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Enjoy TV > TV 가이드
<무한도전> 아성에 무한도전한다

예능프로의 트렌드에 충실하면서 자기만의 색깔도 내는 KBS <해피 선데이> ‘1박2일’

<해피 선데이> ‘1박2일’

KBS2 <해피 선데이>의 ‘1박2일’ 코너는 최근 MBC <무한도전>과 더불어 주말 예능프로그램의 ‘황금 라인업’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무한도전>에 유재석이 있다면 ‘1박2일’에는 강호동이 있다. 또, <무한도전>의 돌아이(노홍철)나 꼬마(하하)처럼 ‘1박2일’에는 초딩(은지원) 등의 별칭이 있다. 공룡 MC를 리더 삼아 스타라 불리는 멤버들의 ‘찌질한’ 이면과 모래알 같은 캐릭터를 ‘리얼하고 까끌까끌하게’ 맛본다는 공통점에서 신작에 속하는 ‘1박2일’은 궤도에 오르는 동안 ‘누구보다 못하네’, ‘아류작이네’와 같은 숙명적인 입방아도 감내해야 했다. 그러나 피곤한 순서 매기기를 제쳐두면 ‘1박2일’은 ‘산만한 호동이의 천재적인 통솔력’에 의한 남성동지애의 다른 지점을 머금고 있다.

<무한도전>은 제목대로 댄스스포츠대회에 출전했다가 해외미녀스타와 만났다가 하며 무한대로 주제를 번식할 수 있다. 반면, ‘1박2일’은 장소가 변할 뿐 6시간 걸려 목적지에 도착해 90분 동안 밥을 짓고, 60분 동안 게임을 즐기는 식의 야생로드쇼 포맷을 반복한다. 이는 <무한도전>의 많은 메뉴들 가운데 한 단락을 특화한 것일 수도 있다.

물론 ‘1박2일’에도 여정과 목적지에 따라 각본없는 해프닝이 돌발한다. 그러나 얼마나 센스있게 주제와 형식을 선택했는가보다 멤버들의 그날 컨디션과 호흡이 얼마만큼 잘 가동됐는가 여부에 재미의 강도가 달라진다. 때문에 한발 뒤, 또 나란히 서서 멤버들을 자극하는 ‘유반장’과 달리 늘 중심과 앞에서 자랑, 고함, 응원, 애교 등으로 ‘설치며’ 분위기 메이킹함으로써 방목된 멤버들을 하나로 묶는 강호동의 카랑카랑한 리더십은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더욱이 이미 <천생연분> <X맨>에서도 검증받았듯 가수, 탤런트 등이 내숭떨지 않고 놀도록 유도하는 데는 강호동만한 키맨이 없다.

그 든든한 축 아래 김C, 이수근, 은지원, 이승기, ‘백구’ 상근이 등은 먹고, 자고, 노는 ‘의식유’(衣食遊)를 공유하며 유사가족 공동체의 모습을 띠고 있다. 핏줄을 나눈 가족이라고 무조건 끈끈하거나 배려심이 넘치는 것은 아닐 터. 오히려 가장 유치한 속내를 표출할 수 있는 대상이 가족이다. 나이 차가 나고, 성격도 다른 ‘1박2일’ 멤버들도 치사한 행동을 서슴지 않으며 경쟁과 단결의 이중주로 맨얼굴의 원초적인 소동을 연출하고 있다.

성취와 실패, 열등생과 우등생 등이 갈리는 목표달성의 과정에서 웃음과 감동과 현실성을 얻는 <무한도전>이 입사동기 같은 직장동료의 치열함과 연대감을 보여준다면 ‘1박2일’은 형과 아우의 서열을 이뤄 응석 부리고 보살피는 형제애를 드러내고 있다. 사소한 목표를 두고 정말 물불 안 가리고 몸을 던지는, 다 큰 멤버들의 어린이 같은 투쟁도 눈물겹게 즐겁다. 우동 한 그릇, 따뜻한 잠자리 등을 위해 옷 많이 껴입기 등 별의별 수고를 기꺼이 감수하는 이들은 먹고 노는 오락이 얼마나 큰 서비스 정신을 요하는 숭고한 노동인지를 온몸으로 증명한다. ‘1박2일’은 예능프로그램의 대세 장르는 주기별로 변화해도, 연예인들의 자발적이고 땀내 묻어 있는 놀이터는 늘 시청자의 마음에 울림을 준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리고 있다.

프로그램이든 MC든 최고의 하나를 골라내는 일도 흥미롭지만, 최고의 여럿이 공존하는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즐겁다. 유재석도 좋지만 강호동도 좋다. <무한도전>도 재밌지만 ‘1박2일’도 재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