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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박물관 전시품 기증 릴레이 27] <바람불어 좋은 날> 관객혹평집

<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오는 5월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열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한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스물일곱 번째는 이장호 감독이 기증한 <바람불어 좋은 날> 관객혹평집입니다.

<바람불어 좋은 날>은 유신시대에 종언을 고하고, 60년대 한국영화가 보여주었던 현실감각을 되찾은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1980년 11월27일 명보극장에서 개봉하여 10만 관객을 동원했다. 홍보 이벤트의 하나로 50만원의 상금을 걸고 ‘관객혹평’을 공개모집했다. 혹평이라지만 호평이 더 많다. 한 젊은 관객은 ‘많은 영화들이 화려하고 사치스럽고… 권태로움을 느끼게 했다’며 그동안 한국영화를 외면했던 이유를 설명하고 ‘방화를 처음 봤다. 영화 속의 배우가 진실을 찾고 있었다. 새 시대에 새 바람이다’라고 <바람불어 좋은 날>을 평한다. 성인배우로 돌아온 안성기의 블랙코미디 연기에 대한 찬사도 많다. ‘…유쾌하며 눈물이 찔끔찔끔 나는 영화였다. 지금도 덕배(안성기)의 디스코장의 춤은 잊을 수가 없다.’

이장호 감독은 1974년 <별들의 고향>이 크게 성공한 뒤 76년 대마초 혐의로 활동을 중단한 지 4년 만에 <바람불어 좋은 날>로 화려하게 재기했다. 이를 축하하는 사연과 감독을 ‘형’으로 칭하며 술 한잔 하고 싶다는 팬레터도 있다. ‘젊은 주인공들의 지나친 순수함은 리얼리즘에 반하며 naturalism의 터치가 더해졌으면 좋았을 것이다. 한국영화의 병폐인 센티멘탈의 늪에서 벗어났다고 하기에는 어딘가 석연찮다’는 분석도 눈에 띈다. 우수혹평에 당선된 학생 중에는 서울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황규덕 감독도 포함되었다고 한다. 혹평집에 묻어나는 당시 젊은 관객의 흥분과 애정의 표현처럼 <바람불어 좋은 날>은 현실을 맞닥뜨리는 새로운 영화흐름의 신호탄이었음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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