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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비운의 미드, 스토리 실종 사건

거대한 스토리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끝나버린 <사라 실종 사건>

채널CGV 종영

<사라 실종 사건>의 주요 출연진들

어느 나라에서나 드라마의 생명은 시청률이다. 시청률이 좋다고 억지로 연장방영에 들어가는 드라마도 있고, 반대로 너무 낮은 시청률로 인해 조기종영의 수모를 당하는 드라마도 있는 것. 그런데 시즌제가 정착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시청률이 극히 낮아 조기종영을 당하는 경우라도, 어떻게든 스토리는 마무리하며 끝낸다. 물론 급격하게 스토리를 전환하거나 어색하게 끝맺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3∼5개의 에피소드로 만들어지는 미니시리즈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드라마가 13∼24개의 에피소드로 묶여 시즌제로 방영되는 미국의 경우, 황당하게도 마지막 방영된 에피소드에서도 스토리가 끝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비운의 미드로 가장 적절한 예가 바로 지난해 11월 국내 케이블TV에서 13시간 동안 13개 에피소드를 연속으로 방영해 화제가 되었던 <사라 실종 사건>(Vanished)이다. <폭스TV>에서 야심차게 준비해 2006년 8월21일 미국에서 방영을 시작한 <사라 실종 사건>은 <CSl>의 작가 중 한명인 조시 버먼과 <ER> <피스메이커>로 잘 알려진 여성감독 미미 레더의 조합으로 제작 초기 상당한 이목을 끌었다. 거기에다 소수지만 강력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쇼타임>의 화제작 <퀴어 애즈 포크>의 게일 해럴드가 주인공으로 낙점되어 FBI 요원으로 출연한다는 점도 많은 시청자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무엇을 보여주든 시청자가 상상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제작진의 강박증이 너무 강했던 것이었을까? 단순한 상원의원 아내의 실종 사건으로 시작되었던 스토리가 배후로 프리메이슨이 등장하는 등 방대해지면서 ‘도대체 <CSI>+<X파일>+<24>+<다빈치 코드> 같은 설정은 뭐냐?’라는 시청자의 비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여파로 시청률이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원제목인 ‘vanished’에 걸맞게(?), 주인공이라 생각되고 있던 FBI 요원 그레이엄 켈튼(게일 해럴드)가 시즌의 딱 절반인 에피소드 7의 마지막에 죽어버리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이어지는 에피소드에서 켈튼의 절친한 친구이자 같은 FBI 요원인 대니얼 루카스(에디 시브라이언)가 바통을 넘겨받아 스토리를 이끌어가지만, 그나마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던 시청자 입장에서 주인공의 죽음은 상당히 당황스러운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에피소드 7이 끝나자 각종 인터넷 게시판과 블로그에는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을 것이다’, ‘미리 붉은 물감을 준비해 죽은 것으로 위장한 것이다’ 등의 다양한 억측들이 쏟아져나왔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주인공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 하지만 에피소드 8에서 켈튼의 사체와 동료들의 애도장면까지 방영되자 팬들의 실망은 비난으로 이어져 인터넷 게시판들에 쏟아졌다.

이에 작가인 조시 버먼이 “처음부터 제작진들 사이에서 논의되었던 사항이다. 게일 해럴드도 출연을 결정할 때 좋은 아이디어라고 동의한 상황이었다. 항간에 나도는 출연자들과의 불화설이나 그의 연기력 논란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상황은 그리 좋아지지 않았다. 주인공이 바뀐 뒤 스토리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제멋대로 흘러가기 시작했고, 프리메이슨으로도 모자랐는지 사해사본과 세계종말까지 스토리에 끼어들자 ‘이번엔 <인디아나 존스>를 섞는구나’라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 뒤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국내 시청자로서는 예상하기 힘든 수준이다. 제작사인 폭스가 13개 에피소드로 된 첫 시즌의 마지막 4개 에피소드의 방영을 앞둔 11월17일 방영 중단을 선언하고, 그날 밤 12시에 인터넷에 마지막 4개 에피소드를 공개해버린 것. 더 황당스러운 것은 에피소드 13에서도 전체 스토리의 해결 기미가 조금도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황망하게 시즌1이 끝나버렸다는 사실이다. 시즌1 전반에 걸쳐 등장한 설정 및 세계관으로 볼 때 최소한 몇개의 시즌을 염두에 두고 거대한 퍼즐과 같은 스토리를 만들어냈으나, 시즌2에 대한 아무런 기약없이 그야말로 드라마 자체가 사라지고 만 것이다. 물론 언젠가 시즌2로 돌아올 수도 있겠으나, <사라 실종 사건> 시청자의 허탈해진 마음을 달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선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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