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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미드나잇] 대작 미드는 괴로워

국내 지상파 방영이 시작된 SF 미드 <히어로즈>를 둘러싼 잡음들

<히어로즈>

<히어로즈>(Heros) 시즌1 SBS 토요일 밤 12시5분

‘살다 살다 이렇게 허접한 더빙은 처음입니다. 캐스팅도 막장이고 더빙도 막장… 캐릭터를 바꿔버리는군요.’ 잘 알려진 모 DVD 관련 사이트에 올라온 게시물의 내용이다. <하우스>에 이어 지난 1월5일 밤부터 SBS에서 방영을 시작한 SF 미드 <히어로즈>를 보고 올린 이 게시물은, 미드와 관련된 각종 사이트에 올라온 유사한 게시물들이 쏟아낸 불만들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드가 더빙되어 방영을 시작하면 어딘가 어색하다는 볼멘소리가 팬들로부터 나오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히어로즈>의 경우 그 강도가 이전 작품들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목소리가 다소 안 어울리는 모힌더 수레시, 노아 베넷 등 다른 등장인물들은 그냥 넘어가더라도, 주인공은 아니지만 사실상 주인공으로 인정받는 일본인 캐릭터 히로의 목소리 더빙은 원어로 <히어로즈>를 접했던 팬들로선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귀엽고 친근감 넘쳐나는 히로의 목소리는 오간 데 없고 중후함까지 느껴지는 훈남 목소리는 히로의 외모와도 전혀 어울리지 않았던 것. 성우 캐스팅의 잘못도 있지만, 성우들이 캐릭터를 충분히 연구하지 못하고 연기한 것 같다는 불평도 그런 면에서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히어로즈>에 대한 불만은 더빙에만 머물지 않았다. 첫회 방송 초반에 SBS HD 마크 아래 돌비디지털5.1(DD5.1) 마크가 나와 잔뜩 부푼 마음으로 오디오 시스템을 확인했으나 불과 몇분 만에 스테레오로 마크가 정정되었던 것도 일부 시청자에게 불평을 산 원인이었다. 또한 HD임에도 같은 시간에 방영하는 <CSI>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화질을 문제로 지적하는 이들도 많았다. 결국 국내 방송사를 통해 방영되면서 더빙과 기술적인 이슈들 탓에 원작이 가지고 있는 SF 미드로서의 매력이 상당 부분 반감된 것에 팬들이 실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불평 게시물 사이사이엔 지방 방송사의 자체 방송으로 기다렸던 <히어로즈>를 못 보게 되어 안타깝다는 내용들도 있었다. 워낙 대작 SF 미드로 알려진 작품이라 지상파를 통해 보게 되는 것을 손꼽아 기다렸던 지방 시청자로서는 더빙이고 음질이고의 문제를 떠나 시청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다 배부른 소리…’라고 쓴 한 지방 팬의 댓글은 그들의 심정을 함축해서 보여줌과 동시에 <히어로즈>가 분명 국내에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대작 미드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하겠다.

이런 국내 방영을 둘러싼 잡음과 별개로 시즌2가 얼마 전 끝난 미국 현지에서도 <히어로즈>는 여러모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일단 할리우드 작가들의 파업으로 시즌2에 예정되어 있던 24개의 에피소드를 다 방영하지 못하고 11번째 에피소드를 마지막으로 끝나면서, 이야기 얼개 자체가 느슨하고 어딘지 모르게 허겁지겁 끝난 듯하다는 혹평을 받아야 했다. 거기에 3월로 예정됐던 시즌3의 방영이 파업의 장기화 여파로 9월로 미루어지면서 6개월을 더 기다리게 된 팬들의 원성까지 쌓이고 있는 중이다.

그런 혹평과 원성을 의식한 듯 지난해 12월15일 LA에서 막을 내린 ‘쥘 베른 어드벤처 영화제’의 폐막식에는 제작자인 팀 크링을 비롯한 거의 모든 주연배우들이 총출동해 <Villains>라는 제목의 시즌3 에피소드1의 예고편을 공개하는 행사를 가졌다. 제목이 암시하듯 기존 악역인 사일러 외에 또 다른 강력한 악역의 등장을 암시하는 어두운 분위기의 예고편은 행사 현장에서 비디오카메라로 몰래 촬영한 네티즌이 유튜브에 공개했고 순식간에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했다. 예고편 공개는 갈팡질팡했던 시즌2의 실수를 시즌3가 제대로 만회해줄 것인가에 대한 팬들의 갑론을박으로 이어진 상태다.

여하튼 국내와 미국에서 <히어로즈>가 동시에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드라마 시장이 영화만큼은 아니더라도 미국 현지와 어느 정도 동조화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향후 국내 TV환경이 IPTV의 확산 등을 통해 지금보다 시청자 시각에서 훨씬 개방된다면, 조만간 영화시장이 그런 것처럼 <히어로즈> 같은 대작 미드의 미국 내 방영 일정과 국내 방영 일정까지 유사해지는 미드 팬들에겐 즐거운 상상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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