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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봅시다] 전쟁이 드러낸 미국의 불편한 진실
장미 2007-11-15

영화 <로스트 라이언즈>를 읽는 4개의 키워드

대통령 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온 지금, 한반도가 온통 들썩이고 있다. 어떤 대선후보는 주가조작 사건으로 의혹의 눈총을 받고 있고, 또 다른 대선후보는 갑작스러운 출마로 일부를 흥분케 하거나 실망시키기도 했다. 로버트 레드퍼드의 <로스트 라이언즈>는 한국의 현 사정과 그리 멀지 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다. 제1차 세계대전부터 아프가니스탄 파병까지 논쟁적인 사안을 거듭 끌어들이면서 민주주의와 전쟁, 파병과 참여의식, 미국과 중동국가간 역학관계 등을 문제삼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영화 <로스트 라이언즈>를 네 가지 키워드로 뜯어봤다.

1. 로버트 레드퍼드의 일곱 번째 연출작

1936년 미국 샌타모니카생인 로버트 레드퍼드는 <내일을 향해 쏴라> <스팅> <아웃 오브 아프리카> 등의 명작을 비롯해 70편에 가까운 작품에 출연했다. 배우로 먼저 이름을 알리기는 했으나 제작자 및 감독, 선댄스영화제와 선댄스 인스티튜드의 설립자로 활동하면서 그에 못지않은 명성을 얻었다. 최신작 <로스트 라이언즈> 등 7편의 영화를 연출한 레드퍼드의 장편 데뷔작은 <보통 사람들>(1980). 보트 사고로 아들을 잃은 뒤 고통받는 미국 중산층 가정을 담은 이 영화는 오스카에서 최우수감독상을 포함, 4개의 트로피를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뉴멕시코주의 자그마한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반항의 계절>(1988), 명망있는 장로교 목사 노먼 매클린의 생애를 영화화한 <흐르는 강물처럼>(1992), <NBC> 퀴즈 쇼 <투웬티 원>(Twenty One)을 소재로 한 <퀴즈 쇼>(1994), 상처입은 말을 치료하는 ‘호스 위스퍼러’를 등장시킨 <호스 위스퍼러>(1998)가 연이어 오스카에서 수상하거나 노미네이트되는 등 호평받았다. “3500만달러”의 그리 크지 않은 제작비로 완성한 일곱 번째 연출작 <로스트 라이언즈>에서 레드퍼드는 전에 없이 정치적인 어조를 구사한다. “이 영화는 전쟁에 관한 것이 아니다. 전쟁은 촉매제일 뿐이다. 그보다 더 큰 걸 다뤄야 한다.” 줄곧 진보적인 성향을 견지한 그에게, 미국의 현실은 반드시 뭔가 토로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안겼는지도 모른다.

2. 정치, 언론, 지성계를 대변하는 캐릭터들

영화는 같은 시간 벌어지는 세 가지 사건, 상원의원 제스퍼 어빙(톰 크루즈)과 기자 제닌 로스(메릴 스트립), 대학교수 스테판 말리(로버트 레드퍼드)와 대학생 토드 헤이스, 이라크로 파병된 군인 어니스트 로드리게즈(마이클 페냐)와 아리안 핀치가 겪는 일들을 번갈아 비춘다. 부시 대통령,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이나 “악의 축”에 대한 강하고도 논리적인 성토가 증명하듯 제스퍼는 ‘공화당의 새로운 희망’으로 칭송받는 보수주의자다. 반면 제스퍼와의 단독 인터뷰로 특종을 터뜨릴 기회를 잡은 제닌은 냉철한 판단력을 지녔지만 진실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기자다. 스테판은 책상 앞에서 고뇌하는 이상주의자 엘리트고, 토드는 남다른 재능을 지녔으나 참여의식이 결핍된 냉소적인 신세대다. 스테판의 학생들로 대학 졸업 뒤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어니스트와 아리안은 미국의 소외계층을 대변한다. 유색인종인 그들은, 제스퍼의 계획 때문에 아프가니스탄 산악지방에서 생사의 기로에 선다.

3. 제목 ‘Lions For Lambs’의 유래

<로스트 라이언즈>의 제목은 ‘Lions for Lambs’. 직역하자면 ‘양들을 위한 사자들’이다. 이 말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멍청한 상관의 전략을 따르다 죽음에 이르는 용감한 영국 군인들을 보며 독일 장교가 읊조린 말이라고 한다. 극중 제스퍼 어빙은 이 구절을 직접 인용하면서 자신의 행보를 두둔하지만 그의 자만은 결국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그러니까 제닌 로스의 주장대로 역사는 제1,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쟁, 이라크전쟁, 9·11 테러, 아프가니스탄 파병에서 얻은 교훈이 무색하게, 1914년부터 현재까지 계속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4. 이라크전쟁을 겨냥한 미국영화들

이라크전쟁을 몇번이나 도마에 올리는 <로스트 라이언즈> 외에도 최근 할리우드에선 이라크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지속적으로 제작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리댁티드>. 미군이 이라크 소녀를 강간하고 살해한 뒤 그 가족까지 몰살한다는 내용을 담아 눈길을 끌었는데 드 팔마 감독이 배급사와 극우 보수단체의 압력으로 극중 사용된 일부 사진 속 얼굴을 검은색 펜으로 지울 수밖에 없었다고 항의해 더욱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폴 해기스 감독의 <엘라의 계곡에서>는 헌병 출신의 한 남자가 이라크에 파병된 막내아들이 시신으로 발견된 뒤 경험하는 일련의 사건을 다루면서 이라크전쟁을 비판한다. 마이클 윈터보텀 감독의 <마이티 하트>, 리즈 위더스푼이 주연한 <렌디션>도 미국과 중동국가들 사이의 긴장을 그려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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