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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미드나잇] 카메오가 주인공인 드라마

살아 있는 할리우드의 모습을 담은 <안투라지>

미국 HBO, 한국 tvN 방송 종료

얼마 전 SBS <야심만만>이라는 프로그램에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는 크라운J라는 가수가 출연한 적이 있었다. 미국에서 학교를 다닌 배경이 있는 그는 한국에서의 데뷔 이후 미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유명한 R&B가수 프랭키J를 만나 겪었던 재미있는 일화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겨주었다. 흑인 백화점을 지인들과 방문했는데 우연히 ‘안투라지’(entourage)들과 함께 온 프랭키J를 만나 자신도 잘나가는 엔터테이너인 것처럼 행세했다는 것이 그 일화의 골자였다. ‘안투라지’라는 특이한 영어단어가 방송에서 정확한 의미로 쓰인 것은 아마도 그때가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안투라지>의 네 주인공.

우리말로는 ‘측근’, ‘주변 사람’ 혹은 ‘수행원’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 ‘안투라지’는 여행을 하거나 어디로 움직일 때 핵심 인물을 데리고 함께 다니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주로 할리우드에서 스타덤에 오른 이들과 항상 같이 움직이는 매니저와 스탭들 혹은 가족이나 친구들을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용례다. 어린 나이에 스타덤에 올라 안투라지들에 둘러싸여 살아온 경험이 있는 마크 월버그는 자신의 경험에 기초한 드라마를 기획해 2004년 <HBO>를 통해 선보여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그 드라마의 제목도 바로 <안투라지>였다. 20대 초반에 할리우드에서 벼락스타가 된 주인공 빈스와 그를 둘러싸고 패거리로 다니는 형제, 친구, 매니저 등 4명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다룬 이 드라마는 방송 초기부터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성공하여 지난 9월까지 4번째 시즌의 방영을 끝마친 상태다. 무엇보다 설정 자체가 항상 스타들의 사생활에 관심을 가지는 일반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던 것이 큰 성공의 원인이었지만, 진짜 할리우드 스타배우의 모습을 담은 듯한 사실적인 이야기 전개 또한 큰 몫을 했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성공원인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다.

특히 할리우드 스타가 주인공인 만큼 첫 에피소드부터 화려한 카메오들이 줄줄이 등장하면서, <안투라지>는 ‘대박 카메오’ 드라마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카메오로 누가 등장할지 궁금해서 <안투라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팬들이 부지기수일 정도였던 것. 그 화려하다는 카메오의 면면을 살펴보면, 우선 시즌1의 첫 번째 에피소드부터 제작자인 마크 월버그가 등장한 데 이어 제시카 알바, 지미 키멜, 루크 윌슨, 발 킬머, 스칼렛 요한슨 등 그야말로 톱스타들이 에피소드별로 얼굴을 내비쳤다.

시즌2에서도 아만다 피트, 랠프 마치오, 제임스 카메론 감독, 크리스 팬, 맨디 무어, U2의 보노, 브룩 실즈 등이 등장하고, 시즌3에서는 제임스 우즈, 페니 마셜, 제작자 조엘 실버, <러시아워> 시리즈의 브렛 래트너 감독이 등장했으며, 마지막 시즌4에서는 데니스 호퍼, M. 나이트 샤말란 감독, 게리 부시, 시드니 폴락 감독 등이 등장한다. 그야말로 다양한 연령층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할리우드 핵심 구성원들이 얼굴을 내미는 것.

시즌3에 출연한 제임스 우즈.

특히 제임스 카메론이 출연한 시즌2의 에피소드7은 이 드라마에서 카메오가 얼마나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아주 특이한 사례라고 하겠다. <The Sundance Kids>라는 제목의 에피소드에서 주인공 빈스와 안투라지들은 선댄스영화제가 열리는 솔트레이크 시티를 방문하는데, 그곳에서 신작 <아쿠아맨>을 준비 중인 제임스 카메론과 조우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제임스 카메론으로부터 <아쿠아맨>의 주연을 맡아달라는 전화를 받으며 끝나는 에피소드에서 제임스 카메론은 자기 자신을 완벽히 ‘연기’하며 극의 사실감을 극대화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 에피소드가 젊은 할리우드 스타로 빠르게 성장한 제작자 마크 월버그의 경험에 기초했다는 사실. 그가 2000년 볼프강 페터슨 감독의 <퍼팩트 스톰>을 통해 블록버스터영화에 처음 얼굴을 내밀었던 상황이 극중의 빈스가 겪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살아 있는 경험에 기초한 기획 위에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카메오들을 등장시킴으로써 <안투라지>는 겁나먼 할리우드 왕국의 속사정을 그대로 경쾌하게 까발리는 듯한 만족감을 시청자에게 선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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