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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정부 보조금과 창의성의 관계

홍콩 영화발전위원회 투자펀드 수혜 대상작을 보며 생각하다

최근에 세워진 홍콩의 영화발전위원회(FDC)가 중소 규모 영화에 대한 투자 펀드의 첫 수혜 대상을 선정, 발표했다. 두편의 영화는 지역 세금에서 충당된 자금으로 제작 예산의 약 30%를 보조받게 된다. FDC는 앞으로 수개월 안에 더 많은 영화 프로젝트들에 비슷한 수혜의 폭을 넓힐 예정이다.

홍콩 정부가 영화제작에 자금 지원을 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공공자금으로 운영되는 라디오텔레비전홍콩(RTHK)은 장국영, 얀얀막 감독 등이 만든 단편영화에 지원하기도 했고, 예술발전위원회는 독립영화제작사인 잉에치(Ying E Chi)에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맥덜>

영화발전위원회의 지원금을 받은 첫 두 작품은 로맨틱코미디 <폐쇄공포증>(Claustrophobia)(예산 70만달러)과 홍콩에서 가장 인기있는 돼지 캐릭터인 맥덜이 쿵후를 배우는 이야기인 애니메이션 <맥덜 우당>(예산 150만달러)이다. 두 영화 모두 처음 메가폰을 감는 감독들의 데뷔작이다. <폐쇄공포증>은 프로듀서 경력의 브라이언 체의 작품이고 <맥덜 우당>은 <첨밀밀>로 사랑받은 시나리오작가 아이비 호의 첫 데뷔작이다.

사실 이 영화들이 모든 제작비를 자체 충당하지 못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 박스오피스 성적을 보면 첫 번째 맥덜 애니메이션 장편영화는 홍콩에서 190만달러의 성적을 거뒀지만 홍콩 밖에서는 실패했다. 시리즈의 두 번째 편은 홍콩에서 160만달러의 성적을 거두는 데 그쳤으며 해외배급 기회는 전혀 얻지 못했다.

로맨틱코미디영화의 성공은 캐스팅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폐쇄공포증>에서는 카레나 람과 에킨 청이 커플로 출연한다. 그들이 함께 출연했던 지난 2005년의 로맨틱코미디 <너여야만 했어>(It Had to Be You)는, 홍콩에서는 20만달러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고, 타이베이에서는 두 군데 상영관에서 개봉하여 17장의 티켓을 판매하는 데 그쳐 그해 최악의 박스오피스 성적을 기록한 영화가 됐다. 그러나 문제는 홍콩 정부가 잘못된 영화를 선택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영화들에- 다른 영화들을 배제한 채- 돈을 주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대만 정부의 영화제작에 대한 지속적인 관여는 불법 복제 행위, 영화 쿼터의 폐지, 다른 연예산업으로의 업종 변경 등의 요소들만큼이나 영화산업에 해를 끼쳐왔다.

‘최고의 결과를 원한다면 보너스는 잊어라’(<뉴욕타임스> 1993년 10월17일자)라는 글에서, 알피 콘은 직장문화를 연구한 스무편 남짓한 사회심리학 연구들에서 나타난 결과를 통해 다음과 같이 결론내린다. 보상받을 것을 예상하는 사람들이 아무 보상도 예상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높은 생산성을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창의산업(creative industries)이라고 부르는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콘은 보상과 처벌이 동전의 양면이라고 주장한다. 보상을 못 받는 사람은 자신이 처벌을 받고 있다고 느낀다. 보상은 처벌처럼 사람들의 행동을 조정한다. 보상은 직장 동료들간의 관계에 금이 가게 한다. 사람들은 협력하기보다는 경쟁하게 된다. 보상은 위험을 감수하며 모험적인 일을 하는 것을 미루도록 하며 열정을 감소시킨다.

의식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대만 프로듀서들은 정부의 입맛에 맞는 영화 프로젝트들을 골라 정부 지원금에 지원하게 되었다. 도덕적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관광객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은, 또는 대만이 중국과 인종적으로 다르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들. 또는 외국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선호할 만한 대만에 대한 환상을 북돋우는 영화들.

영화산업이 정부가 주는 돈에 의존하게 되면서, 2003년 같은 경우, 정부보조금의 선정과 지급이 6개월 정도 늦어지자 대만의 영화제작이 잠시 멈추어지기조차 했다. 영화제작자들은 박스오피스와 해외판매만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모험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았다.

대만의 일부 영화제작자들은 안전망이 없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같은 영화제작이 실제로는 더욱 창의적인 영화를 만들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깨닫고 지금 대만 정부의 보조금에 등을 돌리고 있다. 그런 면에서 한때 대담하고 활력이 넘치던 홍콩 영화산업이 대만이 지나온 것과 같은 어두운 우회로로 접어들게 된다면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번역 이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