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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별나도 결국은 가족!

다양한 가족 관계를 보여주고 있으나 전통적인 가족애를 강조하는 한계도 드러낸 요즘 드라마들

김수현 작가의 KBS2 주말극 <엄마가 뿔났다>를 기준으로 삼으면 요즘 다른 드라마의 가족은 별난 경우가 많다. 부계 4대가 한 지붕 아래 모여 사는 이 드라마 속 대가족에 비해 이가 듬성듬성 빠져 있거나 피 못지않게 진한 물의 섞임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싱글파파는 열애중>

KBS2 월화드라마 <싱글파파는 열애중>에는 제목대로 홀로 아들을 키우는 싱글파파(오지호)가 주인공으로 등장 중이고, 지난 2월28일 막을 내린 SBS 수목드라마 <불한당>에서는 시어머니(김해숙)와 며느리(이다해)가 아들(남편)이라는 고리가 산화한 뒤에도 모녀 이상의 진한 유대를 형성했다. MBC 주말극 <천하일색 박정금>에서는 브러더스(박준규-손창민)와 모녀(나문희-배종옥)라는 두 혈연 공동체가 이중계약사기라는 곡절 아래 한 아파트를 공유하며 가족 같은 모양새를 띠고 있다. 4월2일부터 전파에 오르는 KBS2 수목드라마 <아빠 셋 엄마 하나>는 무정자증인 친구에게 정자를 기증한 세 남자와 기증된 정자라는 사실을 모른 채 아이를 낳고 남편을 잃은 미망인을 양대 축에 둔다. 새빨간 타인과 타인이 만나 자식, 손자를 얻어 혈연의 실타래를 토너먼트 대진표처럼 쭉쭉 뻗치는 전통적인 가족 관계나 즐거운 우리 집의 구도를 드라마들이 재구성하는 데 부쩍 재미를 붙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 드라마가 관계에 몰두한다는 것은 유명한 사실. 이별해도 기필코 다시 만나고 마는 운명적 사랑이나 행복과 불행의 원천으로서 가족의 절대성은 극의 줄기에서 잘 빠지지 않는 요소다. 한류 드라마 팬들 중에는 밥상 앞에 집합해 시시콜콜 오지랖을 떨치는 우리네 가족의 풍경이 부럽다는 이도 있지만, 반대로 자식의 결혼사에 목숨을 걸고 덤비고 제 뜻이 통하지 않으면 인생이 무너진 듯 절망하는 부모가 여러 드라마에서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은 좀 지겹다. 이에 반해 다양한 가족의 틀을 제시하는 드라마들은 가족의 탄생과정부터 고전적인 정답을 뛰어넘으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천하일색 박정금>은 방송 초반 재미의 상당 부분이 원치 않은 동거를 시작한 나문희와 박준규의 코믹 배틀에서 나왔다. 식탁, 먹을 것 등을 두고 영역 다툼을 벌이는 양쪽의 줄다리기는 집단 권력의 일차적 단위인 가족을 보호하려는 본능을 환기하는 동시에 반복된 갈등과 화해 아래 한솥밥의 정이 무르익었을 때 빚어질 유사 가족의 끈끈함을 예고하며 정겨운 재미를 선사했다. 부모 가운데 한쪽이 결여된 가정을 채택한 드라마들은 대부분 일찍 철이 든 아이와 자식에게 헌신적인 엄마 혹은 아빠의 구도를 코믹 신파로 연주하기를 즐긴다. 친구처럼 반말로 대화하고, 아이가 부모의 ‘큐피드’ 역도 담당하는 등 부모 자식의 상하구도를 뛰어넘는 이들은 양쪽 부모가 존재하는 가정보다 더 이상적인 이해와 사랑의 휴머니즘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 드라마는 세상에는 다양한 가족이 존재하고 있으니 함부로 정상의 기준을 못 박거나 결핍을 논하지 말라고 설파하는 것도 같다. 그런데 신가족의 개성을 쿨하게 바라보는 듯 굴다가도 결국 결핍에 따른 슬픔을 연민의 시선으로 응시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도돌이표’의 한계를 드러낸다. 싱글파파, 싱글맘 등에게 사랑의 판타지를 선사하면서도 두배의 부성애와 모성애를 필수 조건으로 장착해주는 것 역시 위대하고 또 위대한 가족에 대한 고유의 가치를 확인 사살하는 이면도 함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