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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그들의 청문회를 보면서 문득…
이영진 2008-03-21

남동철 편집장 체제가 들어선 뒤 처음으로 열린 퇴사청문회에서 이영진 퇴사후보자가 상식 밖의 대답을 내놓아 눈총을 사고 있다. 지난 3월5일 한겨레 4층 화장실 앞 <씨네21> 로비에서 열린 퇴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는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부동산 투기 및 사문서 위조 의혹 등에 대해 엉뚱한 답변으로 일관해 청문회 자리에 참석한 현직 기자들에게 강도 높은 질타를 들었다. 특히 기자들의 끈질긴 추궁에 그는 성실한 해명 대신 “청문회를 노래방으로 착각한 듯” 한쪽 바짓단을 걷어올리고서 책상에 오른 뒤 심지어 쌍팔연도 유머까지 구사해 15분간 퇴장명령을 받기도 했다.

먼저 이 후보자는 3분단 김OO 기자가 “이전까지는 강남 반포의 한 아파트의 친척 집에 거주하다가 입사 3년차이던 2001년 마포구 재개발지역으로 이사한데는 투기목적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따지자 “강남은 살 만한 곳이 못 되고, 자연친화적이지가 않다. 무엇보다 회사와 거리가 멀어 아침잠을 충분히 취할 수가 없다. 게다가 한달에 들어가는 택시비도 엄청나다. 그래서 회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마포구에 월세로 이사왔다”면서 “당신도 홍대가 너무 멀어서 회사 앞으로 이사한 것 아니냐. 근데 전세인 당신이 월세의 심정을 아느냐”고 외려 되물었다.

2분단 박OO 기자의 “프랑스제 재떨이를 갖고 있는데요”라는 질문에도 이 내정자는 “그것은 싸구려다”라고 대답해 청문회장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박 기자가 “미니 재떨이라고는 하지만 분명 표면에 프랑스의 상징인 에펠탑이 정성스레 그려져 있다. 도대체 이런 진품을 어디서 받은 것이냐”고 따져 묻자 이 내정자는 “그건 정OO 기자가 몇년 전에 칸영화제에 다녀왔을 때 건네준 물건에 불과하다. 그 무렵 정OO 기자는 신혼에 돌입해서 드럼세탁기를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여유가 없었다. 정 못 믿겠다면 <경제야 놀자>의 조형기 전문위원에게 감정을 의뢰하면 될 것 아니냐”고 큰소리를 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의 재직시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1996년 홍상수, 김기덕 등의 감독들이 데뷔하자 <씨네21> 투신을 결심했다는 이 후보자는 정작 기자가 된 이후에는 좀처럼 시사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극장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공덕동 일대에서 소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후보자는 1분단 오OO 기자가 “면접 당시 뼈를 묻겠다고 발언해 당시 재입사자였던 소심녀 김OO 편집위원을 간떨어지게 만들었다던데 그건 입사를 위한 거짓말이었느냐”고 지적하자 “뼈를 묻겠다고 해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아니냐. 과거 JSA 전우회의 한겨레 사옥 침탈 또한 모두들 자리를 비운 점심때 이뤄졌다”면서 “회사를 위한 충정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소란으로 잠시 정회한 뒤 이뤄진 청문회에서도 이 후보자는 망언을 멈추지 않았다. 1분단 문O 기자가 “후보자는 2000년 예비군 소집 명령을 2차례나 거부한 것이 맞나”, “이후 후보자는 병무청에 해외출장이라고 사문서를 위조해서 제출했고 결국 <씨네21>에 30만원의 벌금이 떨어졌다”, “이는 병역기피의 불순한 의도가 개입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하자 “애초 추징된 벌금은 200만원이었다. 당시 창간호 특집기사였던 한국 영화산업 파워50 설문을 돌려야 했다.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당시 허OO 팀장이 회사에서 벌금을 대신 내주겠다고 약속해놓고 결국 나몰라라 했다. 한동안 카드가 빵꾸나서 힘들었다. 근데 왜 직장예비군이 없는지 몰라”라고 불평했다.

가끔 나쁜 짓 해도 별로 가책 안 한다. 더 나쁜 놈들이 너무 많아서 일 것이다. 자본과 윤리는 양립 불가능이다. 어이없다고 혀 차지 말라. 혀 피곤하다. 한두번도 아니니 그냥 웃자. 배 터지도록. 시시껄렁한 잡담이나 하면서 말이다. 가진 것 없는 우리, 그래도 환갑잔치 하고 난 뒤 고개 숙여야 하는 치들보다 훨씬 행복하잖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