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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영화제들이여, 몸집을 줄여라

올해 베를린영화제를 돌이켜보며 다시금 영화제 기간이 너무 길다는 생각을 하다

<해피-고-러키>

세계 유명 영화제들의 기간을 열흘에서 열하루로 정한 것은 누구인가?

이런 얘기가 다시 불거져나온 곳은 최근의 베를린영화제(2월7~17일)에서였다. 올해의 베를린영화제는 특히 어느 시기고 간에 좀처럼 활기를 느낄 수 없었으며, 끝날 때쯤에는 힘이 다한 운동선수처럼 헉헉거렸다.

기자 입장에서 보자면, 베를린은 2월12일 화요일 날 홍상수의 <밤과 낮>과 마이크 리의 <해피-고-러키>가 경쟁부문에서 상영된 오후쯤 해서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엇갈린 반응을 받았고- 대체로 호의적이었으나 너무 긴 게 아닌가 하는 반응이었다- 리의 즐겁고 멋진 영화는 늦게나마 영화제를 빛냈다. 그러나, 그날 오후, 미국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인 에롤 모리스의, 바그다드 아부 그라이브 감옥에서의 잔학행위를 다룬 <관리운영규정>의 프레스 스크리닝에서는 대부분 실망했으며, 다음날 아침 야마다 요지의 지루했던 <카베이-우리 어머니>의 상영 이후에 영화제에 더이상 기대를 갖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수요일에는 유럽 영화시장에서 하루 종일 상영이 있었는데, 대부분은 이미 상영이 된 영화들이거나 오래된 영화들이었다. 거리는 이미 한산했고, 바이어들은 떠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목요일에는 유럽 영화시장엔 반나절의 상영만 열렸고,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경쟁부문 영화들이 상영되었으며, 포츠담 광장은 이미 반이 텅 비어 있었다.

공평하게 말하자면, 이런 상황이 베를린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칸에서도 수요일부터 반은 텅 빈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베니스 역시 마찬가지로, 그 즈음이면 기자들과 바이어들은 토론토로 날아가버린다. 때로는 가장 수상 가능성이 높은 영화를 마지막 날에 상영하는 영리한 프로그래밍으로 풍선에서 바람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을 살짝 감출 수도 있다. 그러나 요새는 많은 영화감독들이 자신의 영화를 처음 일주일 안에 상영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많은 기자들이 영화제 끝까지 머무르지 않는 것(또는 머무를 여유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십년간 “클수록 좋다”는 정책하에 영화제와 시장들이 마구 생겨나면서 닷새 이상 흥분과 집중이 지속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오히려 더 분명해졌다.

첫째, 끊임없는 파티, 미팅, 스크리닝, 대화 등 24시간 내내 사회적인 활동을 하게 되면 누구나 그렇듯 기운이 금세 다 떨어져버린다. 둘째, 새로운 물건이나 새로운 사람들이 아무리 많아도 닷새 이상을 커버할 수 있을 만큼 많을 수는 없다. 셋째로, 기자들이 쓸 수 있는 예산, 그리고 세일즈 회사들이 내는 이익의 측면에서도 봐도 그 여행의 수지가 맞으려면 닷새가 최대한이다.

목요일에 시작해서 그 다음주 토요일까지 진행되는 기존의 열흘 중에는, 언제나 월요일 저녁과 화요일 아침에는 숨을 고르며 쉬는 분위기가 있다. 이쯤해서 짐을 쌀 것인가 아니면 마지막 순간까지 가기 위해 힘을 모아둘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해서.

큰 영화제들은, 좀더 작은 영화제들을 본받아, 토요일 저녁에 시작해서 그 다음주 토요일 저녁에 끝내고, 시장은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여는 식으로, 칠일 반 정도의 기간으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영화 수를 줄이고, 스크리닝 수도 줄이면 수플레가 납작하게 무너앉을 겨를이 없을 것이다. 물론 7~8일보다는 10~11일 기간의 영화제를 선호하는 호텔들은 이런 생각을 싫어할 것이고, 회계사들은 그래봐야 정해진 비용에서 그렇게 많이 절약되는 것도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누가 쇼의 주인인가? 호텔과 회계사들인가 아니면 프로그래머와 영화산업인가?

번역 이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