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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봅시다] 영화만 봐선 결코 알수 없는 것
정재혁 2007-12-20

블록버스터판타지, <황금나침반>에 관한 모든 것

알레시오미터와 데몬, 고블러와 매지스테리엄, 안바릭 에너지와 더스트, 그리고 …. 필립 풀먼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황금나침반>에는 처음 듣고는 의미를 알 수 없을 신기한 단어들이 많이 나온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멀티 우주란 설정 속에 무한대로 확장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종족들과 개념의 질서가 만들어진다. 원작 소설의 팬이 아니라면, 사전지식 없이 영화관에 들어간 관객이라면 이야기를 따라잡기가 힘들 정도다. 특히 5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두 시간도 채 안 되는 113분에 담아낸 영화는 복잡한 판타지의 세계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영화를 여유있게, 그리고 즐겁게 즐기기 위한 안내서를 준비했다. <황금나침반> 세계의 입문을 위한 가이드. 덧붙여 <황금나침반>을 둘러싼 이런저런 뉴스도 모아보았다.

1. 가장 늦게 도착한 판타지의 대가, 필립 풀먼의 세계

<황금 나침반>

1946년 영국의 노르위치 지역에서 태어난 필립 풀먼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J. R. 톨킨,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의 C. S. 루이스와 함께 영국의 3대 판타지 소설가 중 한명이다. 파일럿인 아버지의 직업에 따라 여러 도시를 옮겨다니며 살았는데 그가 대학 시절을 보낸 옥스퍼드는 이후 작품 세계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현실을 녹이는, 흐리게 하는 강과 안개”의 옥스퍼드는 그의 대표작 <His Dark Materials> 시리즈의 배경. 제목은 그가 좋아한다고 밝힌 존 밀튼의 시 <실낙원>의 구절에서 가져왔다. 필립 풀먼은 1972년 발표한 첫 번째 소설 <더 헌티드 스톰>이 ‘신영문학 젊은 작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고, 이후에는 <카운트 칼슈타인> <안개 속의 루비> 등 주로 아동소설을 썼다. 그가 1995년에 발표한 <His Dark Materials> 시리즈 중 첫 번째 편 <황금나침반>(본래 영국판 제목은 ‘Nothern Lights’, 미국판 제목이 ‘황금나침반’)은 카네기상, 가디언 아동소설상 등을 수상했으며,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누렸다. 필립 풀먼의 소설은 아동판타지라는 점에서 C. S. 루이스의 작품과 비슷하지만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포장된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와 반대로 반종교적인 입장을 취하며, 성적인 암시, 사랑이 전혀 보이지 않는 J. R. 톨킨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달리 주인공 소녀 라라의 사랑과 성장을 주요 테마로 한다. 구현하고 있는 세계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중간계보다 광범위하지만 동물이 많이 등장하고 소녀가 주인공이란 점, 주인공의 모험을 따라간다는 점에서는 <나니아 연대기>와 <해리 포터> 시리즈를 닮았다. <His Dark Materials> 시리즈 중 2편인 <마법의 검>과 마지막 3편인 <호박색 망원경>은 각각 19997년과 2000년에 출간되었으며, 지금까지 이 시리즈는 전세계적으로 1400만부가 넘게 팔렸다.

2. 뉴라인시네마의 거대한 꿈

<황금나침반>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판타지 대작의 흥행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뉴라인시네마의 새 프로젝트다. 2002년 11월 소설의 판권을 구입해 톰 스토파드가 각색했으며, 2004년 <아메리칸 파이> <어바웃 어 보이> 등을 연출했던 크리스 웨이츠가 감독으로 결정됐다. 크리스 웨이츠는 2004년 <반지의 제왕>을 연출한 피터 잭슨의 <킹콩> 촬영장을 방문하기도 했는데 이후 인터뷰에서 그는 대작 연출, 컴퓨터그래픽에 대한 부담이 컸다고 털어놨다. 2005년 잠시 감독이 교체되는 사건도 있었지만 결국 크리스 웨이츠가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프로듀서 마이클 린, 토비 에머리치, 마크 오데스키가 책임 프로듀서로 참여했으며, 제작비는 무려 1억8천만달러로 <반지의 제왕> 1편의 두배에 가깝다. 하지만 <황금나침반>은 세편을 동시에 촬영한 뒤 나누어 개봉한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달리 1편의 흥행 성적에 따라 속편 제작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3. 황금나침반,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절대반지처럼 <황금나침반>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는 물건 황금나침반의 본래 이름은 알레시오미터다. 그리스어로 진실을 측정한다는 의미의 이 물건은 36개의 그림과 4개의 바늘로 이뤄져 있다. 3개의 작은 바늘은 조정이 가능하며, 1개의 긴 바늘은 작은 바늘이 가리키는 그림과 나침반 주인의 마음에 따라 스스로 움직인다. 작동법, 나침반을 읽는 책이 존재하지만 알레시오미터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의 마음이기 때문에, 영화의 주인공 라라처럼 선택받은 자만이 나침반을 읽을 수 있다. 알레시오미터는 극중에서 라라의 모험에 가장 큰 도음을 주는 존재이자, 나아갈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다.

4. <황금나침반> 용어 사전1-세계관

크리스 웨이츠 감독은 친절한 소개말로 영화의 문을 연다. 세상은 수많은 수평의 우주로 이루어져 있으며,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다수의 세계 중 하나라고. 주인공 소녀 라라, 라라의 삼촌인 아스리엘 경, 라라의 친구인 로저 등 영화의 대부분 인물들이 살고 있는 브라이튼은 지금의 바티칸을 연상시키는 매지스테리엄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매지스테리엄은 브리튼 지역의 정치를 담당하는 최고의 권력 기관. 더스트의 존재를 부정하며, 이를 두려워한다. 더스트는 다른 세계의 존재를 암시해주는 미세물질이다. 영화에서 여기가 아닌 다른 세계의 가능성은 데몬의 존재로도 은유되는데, 극중 모든 인물들은 옆에 동물을 한 마리씩 끼고 다닌다. 간단히 말해 데몬은 사람의 영혼을 동물의 형태로 가시화한 것이다. 일정 나이가 지나면 한가지 형태의 동물로 고정되지만, 그전까지는 인물의 심리와 감정 상태에 따라 모양을 바꾼다. 더스트와 자유자재로 변하는 어린이의 데몬을 위협 요소로 판단한 매지스테리엄은 사람과 데몬을 분리하는데 이 실험이 인터시즌이다. 물론 데몬을 잃은 사람은 목숨도 잃는다.

5. <황금나침반> 용어 사전2-다양한 종족들

하늘을 나는 '마녀' 헥스족

다양한 우주를 설정한 작품인 만큼 영화엔 다양한 종족이 등장한다. 영화의 후반부 라라와 힘을 합쳐 모험을 하는 집시는 운하용 배에 거주하며 브라이튼 지역 근처를 떠다니는 유목민들. 세상의 막다른 종점, 지구상에서 가장 황량하고 쓸쓸한 장소로 묘사된 슬바바르에는 무장한 곰들이 살고 있다. 아머 베어족이라 불리는 이 곰들은 모든 일을 계약에 따라 실행하는데 영화 후반부에는 매지스테리엄과의 계약으로 라라 일행과 맞서게 된다. 아머 베어족에겐 동물 형태의 데몬이 없고, 갑옷이 그들의 영혼을 대신한다. 북극엔 아머 베어족 외에도 사모예드족, 타타르족 등이 살고 있는데 몽골족의 외모로 묘사되는 사모예드족은 매지스테리엄 아래서 일하며 북극에 간 라라를 납치한다. 사람 머리에 구멍을 뚫는다는 이야기로 악명 높은 타타르족은 강력한 전투력을 갖춘 사람들. 이들은 동족끼리도 머리에 구멍을 뚫는데 이는 신의 목소리를 잘 듣기 위함이다. 라라의 또 다른 조력자인 헥스족은 소설에선 마녀라고 지칭되는 종족. 매지스테리엄을 지지하지도, 반대하지도 않지만 계약에 따라 매지스테리엄에게 힘을 보태기도 한다. 공중을 날아다니는 여자들로 인간보다 수백년을 오래 살며, 인간과 달리 데몬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아무 이상이 없다.

6. <다빈치 코드>에 이은 기독교 단체의 보이콧 대상

필립 풀먼의 소설 <황금나침반> 시리즈는 반기독교적인 메시지가 강하다. 유일신 사상에 기초한 질서를 부정하고 범신론의 세계를 주장한다. 영국의 한 문학비평가는 “필립 풀먼은 영국에서 가장 위험한 작가”라고 비난했는데, 그의 글에 따르면 “필립 풀먼은 신은 죽었다고 여러 번 말했지만 이는 그가 신이 진짜 죽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반면 필립 풀먼은 기독교적인 세계관을 어린이들에게 주입시킨다는 점에서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를 여러 차례 비판했다. 하지만 크리스 웨이츠가 연출한 영화엔 반기독교적인 뉘앙스가 거의 없다. 뉴라인시네마와 크리스 웨이츠는 모두 “이 영화는 반기독교적인 메시지의 작품이 아니다”라고 밝혔으며, 실제로 크리스 웨이츠는 1권에서 부담이 될 만한 대목을 속편으로 미뤄놓았다. 하지만 미국의 가톨릭협회는 “영화가 반기독교적이지 않다 하더라도 반기독교적인 소설의 구매를 촉진시킬 수 있다”며 <황금나침반>에 보이콧을 선언했다. 한편 영화의 제작사는 뉴질랜드 지역의 기독교협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현지 개봉일인 12월26일 전까지 시사 이벤트를 연다고 밝힌 상태다.

7. 영화를 도배한 CG

제작비 1억8천만달러 중 8천만달러를 CG에 쏟아부은 <황금나침반>은 거의 모든 장면이 CG로 완성된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인물들에게 데몬이 존재하기 때문에 대다수의 장면은 블루 스크린에서 촬영된 뒤 디지털 작업을 거쳤고, 개를 제외한 모든 데몬들도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졌다. 북극장면은 노르웨이, 스발바르드 등에서 촬영한 화면을 배우의 연기 화면에 입혀 완성한 것. 제작진은 배우들의 부상을 우려해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는 배경이 될 화면만을 따왔다. <황금나침반>의 CG는 <엑스맨> 시리즈의 마이클 핑크, <블레이드2> <헬로우맨> 등의 수잔 맥레오드 솜씨다.

8. 영국과 미국의 엇갈린 반응

12월7일 미국 전 지역 3528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황금나침반>은 2600만달러의 수익을 기록하며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는 영화의 제작비 1억8천만달러에 비하면 초라한 수치. 올해 미국에서 비슷한 규모로 개봉한 <서핑 업>(1700만달러)과 <산타는 괴로워>(1800만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나쁜 성적이다. 최근의 미국 극장가가 침체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2년 전 같은 시기(정확히 두편 모두 12월 첫쨋주)에 개봉했던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의 6500만달러와 비교하면 차이가 심하다. 반면 원작의 고향인 영국을 비롯해 다른 국가에서의 흥행은 좀더 낙관적이다. 영국에선 12월5일 개봉 첫날 200만달러에 가까운 수익을 기록하며 첫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스페인, 프랑스, 독일, 러시아에서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영국쪽 배급사의 한 관계자는 영국 내 최종 스코어는 6천만달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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