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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블로그 15선] SPECIALIST_ 특성화 블로그
최하나 김경우 2008-03-20

블로그가 없었다면 얻을 수 없을 정보가 가득한 특성화 블로그

Cinema is Dope

http://www.cinemaisdope.com/

각종 포털 사이트의 데이터 서비스가 방대해지고 체계화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원하는 영화의 이미지를 얻기란 쉬운 게 아니다. 더욱이 고전영화나 제3세계 영화의 경우 가로 사이즈 1000픽셀 이상의 때깔 좋은 화상을 찾는다는 건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마찬가지. Cinema is Dope는 그런 사막에서 질 좋은 미네랄워터를 공짜로 마실 수 있는 오아시스와 같은 블로그다. 192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10년 단위로 차곡차곡 모아놓은 고화질의 영화 월페이퍼들은 방문자를 열렬한 카피레프트 지지자로 만들기에 모자람이 없다. 특히 무성영화 3인방 중 찰리 채플린에 비해 세세한 얼굴 생김새조차 볼 수 없었던 해럴드 로이스와 버스터 키톤의 얼굴을 고화질로 접하는 순간은 감동 그 이상이다. 운영자인 블레이크는 ‘트위치 필름’이란 온라인 영화매체의 필자로 일본, 유럽, 남미 등 비할리우드영화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며 스페인 시체스국제영화제, 벨기에 브뤼셀국제영화제 등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없는 해외영화제에 대한 생생한 취재기도 올리고 있다. 블로그에서 찾을 수 없는 영화의 월페이퍼는 영화 정보와 출연진 이름을 자세히 명시해 직접 문의해보라. 블레이크는 시간이 걸릴지언정 어떻게든 찾아주는 친절한 블로거씨다. 이토록 ‘공유정신’이 투철하니 Cinema is Dope는 그 이름처럼 ‘중독’될 수밖에 없는 블로그다.

B-movie Graveyard

http://bmoviegraveyard.blogspot.com/

자신을 B급영화라는 성스러운 묘지를 지키는 수호자로 소개하는 39살의 유조트럭 기사 Shadow. 그가 운영하는 B-movie Graveyard는 말 그대로 음산하고 매력적인 B급영화들의 공동묘지다. 세로스크롤을 곡괭이 삼아 소외받은 걸작들의 묘지들을 파헤치는 재미가 스릴 넘친다. 이제는 A급영화(?)의 칭호를 받게 된 피터 잭슨의 <데드 얼라이브>(Dead-Alive, 1992)는 물론, 이름에서부터 B급의 향기가 강렬한 <외계생명체 블롭>(The Blob, 1958), <거미섬의 공포>(Horrors of Spider Island, 1962) 등 시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B급영화의 리뷰가 그득하다. 열거된 영화의 리스트보다 더 진귀한 것은 리뷰의 충실도. 리뷰 하나당 읽는 데만 족히 30분은 걸린다. 운영자 스스로 “리뷰를 읽는 도중 출출할 테니 런치세트를 준비하라”고 조언할 정도로 하나의 영화를 샅샅이 분석한다. 쉽게 볼 수 없는 B급영화만의 뼈와 살이 분리된 하드고어 스틸을 보는 재미 역시 무덤을 파헤친 보람을 느끼게 한다. 웬만한 B급영화는 다 섭렵했다 자부하는 마니아라도 스크롤하는 순간 전율할 수밖에 없을 게다.

Butch

http://mybutch.blogspot.com/

‘블로고스피어’를 편견과 선입관이 없는 세계라 믿는다면 오산이다. 적어도 한국의 블로그 세계에선 말이다. 동성애를 비롯해 남들과는 다른 자신의 성정체성을 블로그에 밝혔다가는 누군가의 무심한 댓글에 큰 상처를 받을 게 분명하다(꼭 악플러의 짓이 아니더라도). 그런 면에서 Butch는 무척 환영받을 세상이다. 블로그의 주인장 제니 올슨은 퀴어영화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담은 책을 두권이나 낸, 이 분야의 전문가며 실제로도 레즈비언이다. 그녀는 블로그를 방문하는 성적 소수자들이 감동할 만한 퀴어영화와 영화제에 대한 정보를 차곡차곡 풀어낸다. ‘레즈비언 베스트셀러10’ 같은 영양가있는 서비스도 제공하며 레즈비언으로 살아가는 삶의 즐거움을 솔직담백하게 담은 셀프 인터뷰도 구경할 수 있다. 꼭 성적 소수자가 아니더라도 평소 쉽게 얻을 수 없는 퀴어영화의 정보를 얻는 기쁨이 상당하다. 영화제작자이기도 한 그녀가 직접 제작한 퀴어영화 <The Joy of Life>를 감상하는 것도 잊지 마시길.

Cinema Tech

http://cinematech.blogspot.com/

<보스턴 글로브> <뉴욕타임스> <버라이어티> 등의 유력매체에 IT 관련 칼럼을 쓰는 스캇 크리스너는 출판의 혁신에 관심이 많은 칼럼니스트다. 여기서 ‘출판’이란 범주는 인쇄 매체보다는 영화, DVD 등 영상 매체에 더 근접해 있다. 그는 Cinema Tech를 통해 디지털 기술로 영화를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과학의 역할론을 피력한다. 그렇다고 일반 네티즌이 독해하기 난해한 첨단 과학용어들이 난무하는 블로그는 아니다. 그가 생각하는 기술(Tech)은 영화를 “어떻게 더 잘 만들게 하느냐”보다 “어떻게 더 즐기게 하느냐”에 가깝기 때문이다. 예컨대 최근 작성한 2008 아카데미 시상식에 관련한 포스트에서 그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수상자들의 소감을 담은 공식 동영상 외에 다른 색다른 동영상 클립은 유튜브에 올라오자마자 12분 안에 삭제된다. 이것이 유튜브의 ‘자동검열 프로그램’ 때문인지 의문스럽다”며 아카데미가 의도적으로 유튜브를 통제하고 있는지 우려감을 표시한다. 아무리 첨단기술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무비 디스토피아’를 만들 수 있다는 그의 일침이 예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