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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의 DVD] 낯선 공포와의 근접조우
2001-11-01

<이벤트 호라이즌>

Event Horizon, 1997년 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 자막 영어, 한국어, 중국어, 타이어 화면비율 2.35:1 오디오 돌비 디지털 5.1

남들 앞에서는 B급영화라고 조금 폄하하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끔찍이도 아끼는 영화가 한두편쯤은 있게 마련이다. 좋아하는 스타가 출연하는 영화라서 물불 안 가렸던 경우가 많지만 그건 아무래도 어렸을 때 이야기다. 개인적으로는 이제 특정 장르나 시각적인 요소가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작품에 목숨을 걸고 있는 중이다. 대표적인 예로 <데몰리션 맨>과 <이벤트 호라이즌>을 꼽을 수 있다. 얼핏 봐서는 별로 칭찬할 구석이 없는 이 두 SF영화들은, 어느 정도 구박을 받아도 마땅한, 아니 그저 그런 수준의 스토리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상당히 뛰어난 소품과 세트 디자인을 구현해낸 작품들이라고 개인적으로는 평가를 내려버렸다. 수준이 겨우 그 정도였냐고 핀잔을 보내도 별다르게 변명할 생각은 없다. 이미 내 눈에 들어버린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그중 흔치 않은 SF호러물로, 많은 마니아들을 거느리고 있는 <이벤트 호라이즌>이 얼마 전 DVD로 출시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에 국내에서 출시된 DVD가 지난 98년에 출시되었던 미국 버전을 기초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98년은 DVD 역사로 보면 상당히 초창기였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을 것으로 예측되었고, 그 때문에 출시 전부터 은근히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나! 출시된 <이벤트 호라이즌>의 DVD에서 가장 눈에 거슬리는 것이 바로 DVD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서플먼트에 있었다.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SF물에 호러물인데다가 화려한 시각요소가 자주 언급되는 <이벤트 호라이즌>의 DVD에, 제작 다큐멘터리도 없이 달랑 극장용 예고편 하나만 담겨 있으니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인 요소 때문에 그냥 포기하기에는 <이벤트 호라이즌> DVD가 가지고 있는 마력이 그리 만만치 않다. 우선 DVD를 통해 출시되면서 극대화된 음질과 효과음에 대한 분리도를 꼽을 수 있다. 영화 도입부부터 호러물의 포맷을 충분히 답습하면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공포스러운 효과음들은, 우퍼와 리어 스피커를 아주 적절히 활용해 부드럽고도 집요하게 온몸을 휘감아온다. 비디오를 통해서는 뻔하게 느껴졌던 그 효과음들이, 장면마다 순간적으로 팔에 소름을 돋게 할 정도로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었던 것. 또한 클래식에 테크노를 혼합해 기이하게 들리는 배경음악도 깨끗한 음질에 힘입어 귓속 깊숙이 파고들어온다. <이벤트 호라이즌> DVD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요소는 어두운 장면들을 뭉개짐 없이 디테일하게 잡아내는 화질의 선명함에 있다. 영화 분위기상 어둡고 변덕스러운 조명이 난무하는 중력구동실장면에서도, 기기를 둘러싸고 있는 내실의 독특한 디자인과 기기의 표면을 장식하고 있는 기하학적인 문양을 매우 뚜렷하고 아름답게 보여주기 때문이다.김소연/ DVD 칼럼니스트 soyoun@hipo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