMPTP의 성명을 주시하며 초긴장 상태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단순히 두 세력간의 이해관계의 대립을 넘어서 디지털 시대가 가져온 산업 표준의 변화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즉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가치를 어떻게 측정하냐는 부분이다. 무형의 자산인 이야기는 사고팔기 위해서 이야기를 담는 그릇, 즉 포맷의 가격에 따라 가치가 교환된다. 1988년, WGA가 동의한 비디오테이프 하나의 생산원가를 기준으로 한 수익배분은 현재 시장의 표준이 된 DVD 한장의 생산원가를 생각해본다면 분명 이견의 여지가 있다. 게다가 디지털 시대는 재생산 비용을 최소화시켜버림으로 인해 수익모델에 큰 혼란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DVD뿐만 아니라 뉴미디어 및 인터넷을 통해 공급되고 있는 수많은 콘텐츠에 이르면 더욱 복잡해진다.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다. 그리고 할리우드를 시발로 한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곧 전세계로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러나 파업이 시작되든 극적으로 타결이 되든 간에 여전히 작가들이 책상 위에서 글을 쓰고 있을 것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