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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블로그 15선] FILM BUFFS_ 영화광 블로그
최하나 김경우 2008-03-20

그들의 열정과 애정이 사랑스러운 영화광 블로그

CINEBEATS

http://cinebeats.blogsome.com/

그녀의 사랑 고백을 들어보자. CINEBEATS는 60, 70년대 영화와 뜨거운 사랑에 빠진 한 여성의 블로그다. 호러영화의 열렬한 팬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영화광의 길을 밟아왔노라고 이야기하는 운영자는 80년대 후반부터 자유기고가로 활동해왔으며 이제는 마흔줄에 접어든 중년 여성이다. “세상에 영화는 넘쳐나지만, 내가 싫어하는 영화에 대해 쓰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다. 인생은 그러기엔 너무 짧잖아”라고 이야기하는 그녀는 자신이 영화의 “황금기”로 평가하는 60, 70년대에 오롯이 블로그를 헌납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 데보라 카, 리 마빈 등 왕년의 스타들을 회고하는 촉촉한 시선도 즐겁지만, 운영자의 시야가 할리우드의 울타리 안에 갇혀 있지 않았다는 점이 흐뭇하다. 특히 70년대 일본 핑크영화에 대한 꼼꼼한 포스팅은 영문 블로그에서는 접하기 쉽지 않은 방대한 정보들을 담고 있다. 아마존과 연계한 DVD숍 또한 운영하고 있는데, 이 또한 영화의 ‘황금기’에 수확된 작품들에 한정되어 있음을 명심할 것.

The House Next Door

http://mattzollerseitz.blogspot.com/

‘옆집’에는 54명이 산다. 머릿수만큼이나 이 집안의 목소리는 다양하다. 누군가가 갱스터영화를 열렬히 찬송하는 동안 누군가는 <배틀스타 갤럭티카>에 대해 열변을 쏟아내고, 또 다른 누군가는 패러디 만화로 영화 속 클리셰를 조롱한다. 바람 잘 날 없는 집구석, The House Next Door는 영화와 기타 대중문화에 뿌리박은 모종의 공동체 집단이다. 2006년 영화평론가인 맷 졸라 세이츠가 “지면에 싣기에는 지나치게 개인적이거나 비공식적인 생각들”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하나의 일기장으로 출발했으나, 2년 사이 하나 둘 동지들을 얻어 이제는 만만치 않은 덩치의 살림을 꾸렸다. 그렇다면 50여명의 필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이 집안의 문턱을 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명함이 아닌 통찰력인 듯싶다. 트럭 기사, 대학생, (남성) 전업주부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군상이 필진을 구성하고 있다. 최신 포스트부터 훑어내리는 대신 ‘편집장의 글’(From the editor)을 검색해 먼저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이곳의 명패가 왜 ‘옆집’이 되었는지에 대한 사연을 포함해 지극히 사랑스러운 블로그의 역사는 이 집안의 식구가 되고 싶다는 충동을 절로 자아낼 테니.

24 lies per second

http://24liespersecond.blogspot.com/

“나는 영화평론가가 아닙니다.” 매우 간명한 선언으로 문을 여는 이 블로그는 고전영화를 사랑하는 한 관객이 영화에 바치는 뜨거운 찬사다. 파리에 거주하는 필립이라는 이름의 운영자는 “이 블로그는 나를 감동시킨 이미지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덧붙인다. “24 lies per second”라는 블로그의 이름은 “영화는 1초에 24프레임의 진실”이라고 말한 장 뤽 고다르의 아포리즘을 살짝 비틀어놓은 것. 이제는 수집하거나 관람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진 고전영화들을 24프레임 장면으로, 일종의 “포토 노블”(Photo Novel) 형식으로 재구성해 보여준다는 것이 운영자의 야심이다. 절판된 VHS를 수소문하거나 방송을 통해 이미지를 수확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은 만큼 업데이트는 한달에 두 차례 정도 이루어진다. 르네 클레르의 데뷔작인 <파리는 잠들어>(Paris Qui Dort, 1924), 최초의 오스카 감독상 수상작인 <제7의 천국>(7th Heaven, 1927) 등 이제는 영화사 책을 통해서나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이 그의 손을 거쳐 24장의 귀중한 이미지로 숨을 얻었다. “이제 이런 영화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란 없는 것일까?” 종종 하나의 포스팅에 마침표를 찍는 운영자의 목소리. 순수한 애정에 뿌리박은 노고는 그가 역사의 페이지에서 꺼내놓는 작품들만큼이나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