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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우연에 의존한 전개, 격한 감정 연기로 밀어붙이는 KBS <못된 사랑>

<못된 사랑>

1. “길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를 와락 사랑해버릴 확률은 얼마나 될까. 결혼은 했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그와 하루 만에 아우토반을 질주하듯 몸과 마음을 합체할 확률은 얼마일까. 근사한 요트에 탔다면 가능할까. 행복은 ‘뒷북’치는 찰나에 불과하고, 불행은 마라톤의 고통으로 연거푸 닥친다고는 하지만, 기혼남을 사랑해 가진 뱃속의 아이를 잃고 절망했을 때 부모마저 단체로 교통사고를 당할 설상가상의 확률은 얼마나 될까. 살아남은 아버지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 파리 시향 입단 0순위의 일류 첼리스트에서 닭을 잡는 생활고의 바닷가처녀로 탈바꿈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이런 내(이요원)가 그 남자(김성수)의 조강지처(김가연)의 배다른 남동생(권상우), 즉 사랑하는 남자의 처남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나는 정말 믿을 수 없는 요지경 세상에 살고 있다.”

2. “제주도에서 내(권상우)가 던진 맥주캔에 머리를 얻어맞고 성질을 버럭 낸 어느 여자(이요원)를 서울에서 또 만날 확률은 얼마일까. 차를 타고 한강다리를 쏜살같이 건너던 중 둔치에서 서럽게 울고 있는 여자를 발견했는데 눈물범벅의 그녀가 마침 제주도의 까칠한 그녀와 동일인이었다. 게다가 그 여자와 강산이 반쯤 변했을 5년 만에 어느 바닷가 마을에서 재회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녀의 발끈하는 표정에 5년이나 지난 맥주캔 사건을 떠올릴 만큼 멋진 기억력을 가질 확률은 얼마쯤일까. 닭을 잡는 그 여자가 5년 동안 의식주를 아껴 농장을 만들겠다고 산 폐교를 하필 나도 겹치기로 구입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애착없는 신념과 낭만적인 동정을 경멸하는 내가 아버지 병원비 때문에 수모를 당하는 여자를 훔쳐본 뒤 소신을 꺾고 인정을 베풀 확률은 얼마나 될까. 언제 봤다고 걸핏하면 반말에 억지도 잘 부리는 여자가 좋아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옛날 옛적 우리 엄마를 짝사랑한 닭집 도매상 삼촌(김창완)이 그 여자를 구한 은인일 확률은 얼마나 될까. 내 주변에는 정말 믿을 수 없는 관계의 실타래가 절묘하게 펼쳐져 있다.”

KBS2 월화드라마 <못된 사랑>에는 ‘하필’, ‘마침’, ‘공교로움’ 등의 단어가 맑은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거리고 있다. 초반부터 시공간을 널뛰며 빠른 진도로 얽히고설켜 직조된 인간관계를 펼친 이 드라마는 자고로 인간관계란 세 다리만 건너면 다 연결된다는 것, 그리고 드라마의 세상에서 확률 낮은 우연은 운명의 극성을 높일 따름이다라는 공식을 내세워 이게 정통 멜로의 부활이라 외치고 있다.

게다가 빗발치는 우연을 돋우는 ‘오버’의 BGM과 여주인공의 닭집에 끌려가는 것이 아닐까라는 착각마저 주는 감상적인 독백도 늘 뜨거운 온도로 터져나온다. 간지러운 ‘클리셰의 종합대사세트’지만 그럼에도 눈치보지 않고 우격다짐의 대사와 화끈한 감정분출로 계속 강공을 가한다.

동시대를 사는 나라면 따라잡지 못할 대사를 신기할 정도로 진심으로 소화 중인 연기자들의 성의, 울고 있는 권상우의 루돌프 사슴코와 귀여운 불량발음 등은 감상할 만한 매혹을 던지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울고 티격태격할 때 감정의 보조를 맞추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 앞으로 일방적인 자신감과 확신으로 밀어붙이는 그들만의 ‘못된 사랑’에 같이 풍덩 빠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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