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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안방극장의 승자는 누구

2008년을 맞아 미리 가늠해본 지상파 방송사의 드라마 라인업

연말의 단골 만찬인 지상파 3사의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배용준을 보고 박신양도 보고 나면 2008년의 빳빳한 안방극장 다이어리를 한장 두장 넘기기 시작할 것이다. TV를 오래 꺼둬도 사는 데 별 지장은 없고, 때로는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는 드라마의 폭격에 미간의 주름과 하품의 눈물도 머금는다. 그럼에도 어느 드라마가 새롭게 와글와글한 ‘붐’을 만들고, 또 어떤 연기자가 어질어질한 스타 탄생기를 제공할 것인지는 돌고 도는 쇼(Show)일지라도 궁금해진다. 여전히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한국의 안방극장은 치열하고 드라마틱한 생존경쟁을 연중무휴 치르고 있는 ‘핫 존’이기 때문이다.

외주제작 시스템의 가속화에 따라 지상파 방송사의 드라마 메뉴는 갈수록 ‘사정에 따라 변경 가능’의 상태이다. 덕분에 새해 라인업을 급한 마음에 일별하겠다고 덤비는 일도 어려워졌다. 그러나 수면 위로 올라온 프로젝트의 일단은 적당한 두근거림과 기우를 선사하며 어떤 경향을 예고하고 있다.

<쾌도 홍길동>

2007년 팔베개를 내린 채 적극적인 발견으로 추억의 드라마 수집을 즐겨온 시청자는 새해에는 어떤 작품에 마음을 열까. 일단 케이블 채널까지 합세해 에로틱하고 판타스틱한 사극의 다양한 표정을 만든 2007년의 고전 레퍼토리는 더욱 보폭을 넓힌다. 영웅전기의 대표주자들인 홍길동과 일지매를 비롯해 낙랑공주-호동왕자 등 실재했거나 실존 여부가 아리송한 인물들이 앞다투어 재탄생한다. KBS1 <대왕 세종> 같은 정통파도 있지만, 사극이 고증과 역사적인 탐구 대상이기 전에 얼마든지 퓨전의 알록달록 색채를 가할 도화지임을 강조한 프리 스타일파도 대폭 늘었다는 게 특징. 색안경 쓴 홍길동(강지환)이 등장하는 개봉박두의 KBS2 수목드라마 <쾌도 홍길동>이 ‘꼬라지’를 연발한 <환상의 커플>의 홍자매 작가에 의해 태어난다는 것은 상상력의 재치가 사극의 세계에도 포인트를 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SBS <일지매> 대 MBC <일지매>, KBS <바람의 나라> 대 SBS <왕녀 자명고> 등 아예 소재가 딱 겹치거나 일부 중복되는 메뉴들이 같은 해 다른 방송사에서 탄생해 시각 차와 실력 차를 드러낸다는 사실도 2008년에 쏟아질 기사 아이템을 가늠하도록 유도한다.

허영만 작가의 <식객> <타짜> <사랑해> 등이 드라마로 속속 옷을 갈아입고, <쩐의 전쟁>으로 어깨를 ‘으쓱’한 박인권 작가의 <대물>이 여성 대통령의 이야기로 새로운 남성 대통령 시대를 관통하는 등 얼마든지 상상의 나래가 가능한 만화를 모태로 삼은 드라마들이 우르르 탄생하는 점도 특기사항이다.

2007년 절반의 성공과 실패를 맛본 전문직 드라마들은 ‘스스로 머리를 깎겠다’면서 스타, 작가, PD, 기자 등 지척에서 관찰해온 방송사 사람들로 포커스를 옮긴다. 실제 <SBS 연기대상>을 무대로 촬영을 진행해 떼거리 수상을 비웃는 여배우(김하늘)의 모습에 리얼리티를 실으며 스타트할 SBS <온에어>와 방송기자들의 세계를 다루는 MBC <스포트라이트>가 ‘그런데 일은 언제 해?’와 같은 의문을 차단할 수 있을지 ‘프로페셔널 세계에 대한 프로페셔널 조명’을 얼마나 성취할 것인지 궁금하다.

듬성듬성 메뉴를 둘러봤지만 검증된 원작에 안 봐도 흥미로운 소재로 무장한 이들 작품은 광고 달랑 하나의 굴욕 같은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방송사들의 흥행 의지를 엿보인다.

그런데 번득이는 재기, 상상력의 만발, 그럴듯한 낭만성 등은 배부를 것 같은 반면 그 안에 동시대의 고민을 공유할 자극제와 해독제를 얼마나 함유할지에 관해서는 살짝 고개가 기운다. 말랑말랑한 쾌감에 기대더라도 살 만한 새해라면 드라마의 둔한 현실감각 따위야 괜찮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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