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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008 추천 OST] <인투 더 와일드> <말할 수 없는 비밀> 外

풍경으로 녹아드는 어쿠스틱 록

<인투 더 와일드> Into the Wild | 소니BMG | 에디 베더

물질문명이 선사한 모든 것은 허상이라고 여긴 청년이 있었다. 1968년생의 크리스토퍼 맥캔들리스. 풍족한 중산층의 삶을 누리면서도 잭 런던과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 심취해 있었던 그는 대학 졸업 뒤 자신의 통장에 저금돼 있던 2만4천달러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돌연 베낭을 메고 자연으로 떠난다. 푸른 하늘, 강, 나무. 그렇게 존재하는 자연에 묻혀 태어난 모습 그대로 숨쉬는 삶을 꿈꾸었던 그는 1992년 알래스카를 관통하는 네바다 강의 지류에서 아사한 채 발견됐다. 그는 그 강을 건너 알래스카로 닿으려 했다. 크리스 맥캔들리스의 히피적 삶이 사회에 알려진 뒤, 한동안 미국에서는 그처럼 사회를 벗어나 야생에서의 삶에 도전하려는 청년들이 줄을 잇기도 했다. 숀 펜의 영화 <인투 더 와일드>는 존 크라카우어가 쓴 책을 바탕으로 한다. 말을 아끼며, 아무 지표도 없는 길을 무작정 걷고 헤쳐가는 청년의 여정을 이야기로서 완성하는 것은 펄잼의 에디 베더의 음악이다. 에디 베더는 펄잼 특유의 강렬한 얼터너티브적 사운드보다는 짧고 미니멀한 어쿠스틱 록 넘버들로 야생 풍경의 여백들을 채운다. 해외 평론들은 “정서적으로, 서사적으로 모두 미완에 그쳤다”며 실망스런 기색을 표하기도 했지만, 에디 베더는 여전히 비장하고 아름답다. 그가 연주하는 가슴 뛰는 기타 리프와 힘찬 멜로디 그리고 그의 질긴 목소리는, 영화의 날것 같은 풍광과 조화를 이루며 무모한 삶의 방식에 도전했던 한 젊은이의 순수한 정신과 생명력을 고스란히 묘사한다. 들을수록 중독적. 에디 베더와 작업이 확정된 다음 숀 펜은 일부러 스크립트의 많은 부분을 음악을 위한 여백으로 남겨두었다고 한다. 그 자리에 베더의 시적인 가사들이 자리해 있다. “바람 속에 희미한 목소리들/ 그들이 말하는 진실을 들어보게/ 세상은 길이 끝나는 데서 시작되지/ 그 세상을 두고 떠나는 나를 지켜보게.”(<Far Behind>)

강추 트랙: 앨범의 타이틀곡이기도 한 <Hard Sun>. 붉고 강렬한 태양처럼 뜨고 또 지는 삶에 대한 염원이 짙게 드러나는 록넘버다. 인디록밴드 슬리터-키니의 리더였던 여성로커 코린 터커가 백보컬로 참여해 후렴구의 하모니를 이룬다.

조니 뎁의 보컬을 기대하는 이라면

<스위니 토드> Sweeney Todd | 워너뮤직코리아 | 스티븐 손드하임

오리지널의 충성스런 팬이라면 역정을 낼지도 모른다. 전통적인 뮤지컬보다는 오페라에 가까웠던 스티븐 손드하임의 <스위니 토드>는 스크린에 이식되면서 음역이 오히려 좁아졌다. 결정적인 이유는 팀 버튼이 훈련받지 않은 배우들을 기용한 탓인데, 그의 선택을 성급하게 비난할 필요는 없다. 위트 넘치는 대사, 절묘한 라임 등 웅대한 오케스트라였다면 묻혀버리기 쉬웠을 장점들이 결과적으로 섬세하게 부각됐기 때문이다. 특히나 화제가 됐던 조니 뎁의 보컬은 많은 부분을 가사보다는 대사에 가깝게 소화하지만, 오리지널의 호화로운 바리톤 대신 자글거리는 비애감이 짙게 깔린 목소리는 ‘연기’로서의 노래가 어떤 것인지 그 진수를 보여준다. <The Worst Pies in London> <God, That s Good!> 등 헬레나 본햄 카터가 매끄럽게 소화하는 대표 넘버들을 위시해 사샤 바론 코언의 혀 굴리기가 빛나는 <Pirelli’s Miracle Elixir>, 14살 소년 에드워드 샌더스의 미성이 짜릿하도록 아름다운 <While I’m Not Around> 등 한곡 한곡이 버릴 것 없이 만족스럽다.

강추 트랙: 스위니 토드가 런던 거리 행인들의 목덜미에 면도칼을 드리우는 장면의 <Epiphany>로, 노래와 독백을 절묘하게 섞어 내지르는 조니 뎁의 목소리가 드라마틱한 전율을 선사한다.

클래식부터 로큰롤, 슬픈 사랑 노래까지

<말할 수 없는 비밀> Secret(不能說的秘密) | 소니BMG | V.A.

<말할 수 없는 비밀> O.S.T는 영화를 그대로 닮았다. 쇼팽, 라흐마니노프 등 클래식으로 예술학교의 분위기를 만들지만, 그 사이 틴무비의 상큼발랄함도 잊지 않았다. 샤오위의 ‘말할 수 없는 비밀’이었던 연주곡 <Secret>는 영화 내용에 따라 템포를 달리해 2가지 버전으로 수록됐다. 영화의 백미인 “피아노 배틀” 트랙은 주걸륜 파트만 남았는데, 그랜드 피아노의 안팎을 넘나들던 카메라워크 없이 듣기엔 조금 심심하다. 하지만 장면과 대사에 놓쳤던 음악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상륜과 샤오위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라고 꼽은 <情人的眼淚>(연인의 눈물)이 바로 그것. 앨범에 수록된 <情人的眼淚>는 1960년대 등려군과 대만 가요계를 풍미한 요소용이 부른 원곡으로, 애처롭고 구슬픈 느낌이 얼핏 고등학생이 좋아하기엔 뜬금없지만 20년을 사이에 둔 둘의 사랑을 엮기엔 충분하다. 축제 때 아보와 아랑이 부르는 로큰롤 <女孩別爲我哭泣>(소녀여, 날 위해 울지는 말아요)나 상륜과 아버지가 춤추는 장면의 <與父共舞>(아버지와 함께 춤을) 등 다양한 장르 구성도 반갑다.

강추 트랙: 운동회 럭비경기 중에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晴天娃娃>(맑게 갠 하늘). 주걸륜과 핑크빛 소문을 뿌린 강어신이 부른 귀여운 곡으로, 맑은 날 설레는 소녀 마음을 노래했다.

봄에 어울리는 최신 팝 컴필레이션

<P. S. 아이 러브 유> P. S. I Love You | 워너뮤직코리아 | V.A.

트렌디한 기획영화에는 트렌디한 팝 트랙이 어울린다. ≪P. S. 아이 러브 유≫ 사운드트랙도 그런 점에서 괜찮은 최신 팝 컴필레이션이다. 앨범은 근 2∼3년 사이 데뷔한 재능있는 뮤지션들의 감성적이고 담백한 기타팝들로 주로 채워져 있다. 제일 눈에 띄는 이름은 2005년 영국이 발견한 최고의 싱어송라이터 제임스 블런트. 예의 흐느끼듯 애절한 목소리로 부르는 <Same Mistake>는 지난해 나온 정규 2집 ≪All The Lost Souls≫의 수록곡이다. 역시 영국 출신 싱어송라이터 파올로 누티니도 2년 전 열여덟살 나이로 데뷔하면서 화제를 모았던 신인. 예쁘장한 외모 덕에 팬층도 두텁다. 데뷔앨범 ≪These Streets≫에서 <Rewind>가 실렸다. 마룬5의 애덤 레바인을 연상시키는 성숙한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고, 멜로디의 중독성도 높다. 2002년 데뷔한 미국의 얼터록밴드 ‘디 아카데미 이즈…’는 <Everything We Had>란 곡을 불렀는데, 후반부에 크게 터지는 감성의 레벨이나 보컬 색깔이 트래비스를 연상시킨다. 주제가 <P. S. I Love You>를 부른 넬리 매케이는 2004년 데뷔한 미국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재즈와 컨트리, 블루스가 혼합된 미니멀한 팝의 작곡 능력이나 고전적 색채가 강한 솔 보컬로서 데뷔 당시 완벽한 천재라는 칭송을 듣기도 했지만 안타깝게도 큰 주목을 얻지 못했다. 비슷한 유의 영국 신예 릴리 앨런이 대히트를 했던 걸 생각하면 참으로 의아한 일. 어쨌거나 바야흐로 봄, 완성도 높은 멜랑콜리 기타팝을 다양하게 듣고 싶다면 이 앨범은 적격이다.

강추 트랙: 호프(Hope)라는 여성보컬이 부른 <Fortress>. 중량감이 조금 덜한 조스 스톤이라 생각하면 될 듯. 레게를 변형한 도발적인 리듬과 여운 짙은 목소리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한결 소박해진 왕가위의 선곡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My Blueberry Nights | EMI | V.A.

어떤 왕가위의 영화 팬들은 아마도, 그의 영화를 볼 때 눈을 부릅뜨는 동시에 귀를 한껏 열어둘 것이다. <California Dreamin’> <Quizas, quizas, quizas>…. 굳이 다 나열하지 않아도 왕가위의 곡 선택 센스는 뻔뻔하지만 탁월하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의 음악은 그것들와 사뭇 달라서 의외로 소박하다. 기존에는 동양의 공간 위에 서양의 올드팝 넘버들이 입혀져 이국적 느낌과 통속적인 패션이 강하게 만들어졌던 반면에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사운드트랙은 자연스럽고, 약간의 담백함까지 갖고 있다. 오티스 레딩과 루스 브라운, 메이비스 스테이플스, 에이모스 리, 카산드라 윌슨, 캣 파워 등 솔, 재즈, 포크 영역 뮤지션들의 기존곡 삽입은 여기서 포크 블루스로 편곡된 <화양연화>의 메인테마 <Yumeji’s Theme>만큼 강렬하지는 않다. 이 찐득한 멜랑콜리함. 라이 쿠더의 진한 블루스 기타 연주곡들보다도 인상적이다.

강추 트랙: 남미 정취가 물씬 나는 구스타보 산타올라야의 기타 솔로곡 <Parajos>. 영화의 인상과 무관하게 가장 울림 깊은 사운드를 들려준다. 참고로 왕가위는 영화의 네바다 사막 도로 위 장면에서 산타올라야의 음악을 썼다고 했는데 영화에 실제 쓰인 건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의 스코어 <De Usuahia A La Quiaca>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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